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2회)

1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언론에서는 흑룡 해라고 하면서 온통 희망과 기대로 떡칠을 하고 있지만, 무덤덤하게 또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아주 우울하게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설레임과 무덤덤과 우울함 가운데 어디쯤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나요?

무덤덤과 우울함의 중간쯤에서 맞이한 새해 첫 방송에서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대한 얘기입니다.

희망과 기대 속에 새해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이 방송을 끝까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우울해지거든요.

무덤덤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덤덤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울하게 새해의 달력을 쳐다보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제 얘기 한 번 들어보지 않을래요?

 

김윤아의 노래로 새해 첫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단꿈에 마음은 침식되어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내게도 이름이 있었다한들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노래

아아아

부서진 멜로디만

입가에 남아 울고 있네.

 

검푸른 저 숲 속에도

새들은 날아들고

아아아

아아아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내게도 이름이 있었다한들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노래

아아아

부서진 멜로디만

입가에 남아 울고 있네.

 

붉게 멍울 진 마음에는

일상도 꿈도 투명하여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단 꿈에 마음은 침식되어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2

 

2007년 내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10여 년간 활동했던 울산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막내 동생이 있는 경기도 일산으로 갔습니다.

“맨땅에 헤딩 한 번 해보지...”라는 마음으로 진짜로 맨땅에 헤딩을 해봤더니 머리만 작살났습니다.

20대와 같은 열정만으로 세상을 대하기에는 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턱대고 세상에 나서기에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미친 듯이 판치는 세상은 생각보다 더 차갑고 잔인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는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다 제 코가 석자였습니다.

울산과 대공장을 배경으로 내가 어깨에 힘을 주며 서 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먹어주었는데, 아무런 배경도 없이 혼자 고개를 쳐들고 있어봤지만 제대로 쳐다봐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진보와 연대와 혁명의 가치는 냉혹한 생존의 현실 앞에서 너무 허약하더군요.

 

만날 사람이 더 이상 없었습니다.

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게 됐습니다.

 

TV 보고, 컴퓨터 하고, 낮잠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밤에도 역시 TV 보고, 컴퓨터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자정을 넘기면서부터는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먹기 시작합니다.

낮잠 때문에 밤에 더 잠을 자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낮에는 지하철 종점여행을 하면서 4~5시간을 보내보지만, 역시 밤에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무기력해지는 내 모습에 한숨이 나오고, 비정한 사람들의 모습에 배신감도 느끼고, 냉혹한 세상의 현실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밤마다 먹는 술의 양은 점점 늘어서 1.5ℓ짜리 페트병 맥주 세 통은 먹어야 겨우 잠이 듭니다.

매일 술을 사러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술을 사러가는 슈퍼를 2~3일마다 바꿔서 돌아다닙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야동에 푹 빠져서 밤을 보냅니다.

새벽 1~2시면 잠들던 것이 점점 늦어져서 5~6시가 되어서 해가 밝아 와야 겨우 잠드는 일이 많아집니다.

위가 탈이 나서 헛구역질을 자주 하고, 기침이 잦아지면서 폐에도 이상신호를 보내고, 장에도 탈이 났는지 설사가 잦아지고,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 간은 과부하에 허덕이리라 상상합니다.

정신도 점점 망가져가서 야동 없이는 시간을 보낼 수가 없고, 거리를 다니는 많은 여자들이 발정 난 암캐처럼 보입니다.

심각해지는 내 자신을 느끼지만, 잠 못 드는 밤을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3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오랜 기간 고통을 견디다가 참지 못해서 그런 결정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살을 생각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2~3달의 고통만으로 충분하더라고요.

세 가지 조건만 있으면 됩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무기력한 자신,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

 

자살사이트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죽어야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주 했습니다.

멀리 가서 죽으려고 하다보면 마음이 변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지하철에 달려들면 아프지 않을까?

약을 먹으면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하던데...

목을 매달거나 물에 빠져서 죽을 때까지 견디는 건 자신 없는데...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높은 데는 올라갈 수도 없고...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 그런 어이없는 걱정들을 많이 했습니다.

