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여기까지...

2008/08/20 23:10

내 머리와 가슴에 씌워져있던 '오해'의 막이 서서히 벗겨져 가고 있다.

 

난 솔직히... 고백컨데,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농담이 아니라 나는 진짜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에도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듯,

이 세상에서는 내가 주연(즉, 세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키를 움켜 쥔?)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말씀...

 

이를테면,

주연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이야기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조연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주 엄청난 일이지만 이야기 줄기에 별 상관이 없듯이.

(주연이 잠깐 인상을 찡그리는 것은 이후 큰 병을 앓게 된다는 암시가 될 수 있지만,

주연은 기냥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이후 이야기에는 등장할 수 없듯이..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이 몹쓸병에 걸리거나 크게 다쳐도 우리는 그가 바로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왜? 주인공이니까!)

 

아무든, 각설하고.

요는 내가 주인공인 줄 알고 살아왔다는 것. (착각 지대로였지 ㅠㅠ)

그러나, 고것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이제서야(뒤늦게) 깨달았노라...

 

아 뭐~ 물론, 그동안에는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제야 깨달았다' 보다는 '이제는 주인공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근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

 

어쨌건 나는 (더이상) 주인공이 아니(었)다.

뒤늦은 깨달음을 축하하며! 건배!

 

이젠, 내가 가진 열쇠로는 이 세상도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 울 집 현관문은 열린다... 아, 다행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대개는 주연 조연 불문하고, 복사 가능한 2천원짜리 허접한 열쇠 한 꾸러미씩은 가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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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23:10 2008/08/20 23:10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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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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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안 열려서, 이 영화에서 내가 주인공일까 아닐까 고민까지나 해본겨? 장르가 코메디인가 공포영화인가는 고민 안 했어?
  2. 2008/08/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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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인지 조연인지는 생각안해봤는데,
    어쟀든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게 없더라구요....
    그걸 알고 나면 오히려 더 편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될걸요..ㅋㅋ
  3. 2008/08/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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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런 걸 깨달은 적이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꼭 주인공일필요있나.. 조연이면 어때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조연때문에 움직이는 것.... 있습니다^^
  4. 2008/08/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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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oscrum/이해력이 너무 뛰어난거냐, 부족한거냐? 현관문은 열린다 했고, 고민중이 아니라 주인공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했는데... 넌 왜 시종일관 딴소리냐? 위로를 원한 것도 아니지만, 조롱 역시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산오리/더 편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된다니, 참말 다행이에요..ㅋㅋ
    희망로자/조연 말고 행인4, 여인7, 이런건요? ^^
  5. 2008/08/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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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그생각은 못했는데.. 여인1까지는 어떻게해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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