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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고구마 이야기

1. 며칠 전 홍아가 자는 틈을 타 부랴부랴 고구마를 먹고 있었습니다.

아마 혼자 아이를 보다 점심도 못 먹었던 것 같습니다.

고구마 굽는 솥에 고구마를 구웠는데 성급하게 불을 껐는지

고구마가 좀 팍팍합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열심히 먹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웁니다.

가 보니 똥을 푸지지지직 쌉니다.

소리로 듣기에 그 양이 엄청납니다.

이제 똥을 모아 싸는 능력이 생긴 홍아는

때로 기저귀 앞부터 끝까지를 똥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좀 신기합니다.

기저귀를 열어보니 우와~~~ 갈아주어야겠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을 때 의사가 똥을 물로 닦아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가제수건을 치우고 아이 기저귀를 벗겨 그냥 세면대에서 첨벙첨벙 닦아줍니다.

빨래거리도 적게 나오고 참 좋습니다.

 

남은 고구마를 마저 입어 넣고 홍아를 데리고 화장실에 갑니다.

허리를 숙이고 홍아 똥을 닦는데,

으헉!!! 고구마가 가슴에 정통으로 멕혔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못 쉬겠습니다.

꺼억, 꺼억하니 물이 넘어오지만 못 토하겠습니다.

바로 또 내려가 고구마와 합쳐 뭉칩니다.

죽겠습니다.

 

아이는 버둥거리고 똥은 아직 많습니다.

눈물도 사치고 그저 죽겠습니다.

정신 없이 똥을 닦고 아이를 뉘인 후 제 가슴을 퍽퍽치니

물이 넘어오고 물을 게웠더니 좀 살겠습니다.

조심조심 숨을 쉽니다.

 

2. 엄마, 아빠가 어제 오셨습니다.

고구마를 먹고 고생한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일은 추억이 됩니다.

하하하, 웃으며 그런 일도 있었어, 합니다.

그러자 엄마가 옛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할머니가 그 친구의 동생에게 고구마를 먹였답니다.

그런데 고구마가 막혀서 아이가 죽었답니다.

그 일로 아이의 어머니는 정신을 놓았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슬퍼지고 숙연해집니다.

 

백만 번을 체하더라도 제가 고구마를 먹고 막히는 것이 낫겠습니다.

아이가 많이 자랄 때까지 고구마는 함부로 먹이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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