 

문득문득 “어떻게 죽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술을 먹고 누워 있으면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죽으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유서에 남기는 “엄마,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는 그렇게 수없이 흘린 눈물 속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 내가 죽었다면 나는 몇 달의 고통을 끝낼 수 있겠지만, 내 죽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은 몇 십 년을 그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잔인한 짓이지요!

 

결국, 그 두려움과 슬픔을 이기지 못해서 저는 자살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두려움과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같이 죽을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 근엄한 표정으로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그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의지가 약해서 죽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과 슬픔을 가슴에 품고 용기를 내서 죽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다가 죽지 못한 사람들은 흔하게 하는 말처럼 ‘죽지 못해 사는 것’일 뿐입니다.

 

노래 하나 더 듣겠습니다.

윤심덕이 부릅니다. ‘사의 찬미’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4

 

몸과 정신을 망가트리는 술과 야동 말고 삶을 견디게 하는 다른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저와 같이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즐겼던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특별할 것도 별로 없고, 취향이 맞지 않으면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에 한정된 정보이기는 합니다.

 

가장 쉽게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겁니다.

P2P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무진장 다운 받고, MP3플레이어 같은 걸 끼고 사는 것이지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기능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죠.

그날그날 기분에 맞춰 듣고 싶은 노래들을 골라서 가까운 곳을 거닐어 보는 겁니다.

제가 살던 일산에는 커다란 호수공원이 있어서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2시간 정도는 몸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그렇게 음악을 듣다보면 가사와 멜로디에 깊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냥 흘려듣는 음악들과 달리 영혼의 위안을 느끼게 합니다.

 

또 하나는 책에 빠져 보는 겁니다.

요즘은 공공도서관들이 곳곳에 있어서 책을 빌려는 것이 쉬운 편입니다.

시설이 괜찮은 도서관에서는 편하게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지하철 종점여행 같은 걸로 시간을 때울 때도 멍하니 있는 것보다 책에 빠져 있으면 시간이 잘 갑니다.

지식을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읽는 책은 대화하듯이 편한 책들이 좋더군요.

물론, 책이 재미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몇 년간 제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모아놓은 곳이 있습니다.

이곳(http://blog.aladin.co.kr/771153103)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보세요.

웬만한 것은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비교적 값싸고 좋은 방법입니다.

서울 같은 경우는 일반 멀티플렉스 상영관만이 아니라 예술영화전용관들도 많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팔면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2~3일 정도는 마음이 여유로워지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보면 돈 들이지 않고 좋은 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제가 가장 애용했던 곳은 영상자료원입니다.

서울의 북서쪽 끝인 상암에 있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갈아타면서 가야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3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극장 시설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고요.

독립영화나 고전영화, 외국의 다양한 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는 좋은 공연을 보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지역마다 공연시설들이 들어서서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즐겼던 것은 EBS에서 하는 ‘스페이스 공감’이었습니다.

EBS가 서울의 남동쪽 끝인 매봉역 근처에 있어서 일산에서는 조금 멀기는 했지만, 150여 명 정도가 들어가는 아담하고 시설 좋은 공연장에서 수준 높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주중에는 매일 무료로 공연이 진행되는데, 경쟁률이 놓아서 몇 번 신청을 해야 당첨이 됩니다.

유명한 가수의 공연은 당첨 확률이 떨어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나 연주자의 공연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2장의 표를 주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가서 봐도 되고, 혼자서 가서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한 번 당첨되고 나서는 얼마 동안 당첨에서 제외되기는 하지만, 3~4개월 후에 다시 시도하면 좋은 공연을 또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영혼에 위안을 주면서 버틸 수 있기는 했지만

암환자에게 진통제를 아무리 투여해도 잠시 고통을 잊게 만들 뿐인 것처럼

고통을 안겨주는 삶이 변하지 않는 한 문화생활이라는 것도 진통제일 뿐이기는 했습니다.

 

 

5

 

그렇게 일산에서 2년을 버텼습니다.

