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천왕봉 오르겠노라 작심하고 장터목에서 하룻밤 묵었다.
산장까지 오르는동안 마침,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도 나대지 않았다.
3대는커녕, 단 사흘이라도 내가 덕을 쌓은 바 없는 줄 모르는 바 아니었으니,
차마 일출을 보기까지 바랬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다음날 새벽 다잡은 마음 흔들림없이 일어나 산장밖으로 나왔더니,
세찬 바람은 산장을 뒤흔들고, 눈보라에 한치 앞도 보이지가 않았다.
가파르게 하산하는 길, 헐거워진 아이젠과 함께 내 발은 눈 속에 푹푹 묻히더라.
2.17~18 함양-백무동-장터목-중산리-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