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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스워 보이냐? (40회)
1
20년쯤 전,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에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의 감동과 여운이 강해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며칠 전에 그 영화를 20년 만에 다시 봤습니다.
휴~ 무지무지하게 관념적이고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그때의 감동을 되살리고 싶어서 2시간을 참고 봤는데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하하하
그때는 이런 영화가 제 코드에 맞았었나 봅니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사들의 얘기인데, 그 천사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만히 그의 곁으로 가다가서는 그의 어깨나 머리에 손을 얹고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기도 합니다.
인류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그 천사 중에 한 명이 인간이 돼서 즐거움과 고통의 감정을 직접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인간이 된다는 내용인데...
이 영화를 소개하려고 얘기를 꺼낸 건 아니고요, 이 영화를 소개하는 문구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실래요?
한번 상상해 보라.
영화를 보는 당신 곁에서
눈물짓고 박수치고 웃고 탄식하는 천사가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고,
그래서 당신이 감동하는 순간
천사가 당신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마음을 읽고 있다고...
상업적으로 과장된 문구이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지요?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세요.
지금 천사가 여러분의 바로 옆에서 당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전영이 부른 ‘모두가 천사라면’ 듣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날개가 달려있겠지 하하하하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비행기도 필요없는데 하하하하
우리 오빠처럼 뚱뚱한 사람들은 어떻게 날아다닐까
천사의 마음 갖고 싶어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천사의 노래 부르면서
끝없는 사랑 간직하리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 곳은 천국이겠지 하하하하
우리 마음속에 욕심도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눈물은 사라져가고 하하하하
우린 꿈을 꾸듯 언제나 행복하게 이리 저리 날아갈꺼야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우린 나비처럼 춤추며 날아가고 별나라도 구경하겠지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우린 다정하게 별나라 이야기를 도란도란 속삭이겠지
2
이번에는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이 노래를 어떻게 들려드려야 하는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이 방송이 읽는 라디오다보니까 노래를 선택할 때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곡이나, 가사가 매력적인 곡들을 중심으로 고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들려드리려는 노래는 이런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노래입니다.
인디밴드인 3호선 버터플라이가 부른 ‘스모우크핫커피리필’이라는 노래인데...
노래가 많이 요상합니다.
가사도 뭔 말인지 모르는 말이 반복되고
연주도 이상한 형태로 조금씩 바뀌면서 반복됩니다.
일반적인 듣는 라디오라면 이 노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그냥 들려드리면 되는데
연주가 중심이 되는 이런 노래를 읽는 라디오에서 소개한다는 것은 좀...
그런데도 노래가 워낙 독특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정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면 들을 수 있겠지만
읽는 라디오의 최대 장점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에 대해서 설명한 짧은 글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일그러뜨린 시적 표현과 반복을 통해 몽환적인 정서를 전달한 이 곡은 ‘나지막한 보컬의 읊조림과 정제된 비트가 뭉쳐진 인상적인 사운드’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히히히, 이 글로는 어떤 노래인지 이해하시기 어렵겠지요?
물론, 가사만으로 들려드린다고 해도 직접 듣지 않는 한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대신 여러분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노래를 한 번 즐겨보세요.
음악 장르와 악기 편성, 박자와 멜로디 등 모든 것을 여러분이 상상하면서 만들어보세요.
그렇게 상상하면서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편곡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모우크핫커피리필’를 들어볼까요.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우~우~우~ 아~아~아
우~우~우~ 아~아~아
우~우~우~ 아~아~아
우~우~우~ 아~아~아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붉은눈시울망초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심장을누르는돌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붉은눈시울망초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뜨거운피귀뚜리피리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붉은눈시울망초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심장을누르는돌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붉은눈시울망초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지나가는흰구름이쓰는이름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붉은눈시울망초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심장을누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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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눈시울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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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피귀뚜리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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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눈시울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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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뜨지않고니가뜨는밤)
하하하하, 어떠셨습니까? 재미있었나요?
