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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여행

 

조상들의 묘지에 봄 여름 내내 자란 풀을 깍아주는 벌초는 추석전에 해야 한다. 그러기에 지난 토요일에 고향으로 벌초를 아침 일찍 떠나게 되었다. 날씨도 화창한 주말이고 벌초하기 좋은 날이어서인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많다. 수도권을 벗어나면서 빠른걸음으로 고향 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벌초를 위해서 마을 어귀에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그러면서도 농촌마을이 조용한것을 보면 우리가 어릴때 왁자지껄했던 그 때와는 판이하게 다름은 점점 몰락해 가는 모습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산을 올라서 부모님 묘소에 다다르니 이미 누가 와서 벌초를 산뜻히 끝내 놓았다. 바로 위의 묘를 벌초하면서 우리것도 함께 해 주신거라고 믿으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프기에 준비해간 밥과 라면을 끓여서 먹는데 산 속이라 맛있게 먹을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는데....산을 오르면서 힘이 들어서 인지 별로 먹지를 못하고 말았다.

 

 

이미 벌초를 하였지만....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좀더 잘라주고 전망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옆으로 이동을 한다. 그래도 부모님 묘는 산 등성이에 양지 바른곳에 묘셔져 있어 양호한 편이지만, 조부모님 묘는 산 속에 위치해 있고 볕이 잘 들지를 않아 잔디도 별로 없고, 묘도 상당히 훼손되어 있어 보기가 흉하다. 어릴때 매번 오르던 산이면서도 이곳을 찾아 올려면 한참을 두리번 거려야 찾아올 수 있다. 아예 고향을 모르는 자식들은 이곳을 찾아 오지 못할 것 같다.

 

 

묘지 바로 앞에 여러해전에 묘를 가린다고 베어낸 소나무가 썩어가면서 나이테가 선명하게 다시 나타난다. 처음 보는 현상이라서 사진을 한번 찍어 보았다.

 

할아버지 묘는 잡풀과 작은 참나무로 뒤 덮혔다. 이제 벌초거리가 제대로 만났다. 어제 저녁에 집에서 낫을 갈아 준비해 온 낫으로 풀을 베고, 잡목을 쳐 내고, 사방에 뒤 덮힌 칡넝쿨을 걷어내고 하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 서툰 낫질과 노동을 많이 해 보지 않아 힘이 들어도 차근차근 해 나갈수 밖에 없다. 독자로 집안을 이어온 우리집에는 가족들이 많지 않아 아내까지 함께 벌초를 하게 되었는데.... 옆에서 풀을 깍던 아내가 하는말이 '여자가 산에 와서 벌초까지 하는 집안을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올해가 끝이다. 내년부터는 다시 오지 않겠다.는 둥~ 불평을 한다. 그럴것이다. 대체로 벌초는 남자들이 하지 여자들이 산에 올라와서 벌초하는 집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편이 그런데 어쩔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불평과 함께 모기떼와 싸워 가면서 벌초를 마칠수가 있었다.


 

벌초를 마치면서 산을 내려 오면서 보니... 이산 저산에서 굉음을 내면서 벌초하는 소리들이 요란하다. 마을 어귀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나물을 다듬고 아이들을 보고 있어 인사를 드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이 할머니들도 얼마지 않아 돌아 가시게 될 터인데... 그러면 이 마을은 또 누가 지킬수 있을까? 앞으로 마을의 존폐 자체는 어떻게 될까.? 하는 마음과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들이 다 돌아 가시는것을 보면서 이 분들은 일제시대 한국전쟁 보리고개를 겪으면서 고생만 하시면서 사시다가 돌아가시는 불운한 세대가 아닌가? 하면서 슬픔마음과 그 분들이 일궈놓은 터전위에 우리들이 오늘 편하게 살아가는것이 아닌가...하면서 미안함 마음으로 가득하다.

 

다른해 같으면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하고, 비가 와도 해야 하는등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미리 벌초를 해 준 손길이 있어 올해에는 편하게 마치게 되었다. 주위의 친척들과 친구들집에 들려서 올까 연락을 하니 모두들 집에 안 계시고 출타중이다. 그러면 오는길에 상주에 귀농해서 포도농사를 하고 있는 향유네(www.hyangyou.net) 집을 방문하기로 하고 황간을 거쳐서 무작정 머리속에 있는 주소로 지도를 보고, 동네 할머니께 물어 가면서 포도밭에 가니 마침 포도를 따고 계셨다.

 

몇년전부터 서울에서 새만금에서 만났고, 홈페이지를 통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읽고 있었기에 반가이 맞아 주면서 따던 포도를 내 놓으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너무 맛있어 단숨에 놓여진 포도송이들이 사라지고.... 잠깐이라도 뭐 할 일이 없을까 하니 가위를 주면서 포도를 한번 따 보라고 하기에 잠시 거들어 주는척 해 보았다. 한참 농사철이고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별 도움도 못 될뿐 아니라 도리어 손님이 될까하여 포도와 포도주를 사 가지고 오는데 포도는 너무 푸짐하게 주셨다.


 

요즘 귀농을 한다고 해도 사회생활 끝내고 40~50 정도 되어서 귀농을 하고, 그렇더라도 성공을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는데....20대 젊은 나이에 빈몸으로 농촌에 내려가서 남의집의 일을 해 주고, 결혼도 하고, 이제는 땅도 마련하고, 마을지도자도 하고, 새 집도 곧 지을것이라고 하니 많은 고생은 했겠지만~ 이제는 자리가 잡힌듯 해서 푸근해 보이면서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다음에 편안한 시간에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조금은 피곤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하여 올해 벌초여행은 끝이 났다. 집에 와서 가져온 포도를 먹고, 포두주를 한잔 마시는데 그 맛과 향이 더욱 그득하다. 내가 소비하는 모든 상품들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아는 상품만 소비해야 하겠다고 하는 말을 한다. 그렇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농사지은 포도를 내가 가서 따 와서 먹는 맛이란 백화점에 가서 비싼값을 치러고 사와서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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