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민투위 동지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투쟁을 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저들의 심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건강권 쟁취투쟁은 구조조정 문제인 노동강도 저하투쟁과 결합되며, 그 핵심인 비정규직을 통한 노동력 이용의 유연화 문제와 직결됩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근골격계 투쟁은 단순히 집단요양을 성사시켜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몇 년간에 걸쳐 몰아붙이고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괴물의 심장을 향해 비수를 찌르는 투쟁입니다.
3월 11일자 노길과 그동안 민투위에서 나왔던 각종 선전물 및 자료들은 보십시오. 무분별한 특근에 따른 휴일수의 축소, 비정규직의 지속적 투입, 쉼 없는 uph up, 주야맞교대, 열악한 시급제 임금체계 등이 현대자동차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근골격계 직업병과 과로사의 직접적인 원인임이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또한 우리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대자동차 노동보건 관련 수준이 전국 최악이라는 점을 확인하였고, 사측에 의해 철저히 우리의 건강권마저 관리되고 있음도 확인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조건에서 노사가 합동으로 그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상황임도 확인하였습니다.
이제, 투쟁 목표는 분명해졌습니다. 노사합동 관리시스템을 분쇄하고, 노동강도 저하를 위한 투쟁을 전면화시켜내야 합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해온 근골격계 사업의 성과는 공격의 핵심이 대중적으로 명확히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공격목표가 드러났으면, 그 다음 순서는 그 목표를 행해 돌진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공격 목표는 저들의 심장입니다!
철저히 대중적으로! 철저히 원칙적으로!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 투쟁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우리가 이 투쟁에서 원칙을 명확히 하고, 철저히 대중적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게 노동조합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과 민투위 사업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미 그 차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대중사업의 결과로 근골격계 문제는 현장의 뜨거운 쟁점이 되었고, 전국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작년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3대 투쟁과제를 중심으로 한 2003년 위력적 대중투쟁의 전개’를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활동가들이 대중에 뒤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대중은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면서 판단하고 있는데, 활동가들은 이제야 드러난 사실에 대해 뒷북 때리는 말이나 하고, 정파적 시각에서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대중의 판단에도 이르지 못하는 얘기들만을 늘어놓으면서 정치적 행보만을 할 뿐 어떠한 행동도 벌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욱 철저히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더욱 철저히 대중적으로 사업을 벌여야 합니다. 우리가 정파적 입장에 사로잡히는 순간 이 투쟁은 패배합니다. 이미 대중이 그것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검진과 민투위의 검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노동조합 검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투위의 투쟁대열로 달려오고 있지 않는 것은 대중의 판단입니다. 이 투쟁이 특정 조직의 투쟁이 되어서도 안되고, 그렇게 조직될 수 있는 성격의 투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될 일은 위력적 대중투쟁을 만들기 위해 물꼬를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대중행동을 억누르려 하는 사측의 관리시스템과 집행부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 끝임 없이 대중적 문제제기를 하면서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대중의 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현장에서 대중적 투쟁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투쟁이지만, 불가능한 투쟁도 아닙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근골격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투위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이 대중적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여준다면 분명히 우리는 위력적 대중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개량주의와 관료주의에 젖들대로 젖어 있는 우리 스스로를 바꿔내야 승리합니다
최근 우리는 이 투쟁을 벌이면서 현대자동차 활동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관료주의, 개량주의, 조합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근골격계 문제와 과로사 문제가 대중적 관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근을 앞장서서 조직하는 활동가가 있는가 하면, 근골격계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현장에서 쏟아지자 잘못된 지식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대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공식적인 대의원회나 소위원회는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노사합동 실무위원회 교육을 실시하면서 노사합동 현장통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용을 전수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장조직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뒷북치는 입장만을 제출할 뿐입니다. 한심한 정도를 넘어 숨막히는 현대자동차의 현실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 보았을 때 민투위 역시 이런 현대자동차의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확인했으면 그 문제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게 자기혁신입니다.
그동안의 투쟁방식과 달리 뭔가 익숙하지 않은 투쟁이라는 것의 핵심은 우리가 그동안 찌들대로 찌들어 있는 조합주의적 투쟁방식을 넘어서는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공식적인 단위의 투쟁결의와 그 지침을 바탕으로 한 대중행동의 조직, 그러나 철저히 대중을 대상화시키면서 상층중심의 협상으로 흐르는 투쟁, 선전전을 중심으로 한 현장조직들의 비판과 잠정합의에 대한 부결투쟁, 1차 부결 이후 신속한 재협상과 별다른 내용 없는 2차 합의안의 통과, 다음 투쟁을 기약하면서 마무리되어 버리는 과정이 그동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했던 투쟁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투쟁은 그 출발부터 명확히 다릅니다. 처음부터 목적의식적인 투쟁계획과 조직적 준비과정, 철저히 대중적 홍보와 대중적 사업이 전제된 투쟁배치, 공식기구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사업전개, 협상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투쟁 자체의 위력적 전개를 위한 활동, 노동조합적 질서를 넘어서 전국에서 투쟁하는 단위들의 직접적 결합 등의 방식이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투쟁방식입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투쟁방식이고, 어떻게 보면 엄청 부담스러운 투쟁방식입니다. 이미 지난 세월 속에서 우리가 주요한 대중투쟁 국면에서 흔히 해왔던 투쟁방식이기 때문에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며,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조합주의적 투쟁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투쟁방식입니다. 바로 문제는 우리 스스로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이 지점이 우리가 극복해가야 하는 핵심입니다. 그게 바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통해 개량주의, 관료주의, 조합주의 등 우리 운동의 온갖 악습을 깨부수는 것입니다.
민투위 동지들!
우리 스스로를 믿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의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투쟁은 지금부터입니다. 사측의 대응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노사합동 공세에 맞서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에 맞서기 위한 힘은 민투위만으로 절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왔던 ‘현장의 힘! 대중의 힘!’으로 이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가 이 시점에 딱 맞는 것 같아서 한 부분을 적어봅니다.
투쟁에 나서면 끝장을 보아라.
투쟁을 입으로 하지 마라.
이 목숨을 다 바쳐 싸우지 않고서 이제는 끝났다 말을 말라.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