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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5일-휴가 막바지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 일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게시글)

** 이 글은 지원대책위에 함께하고 있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게시한 글입니다. **

 

한참을 퍼붓던 폭우가 잠시 잦아든 8월 첫 주,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틈을 타 8월 1일 오전 대대적인 농성장 철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0일째 단식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대한문 앞과
맞은 편의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된 데 이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노동자 분이 농성중인 여성가족부 앞의 농성장에도
철거반원들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건물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철거를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8월 첫 주에 휴가였던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들은 8월 4일과 5일에 농성장에서 함께 휴가를 보냈습니다. 

8월 4일, 어떻게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아보고 싶은
여성가족부 건물주가 오전부터 여성가족부 앞 인도에 커다란 화분들을 빼곡히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빼곡이 들어선 나무 화분 때문에
빛도 가려지고 통행도 불편해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잠시 화가 났지만 뭐, 이 정도에 기운 빠질 수야 없지요.

농성중이신 노동자 분과 우리는 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겼으니
나중에 아예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꾸며서 '8월의 크리스마스' 문화제를 한 번 하자며
깔깔대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어느새 저녁이 되고 청계광장에서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무렵,
'서부비정규노동센터' 분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지지방문을 오셨습니다.

직접 만드신 귀여운 주먹밥에 찐감자, 바나나 요거트, 파인애플, 식혜에 미숫가루까지!
진수성찬이었어요.

우리는 바로 자리를 펴고 만찬을 즐길 준비를 했습니다.



이런 멋진 피크닉에 노래가 빠질 수 없지요.

서부비정규노동센터 기타 소모임 분들의 기타 반주로 노래까지 부르면서
우리만의 '농성장 휴가'를 즐겼습니다.





밤은 깊어가고, 이야기와 노래도 깊어가고
서로 따뜻한 웃음을 나누면서 8월 4일의 피크닉은 즐겁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음 날인 8월 5일 저녁엔 대학생 실천단이 문화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발랄하고 멋진 공연, 힘찬 지지발언으로 농성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준 대학생 실천단의 문화제가 끝나고 다시 밤, 청계광장에는 밤 늦게까지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들도 지쳐 보이고, 청계천을 환히 비추던 건물의 불빛들도 사그라든 11시 이후,
우리는 농성장 텐트 옆에 자리를 깔고 조그만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농성 중인 노동자 분이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공포 영화 카테고리에 있는 영화를 한 편 선택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공포스럽지 않아서 대실망.

1시가 넘어 텐트 안으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하지만 새벽까지 청계광장 주변을 다니는 사람들과 오가는 차량들,
특히 울퉁불퉁한 청계천 도로를 물건을 잔뜩 싣고 달리는 트럭의 소음 때문에
편히 자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트럭이 다닐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새벽 6시 경 일어나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더위에 텐트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고 모기장 부분만 닫고 자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도 매우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 길 위에서 60일이 넘게 농성을 해온 노동자 분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니
정말 속상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몰려왔습니다.

그 사이 비가 끊임없이 내렸고, 폭우로 텐트가 잠기기도 했습니다.
해가 뜨면 텐트 안은 들어가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더웠겠지요.

하지만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피해자는 징계해고를 하고 가해자는 고용승계한 형진기업(구 금양물류)는
뻔뻔한 변명만을 늘어놓은 채
아직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복직을 위한 어떠한 해결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문제와 이로 인한 부당한 해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구제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엄연히 여성가족부의 역할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상적인 성희롱과 성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말해봤자 힘들어지기만 할까봐'
꾹 참고 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을 생각한다면
여성가족부가 한시라도 빨리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 현수막 및 텐트 철거 요구에 항의하기

 

- 현수막 철거 요구를 하고 있는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전화 02-3396-5982, 팩스 02-3396-4346

 

- 건물에 입주한 상가 영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여 입주사의 건물 이용 및 업무에 불편함이 있다는 이유로 용역 동원해 천막 및 현수막 철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 건물 주인 “CB Richard Ellis KOREA주식회사
전화 02-755-4833, 팩스 02-755-7991

**여성가족부 제도개선 및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전화하기
- 여성가족부 전화 02-2075-8762, 팩스 02-2075-4791, 홈페이지 www.mogef.go.kr 

**고용노동부에 해결 촉구 전화하기
- 천안지청 전화 041-560-2800~2,041-560-2881, 홈페이지www.moel.go.kr/che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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