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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7월 25일~7월 27일 폭우로 물바다가 된 농성장 그리고 감동적인 시 두 편

** 이 글은 피해 노동자와 함꼐 농성중인 대리인 분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

 

7월 25일 월요일 농성 54일차

 

1.

 

다시 허리가 아프다. 쉽게 좋아지지 않을 모양이다. 한의원가서 침맞고 왔다.

 

2.

 

마리 농성장에서 비정규직 희망걷기 기획회의를 했다. 요즘은 ‘희망’이 컨셉이다. 롯데손보 청소노동자들과 재능교육 농성장, 마리농성장, 우리 여가부앞 성희롱 피해여성 농성장을 하루동안 순회하며 선전하고 집회하고 그런 프로그램이다. 농성장들 여러곳이 가까운데 이웃해서 살고 있으니, 이런 기획이 다 나온다. 8월 9일 마리에서 출발해 다른 농성장을 돌고 우리 농성장에 와서 한여름밤의 영화제든 문화제든 하기로 했다. 어렵지만 씩씩한 이웃집 사람들과 마실 나들이 하는 셈이다.

 

3.

 

금속노조 사무처 동지들이 촛불문화제를 주관하는 날인대 비가 억수로 와서 피켓들고 선전전만 잠깐 했다.

 

4.

 

지회에서 오늘 조합원들이 올라오지 못해 지역 다른 사업장에서 동지가 오셨다. 밤샘농성 함께 해주러 오신것도 고마운데 선물이라며 호루라기 두 개를 주신다. 혹시라도 언니랑 나랑 여자들만 있을때 술취한 취객이든, 침탈하는 구청 직원이든, 용역경비든, 불청객이 오면 힘껏 불으라고 한다. 음---, 건물주든 경찰이든 구청직원이든 침탈해서 강제철거하려고 마음 먹으면 우리가 힘으로 당해낼 방법은 없다. 호루라기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도 하지만 아껴주는 동지 마음이 예뻐서 언니도 나도 목에 걸고 다닌다. 호루라기 불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동지들, 혹시 호루라기 소리 들으면 얼른 와서 도와주삼. ^^

 

 7월 26일 화요일 농성 55일차

 

1.

 

오전 10시 지대위회의를 했다.

50일 문화제에 대한 평가가 좋다. 사람들도 많이 오셨고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발언도 좋았고 공연도 좋았고, 사회도 좋았고,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음에 또 오겠다고 결의할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들이 나온다. 모두 고맙다.

휴가기간 농성장 조직에 대한 논의와 2차 전국동시다발 1인시위를 8월 18일날 하기로 했다.

 

2.

 

지난주 금요일날 산재신청을 내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 기자가 한명도 안왔다고 언니가 실망했었는데, 오늘 여기저기 언론에 기사가 떴다. 엠비엔 뉴스, 중앙일보를 확인했다. 기사들이 잘 나왔다. 다행이다. 언론의 평가처럼 이 사건의 산재가 인정되어 직장내 성희롱 당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줄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3.

 

비가 많이 온다. 그냥 많이 오는게 아니라 뚫린 하늘구멍으로 쏟아져 내린다. 퍼붓는다.

진보신당에서 촛불문화제 주관하는 날인데, 서울시당 동지들, 여성위원동지들 오셨다가 다음에 다시 기획한다고 약속하시며 가셨다.

 

김수경동지와 김홍춘동지, 언나와 나랑 넷이 비소리 안주로 술을 먹었다. 여자들끼리 수다도 즐겁고 가기전에 김홍춘동지가 시를 주고 가셨다. 다음에 진보신당에서 촛불문화제 하거든 낭송하려고 마음먹었다.

예쁜 시 고마워요.

 

 


 

 

망초꽃 당신

- 금양물류 성추행해고노동자의 외침

 

김홍춘

 

나를 죽여 묻었습니다

내 살같은 내 새끼들 때문에

참고, 참고......또 참았던

가엾은 나는 묻혔습니다.

 

내 무덤에 망초꽃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잎이 겁도 없이 말합니다

사람답게 살겠다고

아무리 밟아도 아무리 몰아쳐도

거세게 살아

내 땅을 정갈하고 곱게 다녀나갈거라고

꽃은 작은데 세상이 다들리도록 말합니다

작은 주먹으로 눈을 훔치며 꾹꾹 다짐합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흰꽃이 세상을 덮어

꽃 아닌데가 없습니다

흐드러진 꽃더미 하얀 빛이 눈부셔

올려다 본 하늘에

꿈꾸던 세상이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제 울지 않고 성큼 걸어보렵니다

억울하게 우는이 없는

우리의 평등한 세상을 향하여

 

 

 7월 27일 수요일 농성 56일차

 

1.

