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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도 인간,

하노이님의 [제 2회 여성인권영화제, ]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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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서울에 한 번 올라오시려고 맘먹고 계시길래

기왕이면 나 영화제 준비하는 거 구경할 수 있을 때 오라고 살살 꼬셨다.

엄마가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또,

뭐 '여성인권'영화제라는 말을

흘려가듯이 던져놓긴 했지만 올라와서 행사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일지 걱정도 된다.

"학교에서 하는거야?"라는 말이나,

"네 '작품'은 언제 하는 건데?"

라는 말을 물으시는 걸로 봐서는 내가 영화제에서 맡은 부분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같은데..-_-;

 

"학교에서 준비하는 건 아니고..." (운동단체에서 주최 하는거야..)
"내가 영화를 만든 건 아니고..." (여성인권영화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선정했지..)

미처 못다한 말은, 엄마가 올라오시면 직접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쩐지 엄마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문득 좀 쫄기도 했다.

 

내 엄마와 아빠란 사람들의 딸내미에 대한 과대평가/망상증은

내가 학교에서 사시/행시를 쳐다도 보지 않고 딴 짓거리나 하는 걸로 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아빠딸은 대한민국에서 3%에 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나

어떤 일을 준비하건 내가 '중심'이 되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거라고 믿는 거는 여전하다.

나는 당신들 딸내미일뿐만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도 하다구요..

 

어쨋든 엄마가 올라오면 좋겠다.

계속해서 부산에 너무너무 가고 싶어서 이번주에는 확 내려가버릴까 하는 충동에 크게 휩싸였지만

내가 내려가게 되면,

분명, 왕복차비를 피눈물흘리며 아까워하는 내 엄마란 사람은 

딸내미가 오고 또 일주일 간격으로 자신이 (돈 써서) 오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라서

꾹 참고 서울에 눌러 붙어 있었다. -_-.. 그러니 오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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