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이나 관념이 아니라 실제로 제주의 4.3을 알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 조성봉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였다. 나는 함께 작업해보지 않겠느냐는 조성봉 감독의 제의로 조 감독의 작업실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조성봉 감독이 <제주 4.3 항쟁>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헌트"의 감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조성봉 감독을 만나 처음으로 "레드헌트"를 보았다. 충격적이었고 비극 그 자체였다. 당시 조성봉 감독은 막 "레드헌트 2"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가 강요배의 그림도 그 때 처음 접했다. 지난 4월 3일은 <제주 4.3 항쟁>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동백꽃 지다…강요배 그림·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경향신문(2008년 03월 28일 17:08:45)

“둘째 오빠가 행방불명되어 버리자 우리는 졸지에 ‘폭도집안’으로 몰렸어요.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당시 열세 살이던 나까지도 서북 청년회에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 난 그때의 충격으로 성장이 멈춰, 다 자란 후에도 몸무게가 30㎏밖에 되지 않았어요.”

제주 4·3 항쟁이 50주년을 맞는다. 1948년부터 1949년까지 2년에 걸쳐 분단을 막고자 한라산에 올랐던 1만4000여명에 달하는 일반인들이 희생됐다. 아들이 산으로 사라졌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총살을 당했고 임신부가 대검에 찔려 죽었다.

처참했던 역사는 부정됐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당사자들이, 관련자들이 세상을 떠나갈 즈음이 되어서야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하나 뼛속깊이 그 신산스러운 역사를 간직해온 개인들의 상처는 시간이 지났다고 쉬 아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4·3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책은 사라지는 역사,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를 상기시기키 위해 만들어졌다. 강요배씨가 80년대 말부터 제작했던 연작 역사화에 4·3 당사자들 34명의 증언을 모으고 책 앞뒤에 서경식 도쿄 경제대 교수가 쓴 추천의 글과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의 해설을 덧붙였다.

제주도 사람이었던 화가 강요배씨도 젊은 시절엔 정작 4·3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직접 4·3 관련자들의 증언을 듣고 답사를 다니면서 연작 역사화 ‘동백꽃 지다’ 50여점을 제작했고, 10여년 전 동명의 전시회를 통해 발표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과 똑닮은 생생한 증언을 읽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작가가 참혹했던 역사를 온몸으로 이해한 뒤 그려낸 그림을 보다 먹먹해진다. 예술의 사회적 책무를 운운하는 시대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사회의 상처, 숨겨진 역사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보듬는 일 역시 예술가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만5000원 〈 윤민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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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5 10:54 2011/11/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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