 

어젯밤 11시쯤 잠들었는데 새벽 2시 모두 일어났다. 조합원들 두명과 언니와나, 텐트안에 앉아서 쏟아지는 비를 본다. 비닐을 때리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비닐에 구멍이라도 날것 같고 바람이 부는구나, 했더니 천둥 번개가 장난이 아니다.

일어나서 번갈아거며 청계천 수위확인하다 수위가 청계천양쪽 벽의 중간을 넘은 다음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천막과 스타렉스를 버려두고(미안해!) 금속노조로 철수했다. 비가 앞에 보이지 않게 퍼부어서 천막이 떠내려 갈까봐 걱정도 되지만, 큰일나면 안되니까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오전 9시, 집회신고하러간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가보니 물에 잠긴 거리에 쓰레기 떠다니고 스타렉스 농성차는 바퀴가 반정도 물에 잠겼다고 한다. 다행히 오전부터 비가 좀 덜 와서 물이 빠져 하루를 더 버틴다. 오늘 저녁에는 또 얼마나 비가 오려나. 여러동지들이 걱정하며 전화하신다.

 

동지들, 아직 텐트가 떠내려가지는 않았고 무사하답니다. 오바!

 

2.

 

세상에 비가 이렇게 쉼없이 오는데 박승희 여성위원장님 오늘도 여전히 도시락을 싸서 밥심연대를 하신다. 탐엔탐스앞 처마밑에 깔판 깔고 밥을 먹는다. 이렇게 맛난 밥이 또 있을까.

지난주에 취재해간 시사인 기자가 사람과 사람코너에 기사실린 책을 들고 오셨다. 꼭 취재때문이 아니라도 다음주 수요일에는 좀 일찍 와서 함께 밥먹자고 초대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늘은 생략하실줄 알았는데, 박승희 동지덕에 조합원들이 과식을 했답니다. 고마워요.

 

3.

 

하루종일 언니와 앉아서 법률 대응준비를 했다. 가해자들이 하도 황당한 소설을 써서 보내서 일일이 반박하는 자료를 만드는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지난 한주 허리가 아파서 일을 못하는 바람에 밀려 버렸다. 빨리 마무리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돼 속상하다. 허리도 아프고. 우씨.

 

4.

 

기사들을 검색하다 현차지부 강성신 동지가 쓴 시 를 미디어 충청에서 보았다. 어제는 진보신당 동지가 시를 싸주셨는데, 오늘은 강성신 동지의 시를 보고 감동먹었다. 지난주 50일 촛불문화제와 다음날 비투본 투쟁에 함께 하셨는데 언제 이런 시를 다 쓰셨을까.

강성신 동지, 고마워요.

 

 


 

 

작은 꽃 내 일터에서 웃음꽃 피우길

-현대차 성폭력 피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딸아이와 함께 뒷산

작은 능선 넘어 산골짜기

한 무더기 이름 모를 들꽃

바람에 흔들리며 피웠다.

 

홀로 핀 꽃도 아름답지만

몸과 몸 잎과 잎 부딪치며

빗님 내려 바람맞고 큰 나무사이

햇살 흠뻑 온몸으로 받으며

한 무더기 활짝 핀 꽃 아름답다.

 

동지와 함께 찾아 간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50일

아기 무덤 같은 비닐 씌워진 작은 텐트두동

가냘프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한

해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두명

15년 동안 현대자동차 소나타와 그랜저 품질을 책임졌는데

성폭력 가해자는 그 자리에서 일하고

피해인은 길거리 쫓겨난 짐승 같은 어처구니없는 세상

노동부는 노동자 편이 아니고

여성가족부 여성의 편이 나이며

인권위는 인권을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인간으로 우뚝 선 노동자

울긋불긋 펼침막 그늘아래 웃음 꽃 피운다.

 

사람도 사람끼리 한 몸으로 어우러져

인간으로 피워나면 세상 아름답다하련만

여성으로 비정규직으로 사는 세상

상처투성이 몸도맘도 아픔 뿐

돈으로 짐승으로 아픔

사람 만나 생체기 아물고

작은 꽃 일하던 그곳에서

더 어여쁜 웃음꽃 피우며 일하길

다음에 딸과 아들이 사람으로 숨 쉬며 사는 세상이 되길

 

2011년 7월 콘베이어 노동자가

(강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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