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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과 거지'새끼'

(부제 : 자폐(autismee)님의 블로그 폐쇄(?) 결정에 대해 통곡하며)

 

"미니스커트 쳐다보는 짓 좀 그만했으면 합니다."는 제목의 포스트를 정말 즐겁게 읽었다. 사실 그런 글이 나오게 된 배경은 전혀 즐겁지 않지만 자폐님의 센스 때문에 글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글 때문에 자폐님 블로그가 쑥대밭이 됐었던 모양이다. 댓글을 통한 논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과 함께, 당분간 블로그를 닫는다는 포스트가 올라와있었다.

 

나는 그 댓글의 논쟁 역시도 매우매우 짜증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자폐님은 친절하게 답장을 써주셨더라. 대단하시다. 정말. ㅇ_ㅇ

 

예쁜 것에 당연히 눈이 갈 수밖에 없는데 왜 그것에 민감하게 구느냐. 그러면 앞으로 잘생긴 남자도 쳐다보지 말아라...라는 주장은 양성에 모두 공정한 척하는 남성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우웩.

 

'왕자와 거지'를 보면, 왕자는 거지 옷을 입어도 왕자 노릇을 한다. 어찌나 싸가지가 없는지. 자신을 구해준 기사 앞에서도 거지행색을 한 주제에 꼬박꼬박 왕자 대접 받으면서 지낸다. 결국 왕자 신분이 다시 밝혀진후 거지때 일을 잊지 않고 백성을 위하는 현명한 왕이 되었다...는 전형적인 내용으로 끝나지만, 정말 그 왕자가 거지들을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거지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천대를 받고, 천대를 받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비굴하게 몸을 굽혀야만 하는 그들의 생활을 혼자 잘난척 하며 싸가지 없이 굴었던 왕자가 어찌 알겠냐 말이다. 정의의 기사가 매를 대신 맞거나 돌보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 왕자녀석은 살아남지도 못했을거다.

 

그러고 보면, 모든 왕자가 거지노릇을 해봐야만 백성들을 위하는 어진 왕이 되는 것은 아닐거다. 다만 입닥치고 조용히 이해하려고 노력만 해도 중간은 간다. 체험 삶의 현장 하루 다녀온다고 해서, 3D 업종 노동자 생활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성폭력에 대해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성적 대상물로서 고정되어 버린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들이 포탄처럼 날아드는 전장에서, '예쁘고 멋진 사람들을 바라 볼 자유'에 대해 한정해서 논하자는 건 진짜 황당한 얘기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왕자와 거지를 데려다 놓고, 왕자에게는 구걸을, 거지에게는 정치를 시키자는 얘기랑 같다. 둘다 얼굴도, 목소리도 똑같은데 왜 차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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