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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5
    <연극>비정규식량배분자
    자웅동체
  2. 2010/02/25
    <연극>중랑천 이야기
    자웅동체
  3. 2010/02/25
    <연극>인간은 인간에게 늑대
    자웅동체

<연극>비정규식량배분자

최근 몇년간 삶은 내게 실험같은 것이었다.
선배들의 삶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면서 내 길을 더듬었고
간단없이 내면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나와 맞딱뜨렸고
내 삶을 추진시키는 힘을 점검했다.
타인들과 관계맺는 방식도 이렇게 저렇게 시험해 보았다.
그러면서 인간의 속성과 세상의 구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을 때
한 동안 냉소적인 감정에 지배당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에는 '왜 일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연구의 과제라고 한 범죄학자의 말이나,
우리가 해명해야 할 것은 인간이 왜 늘 악행을 저지르는가가 아니라
왜 간혹 미덕을 실천하는가이다라고 한 동물학자의 말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선과 정의에 대한 환상이 유포되고 있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김형경 <사람풍경> 중
 
 
비정규 식량배분자를 보면서 얼마전 읽은 위의 구절이 머리에 떠나질 않았다.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언제 식량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늘 죽음의 공포와 맞딱뜨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
인간의 본능을 있는 그대로 그 비참함과 치졸함, 그리고 광기까지 잘 보여주고 있는 연극이었다.
광기가 버무려진 극한 상황이 해소되고 다시 이성적인 호모싸피엔스싸피엔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연출의도가 너무 착하게 느껴져서 좀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야기 진행은 누구 말마따나 리얼리티 쇼 그 자체다. 아마 언젠가 전쟁이 일어나
지하 벙커 같은 데서 몇 명이 어울려 지낸다면 그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모두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어디 가나 꼭 있는 해병대 출신, 기독교신자, 그리고 이혼한 사람까지...거기도 있다.
무대 정교하고 효과음 현실감있고 배우연기 말할 필요도 없이 좋고 구성도 탄탄하게 느껴진 극이었다.
 
참, 성대 쪽으로 가게 된다면 종로 8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 가서 서울 성곽을 함 산책해보시길
권유드린다. 서울에서 살아서 기분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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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중랑천 이야기

내 의도와는 다르게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모를 잃게 되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게 된다면
그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을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큰 상처를 받는 인간이 조건없이 가해자를 용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는 용서란 대개 더 큰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거나 아니면 아주 가증스러운 사람(사실은 용서하지 못한)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장 담백한 용서는 성경이나 함무라비 법전, 고조선의 8조법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대로 복수를 한 결과는 어떠한가.
선량한 얼굴을 하고 용서의 아름다움을 읊어대는 사람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복수를 통해서 자신의 한을 씻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용서는 가해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마음의 평화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통해 찾아오며 복수를 꿈꾸는 동안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치밀하고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꿈꾸고 직접 실행했던 중랑천의 그 소녀는 과연 마음의 평안을 제대로 얻은 것인지 말이다.
 
재미있고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복수이야기. 그 긴장감을 충분히 가져가지엔 배우들이 너무 어리고 귀여웠고 극 후반의 끔찍한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다소 급하게 처리되어 아쉽다. 근친상간에 존손살인..이런 주제들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데 무게감있게 복수와 화해의 문제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그 소름끼치는 복수판에 더욱 공감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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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간은 인간에게 늑대

연극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았다. 붉은 색 글씨와 핏방울을 연상하게 하는 무늬 그리고 자극적인 부제목.
어설프게 실험정신만 강한 그런 연극아닐까 라는 우려도 잠깐 들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공간분할과 반복되는 리듬의 음악, 아무 대화없는 엑스트라마저도 연출자의 의도에 밀도 있게 부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었다.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극에 몰입하시길.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거 하나는 이 극의 독특한 화장실 배치이다. 객석 바로앞에 너무나 투명하게 지어놓은 화장실은
배우들이 들어와 슬픔과 고통을 토로하거나 은밀한 비밀을 감추려할 때 사용되는데,
배우들이 변기 위에서 엉덩이를 깔 때마다
그 한없이 투명한 공간을 꿰뚫어보며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관음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관객들의 죄의식을 부추켜
늑대들의 소굴로 나마저도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음..무서운 연출자..
 
역사의 장면들에서 정작 두려운 것은 광기가 아니라, 어떤 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받아들이고야 마는 사람들의 적응력과 그것들이 켜켜이 쌍인 일상성이다. 라는 윤한솔 연출자의 말은
세상을 예쁘고 아름답다고 받아들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현실 그대로를 들이밀며
너는 뭐 늑대 아냐 라고 묻는 듯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진에 증거로 나타난 내 얼굴을 손톱을 치켜세워 박박 지우고
몰래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을듯...섬뜩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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