울산을 떠날 때 손에 들고 있던 얼마 되지 않는 전세금도 다 까먹고

몸과 정신은 심각한 상태로 나빠지고 있는데

재기를 위한 몸부림을 확실하게 짓밟아 버리는 일도 일어나서

더 이상 비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왔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행복했습니다.

편안한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을 호흡하면서 여유를 찾고

귀여운 조카들의 웃음을 보면서 오래간만에 웃어보기도 하면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천국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소일거리 한다는 생각에 밭일을 도우려다가 가치관의 차이로 부모님과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가부장 질서가 강하게 남아 있는 촌 동네는 위축된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고

아주 작은 공공도서관과 시내에 있는 멀티블랙스 영화관을 빼고는 문화생활을 즐길 거리도 별로 없고

불편한 시외버스를 타고 종점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결국, 혼자서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보거나, 잠을 자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보낸 기간이 또 3년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일산에 있을 때는 뭔가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끔찍해서 “어떻게 하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었는데

제주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면서 소설이라는 것도 써보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싶어서 유일한 자산인 책들을 나눠주기도 해보고...

블로그를 통해서 이런 저런 글들도 올려보고...

그렇게 3년 동안 아주 천천히 내 자신을 쓰다듬었습니다.

 

아직도 답답함으로 꽉 찬 가슴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숨을 쉴 수는 있습니다.

 

이상은의 ‘바다여’를 듣고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바다여 바다여

작디작은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오랜 옛날 한 청년이 배를 타고 흘러흘러

작은 섬, 남쪽의 나라에 와서 살았다네

그 바다에 지금 그대와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은 가장 빛나는 파란 보석

 

바다여 바다여

크디크던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작디작은 내 꿈도 이젠

그대의 앞에선 반짝반짝 별 하나 되네

 

세상을 바꾸려고도 해보았고 사람들도 도와주며

세상이 가르쳐 주는 대로 살기 싫어 떠났다네

땅에 떨어진 씨앗이 죽어서 더욱 큰 꿈으로 자라나

고운 열매와 붉은 꽃이

 

우...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건 알고 있겠지

우... 새벽 4시의 편의점에서 우는 그대여

우... 그대의 사랑으로 세상은 1mm 쯤

우... 아름다워졌을 거야 그러니 괜찮아

 

바다여 바다여

크디크던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작디작은 내 꿈도 이젠

그대의 앞에선 반짝반짝 별 하나 되네

 

친구여 친구여

우리가 녹아버린 시간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영원 속에 녹았을 뿐

 

이름 모를 꽃과 새들이 있는 먼 먼 남쪽

그는 또렷한 눈매의 별과 함께

영원히 살아가네

 

 

6

 

우울증이 대인기피증으로 바뀌고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던 것이 새벽마다 잠에서 깨는 것으로 바뀐 것이

지난 5년 동안 변해온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심조심 살아가는 이곳에도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가 심해졌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 없이 방에 틀어박혀 있는 아들과 달리

어머니는 잠시도 쉬지 않고 밭일과 집안일에 미친 듯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약을 먹고 잠드시는 어머니는 아들이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에 12시쯤에 살며시 깨고

약 없이 12시 넘어 잠드는 아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난 어머니의 집안일 소리에 깨어납니다.

서로가 미안해하는 걸 알기 때문에 깨어나서도 그대로 누워있습니다.

아들은 날카로워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걱정해서 조심조심합니다.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버티고 계신가요?

 

 

 

------------------------------------------------

지난 방송에서 영화 ‘로제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로제타에게 제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신뢰나 친밀함도 없는 로제타가 단지 스무 살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대뜸 반말을 해버렸습니다.

누군가 처음 보는 사람이 나보다 스무 살 쯤 많아 보인다는 이유로 대뜸 반말을 하면 엄청 기분 나빠하면서 말입니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렇게 삶 속의 작은 권력 하나씩을 쌓아가는 것인지...

-------------------------------------------------

다음 방송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방송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공개합니다.

성민이 mk102938@hanmail.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