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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지] 9월 15일~18일 잡년행동으로부터 상장을 받다!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9월 15일 목요일 농성 106일

 

한 밤에 건국대 학생행진 동지가 보온단열재 압축스티로폼 5장을 ‘들고’ 건대부터 전철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우리 농성장으로 왔다. 동지들과 텐트앞 인도에 앉아 있는데 멀리서 하얀 스티로폼이 걸어왔다. 설마 우리농성장으로 오는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우리 농성장앞에서 멈추었다. 젊은 학생동지가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세상에, 이걸들고 학교 동아리방에서 건대를 나와서 전철역으로 가서 계단을 올라가서 전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오고,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하하하, 잘 아시내요. 하하하.”

“세상에, 버리지 그랬니.”

벌겋게 열이나고 땀이 멈추지 않는동지에게 맥주를 주니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신다.

“아깝쟎아요. 이제 금방 찬바람 불텐대, 여기 깔으세요.”

세상에, 젊은 동지마음이 고맙다. 우찌 저걸 들고 여까지 왔을꼬.

 

 

9월 16일 금요일 농성 107일

 

1. 국민참여당 이혜경 여성위원장님이 기획한 버스투어를 했다. 관광버스에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 묵인하는 현대자동차! 여성들이여 분노하라!’ 프랭카드를 붙이고 4시 30분에 여가부 앞을 출발해서 5시 30분경에 양재동 본사앞에 도착하여 1인시위를 했다.

오래간만에 현대차 본사앞에 가니 새롭네. 차가 서고 우리가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검은양복에 와이셔츠입은 깍두기처럼 생긴 애들 우루루 몰려나와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한심하다. 1년 365일 낮이고 밤이고 저런 깡패들 대기시켜놓고 현대자동차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산의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든지 말든지, 성폭력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사람이 죽든지 말든지, 천년만년 그 이윤으로 저와 제새끼들만 잘처먹고 잘살면 된다는 거지. 공공의 권력은 노골적으로 현대자동차 편이고 일상적으로 용역깡패 고용해서 그 사병으로 지키면서 저 높은곳에서 잘먹고 잘사니 자본의 천국, 기업하기 좋은나라의 현대자동차 정몽구를 비롯한 당신들은 참 좋겠다. 손 안대고 코풀며 잘처먹고 잘살아 좋겠다. 노동자들의 고통의 분노가 높으니 고용하는 용역깡패의 숫자가 늘고 폭력이 는다.

 

 

2. 김태석 동지를 비롯한 충남전선 동지들 3명이 노숙농성 함께 해주러 오셨다. 김태석동지가 영화 ‘써니’를 노트북으로 켜서 언니와 농성장에 있던 동지들이 함께 봤다. 제주도 시댁에서 추석명절을 보내고 약속대로 초콜렛을 들고온 유현경동지 나위동지가 함께 영화를 보며 놀았다. 이구동성 재밌다네.

 

 

9월 17일 토요일 농성 108일

 

늦은 밤부터 비가왔다. 일찍 천막에 들어가 정신없이 잤다.

김스캇과 사회당 동지들, 마리 농성장에 있던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이 와서 놀다가 새벽에 비가오니 펜스뒤 여가부 처마밑으로 가서 앉아 비를 피했던 모양이다. 여가부 관리자들이 와서 나가라고, 처마밑도 사유지니까 나가라고 하더란다. 그냥 앉아 있으니 경찰을 불렀다네. 헐레벌떡 달려온 경찰도 나가라고 해서 법대로 하라고 했더니, 안나가면 법대로 하겠다고 큰 소리치던 경찰이 어딘가 전화하고, 그러더니 말도없이 슬그머니 그냥 내빼더란다. 그래서 그냥 처마밑에서 비를 피했다고 한다.

 

그런줄도 모르고 나는 쿨쿨 잠만 잤다. 그나저나 참 헐렁한 대한민국 법이다. 처마밑에서 비 피하는 사람보고 안나가면 법대로 한다는 말이 뭔말이니. 어디 들어갔니. 사유지니까 나가라며 경찰 부른 건물관리인이나 그런다고 와서 어벙벙 빙신짓하는 경찰이나, 참, 대한민국 법 좋다.

 

작년 이맘때는 아산공장 정규직들이 도로옆 인도를 현대땅이라고 나가라고 언니를 밀어내 입원하게 만들더니. 참, 대한민국 법 좋아.

 

 

9월 18일 일요일 농성 109일

 

어제밤 비가온다음 오늘도 비가 올까봐 걱정을 했다. 잡년난장을 하는 날인데, 오전내내 찌뿌드 하더니, 4시에 시작인데 한시부터 야시시한 예쁜 옷입은 잡년행동 동지들이 농성장에 나타나니 먹구름도 물러나더라. ^^ 날씨가 청명하고 좋았다. 잡년행동 기운에 날씨도 못당한다.^^

 

음---, 뭐라고 정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뭐랄까. 사람이 태어났으면 직접 경험해야 하는것이 있는데, 희망버스 타고 85호 크레인으로 가는것도 그렇고, 잡년난장 같은 행사도 그렇다.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가, 참.

그녀들의 젊음과 열정이 부럽고 부럽더라. 뭘해도 이쁘고 뭘해도 이쁘다. 저렇게 쏟아내고 싶은 에너지를 참으며 사는 일상은 얼마나 몸살이 날까. 내가 나이들어 늙었다는 생각이 요즘은 가끔 드는데, 음식을 가려야 할때나 몸이 아플때, 그런데 이렇게 젊은 사람이 부러우며 나이들었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다 끝내기 전에 먼저 아산으로 내려가서 좀 미안하다. 도무지 집에 갈 시간이 없어서 어쩔수가 없었다. 일요일 저녁은 미리 예약해놓지 않으면 기차표도 없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터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듯이 집으로 갔다. 쉬고 싶어서^^ 그러게 나는 늙었다구. ^^ 그렇게 서두르다 스마트 폰의 충전기와 여분의 밧데리를 모두 서울에 두고왔다. 아산에 있는 내내 불편과 불안을 번갈아했다. 늙은이에게 디지털 세상은 불편하다. ^^

 

 

잡년행진에서 언니와 나에게 상을 주었다.

 

 

상장

박사랑

 

109일 넘는 시간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을 굳세게 지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투쟁하는 박사랑님의 용기와 결단에 감동하고 지지하며 이 상장을 드립니다.

언니가 최고!

2011년 9월 18일

잡년행동

 

 

 

 

상장

권수정

 

위 사람은 여가부 앞 농성장일을 깨알같이 알며 농성장 텐트에서 고단한 생활을 하며 때때로는 용역깡패로부터 농성장을 지키는 든든하고 멋진 활동가로 그 활약이 훌륭하고 본받을만 하여 이 상장을 드립니다.

언니멋져!

2011년 9월 18일

잡년행동

 

 

우와! 노벨상 따위와 견줄수 없는 내 생애 최고의 상을 잡년행동으로부터 받았다. 동지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축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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