080622. 세종로 사거리
이렇게 상쾌한 아침은 없었다.
다시 이런 아침을 맞아야 할텐데.
아침이 오고 시위대가 경찰에 밀려나자 버스안 경찰은 얼굴을 내밀었다.
마치 쥐새끼처럼 그렇게 슬쩍 내밀고는 이내 숨어버렸다.
080621아침. 광화문
7.17 안국동 부근. 시민들은 다시 물대포 앞에 섰다. 이날은 별일 없을 거라는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mb의 독도 문제 대응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거샜다. 물대포 앞에서 장비 물맞을까봐 이젠 두렵다. 가난은 사진가도 위축되게 한다. 때론 차라리 집회 참가자들 처럼 속시원히 물이나 맞고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비가 물을 먹으면 결정적일때 카메라가 말을 안듣는다. 게다가 벌써 렌즈하나 후레쉬하나 해 먹었다. 후레쉬는 아예 고치느니 사는게 낫다고 하니...그래서 물대포가 날라들면 움츠러 들고 뷰파인더를 보기보다는 물줄기의 방향을 보는라 눈짐작으로 찍어 버린다. 사진은 깡인데 돈 없으니 깡도 사라진다.
확실히 물대포는 제대로 맞으면 아프다.
그런데도 저렇게 구멍을 막으려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 스럽다.
요 장면을 찍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저거 진짜 막히면 좋겟다.
물대포보다 두려운 것은 소화기로 인한 암 유발 가능성이었다.
저 먼지들이 내 몸속에 차곡차곡 쌓일때마다
뭐가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면
코에서 신물이 흐른다.
그래서 인지 소화기 맛은 신맛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온몸엔 하얀 투성이
바디와 렌즈 틈에는 소화기 가루가 마구 끼여서 드럽고
카메라 가방 가득히 흰 가루들이 들어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한다.
하긴 소화기가 불끄라고 있으니
정권의 입장에서는 소화기의 용도를 제대로 쓰는 건가...
촛불집회에서 놀라운 사람들 중의 하나는
바로 소화기를 막는 사람들이다.
경찰버스 안에서 뿌려대는 소화기를 막기위해
저렇게 뿌연 연기속에서 버스 유리창을 막는 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을 80년대에 비교해 보면
지랄탄을 쏘면 꼭 발로 차거나 다시 주워서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아마 그들 같은 마음일거다.
그리고 소화기를 뿌리면 부채질 해주는 사람들도 고맙다.
5.31. 경복궁역 부근
내리치는 물대포 속에 누군가 대형 비닐을 가져왔고
그 밑에서 사람들은 외쳤다.
협상무효! 고시철회!
나 역시 그 비닐 밑이 그렇게 안락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블로그를 방치했는데
사제단 덕(?)에 약간 여유가 생긴건가?
이번주에 날 새는 날이 없어서 좀 여유가 생겼다.
촛불 투쟁 사진을 조금씩 올린다.
이 사진 찍다가 물대포에 렌즈를 정통으로 맞았다.
수리비만 15만원 나왔다. 흑흑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 이 아침에 계셨군여.
저는 갠적으로 촛불집회 중 이날 아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뭐랄까, 이 시간과 공간이 정말 해방구같았단 느낌일까여?
한판/ 이 아침 좋았죠.
으헤헤헤~~정말 좋았어~^^
조낸/ 조낸님 사진도 올려드릴까요?
미친 내 사진도 있소?? ㅋㅋ 올리던가 보내시던가...
그리고 보니 내가 찍은 사진도 있구나...올려야지.
조낸/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