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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민주노동당에 좋은 일 많을 것” 진보정당 원내진출, 평가와 과제 - ② 주대환 정책위의장 인터뷰

“올해 민주노동당에 좋은 일 많을 것”
진보정당 원내진출, 평가와 과제 - ② 주대환 정책위의장 인터뷰


심형준 기자

프로메테우스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첫해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남겨진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 인터뷰를 마련했다. 두 번째 인터뷰 상대는 민주노동당 주대환 정책위의장. 지난 21일 민주노동당 여의도 중앙당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에 대한 평가와 올해 전망, 최근 윤종훈 씨의 사퇴를 놓고 벌어진 파문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그는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걸었다. 노동자 민중이 꿈을 키우고 있는 10석짜리 미니 정당에게서 거인의 꿈을 꾸고 있었다.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 속도를 바라볼 때 급격히 아마도 20~30년 안에는 통일도 이뤄지고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현대적인 사회복지국가가 될 겁니다. 거대한 흐름을 주도하는 민주노동당은 그때쯤이면 아마도 급격히 보수정당화 될 겁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은 거기까지고, 임무를 다한 뒤에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탄생한다고 보는 거지요.”

21일 오후 민주노동당으로 주대환 정책위의장을 찾아갔을 때 그는 가장 먼저 액자에 담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자신과 부인이 어느 봄날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그는 원내에 진출한 한국 유일의 합법적 좌파정당의 정책라인 수장으로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정하게 부인의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었다.



올해 전망 … 한국노총까지 조직 확대 예상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먼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이후 활동에 대해 “일단 원내 활동만 본다면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상임위 별로 베스트 의원에 들어가는 것을 볼 때 일단 선수들이 강물에 뛰어들어 적응은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그 선수들이 당의 정책을 얼마나 의회 내에서 의제화, 법제화 시켜냈느냐 하면 아직은 썩 만족할 만하지 않다고 냉정한 평가를 하고 싶다”며 “일단 첫 원내진출 후 비행기가 연착륙은 했다”고 말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 물었다.

“올해 전망이라? 올해도 당에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원내진출 이후에 겪은 혼란과 충격들도 제자리를 찾아 수습될 것이고, 본격적인 활동 특히 진보적 의제들을 원내외에 좀 더 쟁점화 시키는데 진일보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그는 올해 민주노동당의 조직적인 기반이 한국노총까지 확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면에서 당이 질적 발전을 겪으며 그동안 운동권 정당으로 성장해온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정당으로 채질개선에 따른 변화가 이뤄질 겁니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운동권적 정파 대립으로부터도 자연스럽게 벗어 날수 있겠지요.” 

“사회당과의 통합은 … 글쎄요”

주 의장은 사실 몇 년 전에 사회당과 민주노동당간의 통합을 추진하다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는 올해 좋은 일이 많아져서 사회당과 통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걸면서도 몇 년 전 경험을 털어놨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무엇을 해서라도 반드시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시 노회찬 총장이나 권영길 대표에게서도 나왔지만 몇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었어요. 그렇게 답답하던 차에 내가 나서서 당시 사회당 최혁 씨와 구체적인 안을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는데 밀실협상이다 뭐다 갖은 비난이 쏟아졌지요. 우선 안을 만들어야 내용이 공개되고 제안도 할 수 있고 당원들이 평가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에 대한 조율도 늦어졌고 아쉽게 안 되게 됐지요. 그래서 나를 공격하던 사람들은 내가 그것을 크게 잘못한 것으로 평가를 내리는데...”

“사회당과의 합당은 민주노동당이 몸이 달아 있을 때 했어야 하는데, 그 전 해에 동대문하고 구로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해 고배를 마시고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였지요. 그 위기감이 사회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그럴 때 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민주노동당은 지금 포만감에 생각이 없단 말이에요”

“나는 사민주의자”

주 의장은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는 “70~80년대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사회민주주의는 개량이다, 혁명에 반하는 것이다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왔고 아직도 사민주의다 하면 나쁘게 보는 운동권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주 의장 자신은 유럽의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 보수화로 진행되면서 보인 모습의 사민주의가 아닌, 한국 현실에서의 좌파적 합법정당에 걸맞는 사민주의자를 자처했다.

“나는 공공연하게 말하지만 사회민주주의자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미래의 역사에서 한국노총을 아우르고 사회당과 녹색당의 흐름들을 아울러서 한번쯤 어떤 예를 들면 당의 이름도 사회민주당으로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내부의 모든 문화도 현대적인 것으로 바꾸고, 사민주의는 한국에서 이런 것이다 보여주고 싶어요”

“유럽의 사민주의는 이미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서 그 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보수당이 됐고 신좌파 등이 나타나서 사민주의의 보수화를 비판하고 있잖습니까? 이는 당연한 현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후기 자본주의로 급격하게 변화해 왔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좌파정당은 아직 없었단 말이지요.”  

때문에 그는 한국에 형성되고 있는 진보정당의 흐름이 아직은 유럽의 사민당들과는 달리 진보적 체제를 구축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의장은 또 현재 사회당과 녹색당 등 좀 더 래디컬한 세력들이 한국의 사회민주당 출현을 도와 당내에서 좌파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일정 단계에 가서는 보수화될 민주노동당과 차별된 새로운 진보정당을 출현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걸었다.

