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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 겨울이 되면 군인아저씨들에게 위문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공교육의 일환으로 강제로 써야 했던 위문편지였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마음을 담아서 쓰곤 했습니다.
항상 처음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아저씨께”라고 시작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모르는 죄수아저씨께”라고 시작해야 하겠군요. ㅋㅋㅋ
몇 년 전에 구속되어 연말을 교도소에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뜨겁던 봄의 열정도 가라앉고,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길어서 싫었던 추석 연휴도 지나고,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재판도 모두 끝나고, 구치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교도소에서 겨울을 맡았습니다.
구치소보다는 교도소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편하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감을 가야했고, 면회도 1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되고,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마음은 상할 대로 상해있고, 점점 잊혀지는 것 같은 느낌에 외롭던 그 겨울이었습니다.
그때 한 교회에서 편지가 하나 왔습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저랑은 아무런 연관이 없던 곳이었고, 저에게 편지를 보내신 분은 제 이름도 틀리게 썼습니다.
투박한 종이를 찢어서 작은 무늬를 손수 만들어서 붙인 엽서 같은 편지에서 그 분은 저에게 “한 줄기 산소 같은 우리들의 희망입니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아주 짧은 그 편지를 몇 번이고 만지고 읽으면서 연말을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마음속에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분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지만
그 고마움을 이렇게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편지가 언제 동지의 손에 닿을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이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미리 보냅니다.
저는 무신론자라서 신을 믿지 않지만, 하나님은 믿습니다.
제가 믿는 하나님은 세상의 낮은 곳에서 우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먹는 철거민과 노동자들입니다.
그 하나님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다 고난의 십자가를 매고 있는 동지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저의 동지이신 예수님,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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