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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단상 - 너희들의 나라

광우병을 계기로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된단다. 집회에 참여하는 다수가 중고등학생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또 놀라고 있다. 뭐 어떤 사람들이야 어린것들이 뭘 안다고 나서느냐 아니면 분별이 없어서 선동에 놀아나고 있다고 열심히 떠들어대는가보다.

내가 언론 등을 통해서 보면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뭐가 문제라고 이 학생들을 불온시하는지 좀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학생들이 온갖 정치적 좌와 우로 현 체제 나누고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거 같다.

도대체 좌와 우를 막론하고 그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공동체의 범주로 제시해왔던 국가, 민족 그리고 계급 어느것하나 이 학생들에게 자신들을 진정으로 대변하고 포괄하는 공동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명박이 어른들에게 대놓고서야 당신들이 원해서 나를 뽑은 것 아닌가라고 강변할 최소한의 근거라도 있겠지만, 이 학생들에게는 어떤 절차와 정당성을  통해 자기가 그들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부모들이 이들을 대신해서 정치적인 결정을 해주었다고 아마도 우길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가 무엇을 어떻게 대신해달라고 맡겨주어야 하는 것 같다. 나도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아빠지만, 내가 딸의 모든 의사를 대신해서 결정해주겠다고 한다면 우리 딸이 그러라고 할까 생각을 해보면 절대 그럴리가 없는 것 같다. 나와 딸과의 상호 관계는 그래서 끝 없는 갈등과 협상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것일 게다. 나로서는 아직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협상을 현실로 받아들일려고 노력중이다.

이 학생들에게 선진한국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된 조국의 영광을 위해서, 아니면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어른들이 제시하는 이러저러한 일들에 동의(더 정확히는 아마도 복종)하고 조국(민족) 또는 계급에 대한 소속감, 연대의식, 또는 충성심을 가져라라고 주장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명확하다.

이들은 한번도 이 조국(민족)과 계급에 일원으로 자신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한 바가 없고, 조국과 계급은 이들에게 들어올지 말지를 물어본 적도 없다. 나이가 들면 그냥 가입되는 거라고 얼버무리고 말뿐이다.

지난 4월 총선의 투표율은 19세미만은 아예 계산에서 빼고도  46.1% 밖에 안됐다. 좋다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을 과감하게 유령쯤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이 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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