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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성·인과율」 『총명한 유물론』 제2집 가을호
Stat'i i vystupleniya po filosofii, Moskva: Mir', 2015, 110-8.
Ya. E. Sten1 | 구 소련 유물론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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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성은 현실의 내재적 합법칙성2을 표현하는 철학적 범주이다. 현실의 기초는 운동하는 물질이다. 모든 운동은 이해되기 위해, 대립물의 통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내적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 현상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없다. 현실은 그 내재적 합법칙성이 반대 운동의 교대로 구성되기 때문에 변화 과정을 겪는다. 현실의 대적 운동의 교대가 하나의 운동으로 통일되는 것이 우리가 필연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제공한다. 구체적 현실에서 필연성은 일반적·추상적 필연으로 출현하지 않으며, 현실의 개별 계기 사이 관계의 불변성을 설정하지 않는다: 구체적 사태들과 개별 과정에서 필연은 우연의 형태로 나타난다.3
필연성에 대한 기계론적 이해는 우연을 배제하고 그것을 우리 무지의 결과로 여긴다. 필연성에 대한 변증법적 이해는 우연에 객관적 역할을 승인하며, 주어진 사물의 내적 본성에서 비롯되지 않으면서 이 사물의 기본 법칙과 다른 차원의 특수한 법칙들이 교대하는 결과인 모든 것을 우연적이라고 취급한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심비르스크에서 태어나고 1924년에 사망했다는 상황, 그리고 바로 레닌이 10월 혁명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로는 러시아 혁명의 내적, 기본 법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그것들과의 관련에서는 순전히 외적이고 우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레닌이 없었다면, 혁명 운동은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 수도 있다. 이는 사태들의 내재적 합법칙성이 그 자신의 구체적 실현에서, 그 사태를 지연시키거나 가속할 수 있는 그러한 종류의 사실 및 현상과 충돌하여 사태 진행에 특수한 원인에 의해 조건 지어지면서도 우연적인 성격을 띠는, 고유하고 개별적인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관점하에서 우연과 필연 사이에는 추상적인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적 필연성은 외부 조건들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길을 열어가며, 우연으로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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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율은 특수 과학들과 철학에서 현상들의 객관적 연관을 표현하고, 개별 현상을 그것이 원인의 역할을 하는 다른 현상의 직접적 결과로 간주함으로써 해명하는 범주이다. 인과율은 현상 간 상호 규정성(조건 지어짐)을 표현한다. 철학적 관념론의 다양한 변종3은 인과율을 자연 자체의 객관적 법칙성의 반영과 표현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자연 현상의 질서와 연관을 인간 이성의 내적 법칙의 결과 또는 심리적 경험의 부산물(흄·칸트·마하 등)로 취급한다. 흄은 자연 현상의 올바른 순서가 아직 인과율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신의 회의론을 방법론적으로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연속적인 운동에 관한 단순한 관찰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산 실천3이 특정 운동을 재현할 수 있음을 확증한다: “우리는 특정한 운동이 다른 운동에 의해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서 특정한 운동이 일어나는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그 운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기실 우리가 자연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고 최소한 이러한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 운동(산업)을 생산할 수 있으며, 우리가 미리 결정된 방향과 정도를 이러한 운동들에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발견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 존재들의 활동에 의해 인과율의 관념, 하나의 운동은 다른 운동의 원인이라는 관념이 확립된다. 사실, 일정한 자연현상의 규칙적 연쇄는 저절로 인과율의 관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태양과 함께 오는 열과 빛; 하지만 이는 아무런 증거를 제공하지 못하며, 흄의 회의주의는 규칙적인 이것 다음에(post hoc)가 결코 이것 때문에(Propter hoc)를 확립할 수 없다 주장에서는 그에 상응하여 옳았다. 그러나 인간 존재들의 활동은 인과율의 증거를 형성한다. 만약 우리가 태양의 빛을 렌즈에 의해 초점에 맞추어 보통 불의 빛처럼 작용하게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여 열이 태양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증명한다.”6
관념론은 인식 과정에서 실천의 역할을 경시하는데, 이로써 그것은 인과율에 대한 객관적 정당화를 제공할 수 없다. 인과율은 현상들의 객관적 연관을 반영하지만, 과학 발전의 특정 역사적 단계에서 운동하는 물질의 모든 다면적이고 보편적인 연관을 밝혀내지는 못한다. 현상 사이의 인과적 연관은 물질의 한 운동 형태가 다른 운동 형태로 이행함으로써 변화한다. 하지만 모든 물질의 운동 형태가 인간의 실천과 인식에 즉시 직접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으로서 있지는 않다. 그것들은 자연의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인식의 심화라는 무한한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밝혀진다. 따라서 자연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과학사에서 각각의 주요한 전환점마다 물질의 내적 연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수준에 맞추어 인과율에 대한 자신들의 상을 확장하고 정교화해야만 한다.