뭔가 매시지가 있는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그런 야릇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이 노래를 듣고 나니까 갑자기 저도 노래를 하나 만들어서 부르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노래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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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이천원짜리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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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이천원짜리디스
우~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아
휴~우~우우우우
오래된푸쉬맨빈자리
(자판기커피사백원
담배는이천원짜리디스)
시원한찜질방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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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천사골동품
(자판기커피사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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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컴퓨터인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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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
여러분도 한번 노래 만들어보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3
어제 자다가 꿈을 꿨는데
그 꿈이 참 묘합니다.
제 꿈 얘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을 나갔거든요.
차도 사람도 없는 한적한 길을 한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걷다보니 조그만 공원에 이르렀습니다.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관리사무소처럼 생긴 조그만 집 입구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더니 누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를 한 여자였는데
전자 기타를 들고 나와서는
집 앞에 있는 앰프에 기타를 꽂더군요.
간단한 준비를 마친 그 여자가 얼굴을 들었는데
얼굴에는 이상한 문신들이 잔득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데...
분위기가 오싹 하더라고요.
그는 무표정하게 선 채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저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가만히 서서
그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줄을 튕기면서 시작한 연주가
조금씩 소리가 커지더니
점점 기괴한 연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계속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저는 꿍꽝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면서
가만히 그를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기괴한 기타연주가 점점 빨라지더니
그가 야릇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드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노래를 부르더군요.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이 빛을 냈습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 응?
왜? 아무 말도 못하는데? 응?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고? 응!
왜! 아무 말도 못하냐고? 응!
내가 미친년 또라이 같아 보여?
이 얼굴에 있는 문신들이 이상해?
이 문신들 하나 하나에 담긴 뜻을 설명해줄까?
이 문신들 하나 하나에 흘린 피를 얘기해줄까?
나에게서 건질 것이 있을 때는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잖아
내가 순진해 볼일 때는 더없이 상냥하게 대해잖아
나를 욕망할 때는 무지무지 부드럽고 뜨거웠잖아
나 아직 젊고 뜨겁거든
일로 와, 놀아줄게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 모른다고 했지?
인간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숙해진다고 했지?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악이 쏟아져 나왔지만 마지막에 희망이 들어있었다고 했지?
그 희망이 이 문신이야
가까이 와서 만져봐
내 가슴에 꽂혔던 너의 칼로 하나씩 팠어
싸늘하게 돌아선 너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피를 마셨지
도와달라는 외침을 못 들은 척 지나가버리는 너를 이마에 그렸어
역겨운 표정으로 찡그린 너의 눈을 생각하면서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았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이상 봐주지 않는 너를 위해 만든 것들이야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그 눈을 파 버리겠어
아무 말도 하지마! 그 입을 찢어버리겠어
그냥 즐겁게 나랑 놀기만 하면 돼
이 밤을 나와 함께 즐기자고
그는 노래를 끝내고도 저를 가만히 쳐다봤습니다.
무표정한 표정에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슬퍼서...
울고 있는 저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그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기다린 풀잎 하나를 뽑아서
풀피리를 불었습니다.
살며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제 어깨에 앉더니
풀피리 소리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봄은 다가오는데
아직 눈이 녹지 않았네요
햇살은 따뜻한데
차가운 바람이 내 손을 건드리네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행복을 즐기고 있었는데
당신의 소리가 문틈으로 스며들어
나를 울게 했어요
고마워요
울게 해줘서
제 연주가 끝나자
새는 날아가 버렸고
무표정하게 저를 바라보던 그는 말없이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그곳에 홀로 서 있었는데
잠시 후 그 집의 문이 열리더니
그가 막걸리를 들고 나오더군요.
문신을 지운 그의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약간 부어있었습니다.
“술 한 잔 하실래요?”
둘이서 띄엄띄엄 얘기를 했던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계속 무표정하게 술을 마시던 그의 눈가에 살며시 물이 고이는 것 같아서
제가 살며시 그의 손을 어루만져줬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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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스워 보이냐’는
저처럼 허접한 것도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기 위해
100회까지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읽는 라디오입니다.
‘내가 우스워 보이냐’는
오늘도 하루를 그냥 버틴 분들
술로 밤을 견디는 분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분들
답답함으로 꽉 찬 가슴에 다시 답답함을 구겨 넣는 분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인 상처를 쓰다듬고 있는 분들
무능력과 무기력 속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없는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한 방송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254-10번지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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