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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05년 8월 2일... ① - 검찰청에서...

전 포승줄과 수갑을 동행(?)하고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청으로 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나 머리 속을 뒤져보니 어자피 힘든 나날이 이어지는데 이왕이면 편하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쳐볼까 고심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해 검찰에서의 조사도 중요하지만, 이런 건 저의 진정성이 '법원'에서 인정을 하는 것이 우선(1년6월을 선고 당하는 것)으로 보았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단지 구치소에서 일하면서 살다 출소를 하는 것을 원하였기에 집단에서 살기가 싫은 개인주의자인 전 독방 신청을 해서 편히 있고 싶었죠.

 

그러하기에 이 조사에서는 앞선 경찰조사처럼 하면 될 듯 싶었죠. 그러면서 수원지검에 도착은 되었고 전 그 분들과 동행하며 유치장과 비슷한 구치감이란 공간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전 밧줄과 쇠팔찌와 해어지고 어느 한 방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있다보니 저로선 불만이 생겼습니다. 바로 저로선 형식적인 절차인 검찰조사를 받으려고 아침 일찍(8~9시)부터 오후 늦게(17~18시)까지 TV나 책 같은 볼거리이나 담요같이 잠잘꺼리 없이 맨 종일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좁은 공간에서 왔다 가거나 돌면서 보내고 아니면 바닥에 누워 자기도 하였지만 정말 저로선 지루한 나날이었죠. 물론 잠시 머물다 나가는 구금시설이지만 너무하다고 생각이 드더라고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보았어요. 바로 벌금이 잇다는 걸 알 듯 모르듯하게 지내다 불심검문(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는...)으로 구금을 당하는 이들이 있는 방을 보았는데 서로들 휴대폰을 들고서 빨리 벌금 입금하라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물론 글로서 이 광경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징역살이를 해야만 하는 저로선 벌금만 내면 자유가 되는 저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노동자이나 빈민처럼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갑자기 몇백이나 몇천만원이나 내라고 한다면 좀 처참하다고 느낄 것 같더라고요.

 

그러한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다 드디어 절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고, 별 반갑지 않는 포승줄과 수갑과 재회하며 별 긴장감 없이 당당하게 검사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뭐 경찰조사와 비슷해서 별다른 건 없었지만 역시나 조서 작성 후 본인확인을 하는데 제가 지문날인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조사하는 이(계장이라고 하죠.)가 따로 이와 관련하여 진술서를 쓰라고 하였고 뭐 대수롭지 않게 그 것에 응했지요.

 

그리고 담당 검사가 여성분이었는데 저의 이 당당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며 굳이 형사처벌을 감행하는 것에 대하여 좀 안쓰럽다는 걸 느끼는 듯한 말을 한 걸로 듣었기도 하였지요. 그래도 예전처럼 윽박지른 건 전혀 없었고 인권보호를 위한다는 걸 이유로 뭔가 확인하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하는 걸 하기도 하였죠.

 

그러나 그 때 나의 실수가 있었는데 바로 당연히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심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사에 임해야 하건만, 포승줄과 수갑을 채운 채 진술을 하였다는 것이 가장 아쉬움이 드네요. 또한 검사가 그 걸 풀으라고 지시를 하지도 않았고요.

 

물론 도주의 우려가 있을까라는 염려 때문인지 몰라도 저로선 어차피 18개월 징역살이를 하겠다고 작정한 건데 저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건 좀 그렇더라고요.

 

그리면서 1시간동안 한 편의 희극다운 비극을 끝내고 다시 구치감에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포함한 상당수 - 벌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까지 - 는 수원구치소로 향하는 줄줄이 행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집에 가면서 가끔씩 보았던 아파트형 구금시설인 수원구치소에 도착하는데 밖에 보기에는 뭐 담장이 낮아서 어떻게 탈출(?) 방지를 하는지 궁금하였던 저에게 답이 보이더라고요.

 

바로 구치소 입구가 지나가더니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우리들은 거기 안에 들어가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ㅁ자형 건물이어서 속엔 비어있는 건데 밖에서 보기엔 뭔가 괜찮다는 걸 느꼈는데 안에 들어서니 벽이 잔금이나 베이지색이라선지 몰라도 좀 더럽다는 걸 보았어요. (물론 이 구치소에 대한 걸 더 말하고는 싶지만 다음에 기약하면서...)
 
그래서 우린 차량으로 내려섰고 교도관의 지시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공간에 모이더니 신원확인을 하고 각자가 소지하는 물품을 영치를 당하면서 그에 대한 본인의 확인으로서 지문날인(여기선 무인[拇印]이나 손도장이라고 함)을 요구하게 되면서 저에게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 이러한 요구에 경찰조사이나 검찰조사에서 당연하듯 지문날인을 거부한 만큼, 당연한 듯 거부하였고 그 후 이러한 행위가 저에게 엄청난 풍파가 밀려나오게 됩니다.

 

또한 '감옥인권 개선'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어 이러한 불합리에 맞설 각오는 있었지만, 이런 작은 행동으로 인하여 저에게 크나 큰 시련과 탄압이 올 것이라는 걸 미 알지는 못하였고 결국 그러한 걸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재소자의 본인확인을 위해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관련 제도가 제 앞에서 가로 막히게 되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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