다음은 주대환 정책위의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프로메테우스 :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평가한다면 ?

주대환 :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은 여당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자기 자신도 빠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당장에는 여당 지지율이 더 나빠져 작전이 성공하는 듯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수구꼴통 이미지가 누적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도 그 내부구성이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집권여당으로 총선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했으면 그 여세를 몰아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해 냈어야 했다. 이것이 개혁이고 역사발전 방향이라고 국민에게 당당하게 제시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당장에는 지지를 못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지율이 상승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첫 원내진출 후 비행기가 연착륙은 했다”

프로메테우스 : 민주노동당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주대환 : 일단 원내 활동만 본다면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상임위 별로 베스트 의원에는 들어가는 것을 볼 때 일단 선수들이 강물에 뛰어들어 적응은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수들이 당의 정책을 얼마나 의회 내에서 의제화, 법제화 시켜냈느냐 하면 아직은 썩 만족할 만하지 않다고 냉정한 평가를 하고 싶다. 일단 첫 원내진출 후 비행기가 연착륙은 했다.

프로메테우스 :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아직 선언적이고 대중에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주대환 : 지금 당의 자체 실력에 비해서는 과분한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5% 전후의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때는 무언가 기대하는 바도 있고 이유가 있겠지만, 거기에 얼마나 부응을 하고 있느냐 묻는 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부응이라는 것의 핵심은 현대적인 복지와 사회안전망으로써의 무상교육 무상의료 체제 등인데, 한국자본주의가 한참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의 중진국 적인 단계가 아니라 이제는 성숙한 자본주의 모순이 극대화 돼서 나타나는 후기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선 지금 이 시대, 현 단계를 살고 있는 대중들이 진보정당에 걸고 있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공약이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원내 정치 무대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그 구체성이라는 것이 나올 수 없는 것이고 보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하나마나한 비판이 될 수 있다. 아직 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놈 보고 왜 옷이 말라 있느냐 하는 것과 같다. 물에 들어가야 물에 젖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작년에 원내진출을 했지 않나.

당의 통일과 사회민주주의 두 가지 길

프로메테우스 : 당은 통일과 사회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지향이 있는데?

주대환 : 나는 통일이라는 큰 과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통일과 사회민주화가 같이 동시에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당에 통일에 대해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온전한 국민국가를 형성을 해야 된다는 의미에서 남한은 아직 정상적 국민국가가 아니다. 국보법 문제는 분단이 바로 존재의 근거가 되고 있다. 또 국보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 남한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  

나는 통일과 사회민주주의를 2, 30년 안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이 땅의 통일이라는 것이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달성 될 것인데, 남한은 이미 온전한 국민국가에 90%까지 다가갔는데 이제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 굉장히 좋은 나라를 만들면 통일이라는 것이 더 빨리 다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정파대립의 최고 전성기, 구시대의 유물은 곧 사라질 것”

프로메테우스 : 정파는 언제쯤 사라질 것으로 보나?

주대환 : 정파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72년부터 87년까지 파쇼체제 15년과 그 뒤 민주화 과정의 15년간을 합쳐 거의 30년간 형성된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관념이었다. 정파란 이제 역사의 흐름과 함께 소멸될 수밖에 없다. 현재 양자는 서로 비판하지만 시대착오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당은 이미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원이 늘어나면서 정파의 영향을 안 받는 당원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정파가 이 같은 재생산 속도보다 더 급속히 확대되 나간다면 모르지만 지난 시기의 관념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이해가 될 리도 없고 오히려 정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그렇게 보자면 지금이 정파대립의 최고 전성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더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윤 연구원 문제, 노동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

프로메테우스 : 윤종훈 연구원 사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당이 고급인력에 대한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주대환 : 단순히 돈의 문제는 아니지만 당이 전문가를 고용했는데 정상적인 노동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고 좋은 사과는 먹으려 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윤 회계사처럼 배고픔을 참고도 일을 하는 고급인력들에게 당이 최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 정당의 생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당은 또 이번 윤 연구원회계사 문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한편으로 윤 연구원이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우려하고 지적한 문제도 실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당의 정체성이라 할 부유세가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에 흔들려서 되겠느냐는 지적에 나도 동의한다. 다만 나는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도 본다.

프로메테우스 : 최근 정책연구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나?

주대환 : 민주노동당이 정책연구원이라는 제도를 한국에서 처음 도입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위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의원실에서 연구원들을 부려먹기만 하고, 성과는 모두 가져간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의원실은 아무래도 어떤 외부의 압력들이 많아 흔들리기도 할 수 있지만 연구원들이 그 중심을 잡고 당론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원내 진보정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원들이 지금처럼 사기가 떨어지는 부분은 결국 두 가지다. 하나는 가난하다는 것하고 또 하나는 일이 재미있도록 만족감을 줘야 하는데 실제로 내가 취임하고 나서 7개월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제대로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프로메테우스 : 복안은 있나?

주대환 : 연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우선 당이 연구원들 격려해서 스타 연구원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 연구원의 강의를 들어보면 상당히 반응도 좋아 보다 많은 연구원들에게 당내 유명 연구원으로 클 수 있고 성취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줄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당초에 약속했던 부분까지 지켜내도록 많은 협의를 하고 있다.

2005/01/25 [17:16] ⓒpromet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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