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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의 투쟁!

1000일의 투쟁!
개정병원노동자 벌써 세 번째 길 위의 겨울맞이

전국 최장기 투쟁사업장인 군산개정병원 노동조합의 병원 정상화를 위한 투쟁이 세계인권선언53주년이 되는 오는 10일 천일을 맞는다.
개정병원 이상용 이사장의 법정구속과 퇴진, 병원 정상가동을 요구하며 99년부터 시작한 천막농성이 10일 기준 705일에 달하며 체불된 임금만 해도 33개월이다.
천일을 맞는 동안 이들이 찾아다니지 않은 곳,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다.
지난 4월에는 이상용 이사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원을 판결을 앞두고 법정구속을 위해 여섯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20일간 군산법원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지난 9월에는 전국에서 장기간 투쟁하고 있는 진해현대병원 등 6개 병원사업장 노동자들과 명동성당과 당산철교 밑에서 공동투쟁을 벌였고 지난 11월 10일부터는 조계사에서 노숙농성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상용 이사장의 부당노동행위와 이로 인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원직복직과 임금지급을 명령했지만 이상용 이사장은 어떤 법적 명령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일간 싸우면서 이들이 당한 고소고발도 많다. 33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 '이상용 이사장의 퇴진과 개정병원 정상화를 위한 전북시민사회단체대책위'(상임대표 문정현)의 김홍중 집행위원장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건과 노조 김은혜 지부장에 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의 건은 아직도 재판에 계류중이다.
병원이 해를 넘기도록 파행으로 운영되자 노동자들은 군산노동사무소와 검찰에 대해 공정하게 사건을 수사하기를 촉구하며 수 차례 면담과 농성을 벌였다.
노동자들의 바램에도 아랑곳 않고 재판정은 지난 4월 징역 1년과 벌금70만원, 집행유예 2년으로 이상용 이사장을 풀어줬다. 재판으로 노동자들이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동자들이 길 위에서 천일을 보내는 사이 지난달 26일 개정병원은 군산경암학원재단에 경매로 넘어갔다. 이상용 이사의 구속과 체불임금 해결, 원직복직에 어떤 해답도 없이 개정병원 노동자들은 이제 세 번째 겨울을 길 위에서 맞이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듯 우리 싸움도 희망이"

두 겹 천막으로 서해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봄을 기다려 온 지 3년이다. 힘겨운 투쟁 속에도 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안타깝게도 두 노동자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99년 4월 27일 월요일, 부임한지 3개월이 채 안되어 휴업한 이상용 이사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서천서해병원에 처음 갔을 때, 간병인으로 일하던 정길순 씨(61·남)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내가 17년간 병원일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때 처음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지. 그날 이후 나는 이 사회가 도무지 상식적이질 않고 노동자의 진실은 외면 당하면서 가진 자의 거짓은 진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알았어."
'예순하나'라는 나이에 투쟁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는가 라는 질문에 "이 나이가 되면 사회에서 필요없는 인간이 되잖아. 나는 이 나이에 비로소 세상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 힘들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 여유가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씨의 새끼손가락에 봉숭아물이 남아있다.
정씨는 "내가 보기에 우리 싸움은 노동운동에 큰 교훈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며 "지부장님이 처음 생각했던 이상으로 애를 쓰고 있지. 동지들 위해 저렇게 큰 빛을 내고 있어"라며 말을 맺었다.
원무과에서 일하던 문선예(29·여) 씨는 서천 서해병원으로 항의하러 다니던 99년 4월 임신 8개월이었는데 아이가 벌써 3살이다. 지난 봄에 태어난 둘째 딸 지민이는 7개월이나 됐다.
"99년 9월에 업무복귀 했을 때가 지민이 가진 지 얼마 안될 때였는데 먼지와 곰팡이 낀 서류정리를 하면서 많이 속상했지요".
당산철교 아래와 명동성당, 조계사로 상경투쟁을 담당하는 대외협력부장 김현배(39·남) 씨는 "함께 싸움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병원으로 간 사람이 4-5명 정도 돼요. 그래도 그 사람들 하나도 밉지 않고 오히려 자기 몫만큼 해줬으니 고마울 뿐이죠"라며 미소 짓는다.
천일 동안의 힘겨운 싸움 속에서도 농성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투쟁 속에 태어난 다섯 명의 아이들은 이들의 마음에 희망의 싹을 틔우며 무장무장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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