인간 실천이 그 초기 단계에서 고체와 그 기계적 성질을 다루므로, 인과율은 기계론적 인과의 형태를 띤다. 역학은 물체들의 내적 변화를 연구하지 않는다.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의 운동의 이행을 연구하면서, 그것은 이행되는 운동을 ‘원인-힘’으로 간주하고, 이행을 완료한 운동을 수동적 결과-힘의 발현으로 간주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동일한 운동을 다루기 때문에,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힘의 발현으로 힘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7
기계적 과정에 관한 연구에서 원인은 능동적 힘으로, 결과는 수동적 힘으로 표현된다. 원인과 결과는 형이상학적으로 서로 대립한다. 기계론적 관점은 현상 간 보편적 연관을 수량적 관계와 수학적으로 동일시한다. 물리적 현상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기하학적 도형들의 속성을 인식해야 한다. 기하학적 도형들에의 일반적 정의는 (고전 기계적 유물론의 대표자 중 한 명인 홉스의 의견에 따르면) 물리적 물체들(fizicheskikh tel)에의 일반적 정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질의 한 운동 형태의 다른 운동 형태로 이행을 탐구할 때, 양적 접근만으로는 그것을 이해하는 데 부족하며, 물질의 다양한 질적 형태에 관한 탐구가 요구된다. [이로부터] 현상들을 보편적 연관 속에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원인과 결과는 그것들의 형이상학적 대립성을 상실하며, 보편적 세계 연관 속에서 “이 두 개념은 합일되고 보편적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이행하는데, 그 속에서 원인과 결과는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지금 또는 여기서 결과였던 것이, 저기 또는 어느 때에는 원인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8
보편적 상호작용은 모든 사물과 현상들의 궁극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배후에는 어떠한 특별한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식은 자연의 보편적 연관을 확립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보편적 상호작용과 연관은 물질의 모든 운동 형태의 연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확립될 수 있다. “일단 우리가 물질의 모든 운동 형태를 인식하게 되면 (자연과학의 존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참으로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그때 우리는 물질 자체를 인식한 것이며, 이것으로 인식은 완결된다.”9 자연의 통일성은 자연의 모든 다양한 연관을 기계적 인과율로 환원시킴을 바탕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물질의 다양한 운동 형태가 단지 그 개별 단계들, 즉 결절점들일 뿐인 역사적 과정으로 고찰함을 통해 인식된다. 안정적이고 “분할 불가능한” 원자를 분해하고 그 발전 과정을 연구하는 최신 물리학에서 물리학자들이 변증법적 사고를 포기한 채 새로운 물질 연관에 오래된 논리적 인과율의 형태를 적용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그들은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형이상학적 사고방식으로 교육받은 물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서 그 인과성(인과율)이 세계적 연관의 단지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 (유물론적으로 덧붙여 말하자면)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실재적 연관의 부분”10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물리학자 일군은 자신의 인과율에 관한 상을 새로운 물질 연관에 적응시킬 대신, 결정론 및 자연의 보편적 합법칙성의 붕괴를 선언한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은 인과율 관념에 관한 변증법적-유물론적 이해이다.
번역: 한동백 | 집행위원
2025년 11월 30일
- 〔역자 주〕 라트비아 출신의 볼셰비키 철학자로 철학 전문 잡지 『마르크스주의 기치 아래』의 편집위원 및 1924년에서 1927년까지 코민테른 집행위원회 선전선동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대숙청기인 1937년 6월 20일 반혁명 우익 그룹에 가담하여 소비에트 정부의 지도자를 테러할 음모에 가담한 죄로 총살형에 처해졌다. 이 글은 2015년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Mir'사에서 출판된 그의 철학 선집의 『소비에트 대백과사전』 제1판(1926-47) 철학 편의 추가(1930) 항목인 ‘필연성’(제5권에 실림)과 ‘인과율’(제6권에 실림)만을 선별하여 번역한 것이다. 이 두 항목의 내용은 향후 소련의 새판 철학백과와 형제 사회주의 나라의 철학백과의 동일 항목의 내용 기술에 영향을 주었다. 원문에서 ‘인과율’ 항목의 마지막 문단의 주석 중 두 개는 지칭 출처가 불명확하여 기입하지 않았다.

- Engels F. Dialektika prirody. 2 izd. M.-L., 1929.; Deborin A. Dialektika i yestestvoznaniye. M.-L., 1929.; Plekhanov G. K voprosu o roli lichnosti v istorii. Soch. T. VIII. 2 izd. M., 1925.

- Ibid.

- Ibid.

- Ibid.

- Dialektika prirody // Arkhiv Marksa i Engelsa. Kn. II. 24-5.

- Ibid., 19.

- Engels F. Anti-Dyuring // Marks i Engel's. Soch. T. XIV. 17.

- Dialektika prirody. 27.

- IX Leninskiy sbornik. 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