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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겐 철저한, 나에겐 관대한.

어떤 문제든, 사실 원인은 그 문제를 느끼는 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꽤나 오랫동안 묵혀둔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작은 것이라고 그냥 넘겨버렸던 것이 큰 덩어리로 돌아와 목구멍에 턱 막혀버릴 수도 있고.. 어느쪽이건 간에,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원인들을 꼼꼼히 따지기 보다는 그 일이 불거진 순간 순간을 좀 더 꼼꼼히 돌아보며 당장의 대책을 찾곤 한다. 내 경우는 종종 사람들과의 수다를 통해 문제에 대한 내 감정을 해결하곤 했는데, 이걸 반복하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나와 수다를 떠는 사람들은 내 얘기만 듣고 내 의견에 동조해준다. 물론 솔직히 나는 아주 객관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도 내가 충분히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라는 점에 대해 인정하고, 내 말이 전달 될 때 얼마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려하지 못할 때가 있을것이라 인정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쉽게 내 말에 수긍하고 인정할 때, 난 가끔 위안을 얻기 보다는 내가 점점 더 편협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어쩌면 그 동안 사람들에게 동조를 구해왔던 의견들이 한 번도 긍정적인 쪽으로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말로만 올바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내 말이 옳다고 얘기 해줘도, 결론은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나가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생각만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지금 이 순간 조차도 내 생각은 결국 옳았지만 단지 지쳤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을 뿐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인에겐 철저하고 나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자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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