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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간은 인간에게 늑대

연극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았다. 붉은 색 글씨와 핏방울을 연상하게 하는 무늬 그리고 자극적인 부제목.
어설프게 실험정신만 강한 그런 연극아닐까 라는 우려도 잠깐 들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공간분할과 반복되는 리듬의 음악, 아무 대화없는 엑스트라마저도 연출자의 의도에 밀도 있게 부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었다.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극에 몰입하시길.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거 하나는 이 극의 독특한 화장실 배치이다. 객석 바로앞에 너무나 투명하게 지어놓은 화장실은
배우들이 들어와 슬픔과 고통을 토로하거나 은밀한 비밀을 감추려할 때 사용되는데,
배우들이 변기 위에서 엉덩이를 깔 때마다
그 한없이 투명한 공간을 꿰뚫어보며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관음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관객들의 죄의식을 부추켜
늑대들의 소굴로 나마저도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음..무서운 연출자..
 
역사의 장면들에서 정작 두려운 것은 광기가 아니라, 어떤 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받아들이고야 마는 사람들의 적응력과 그것들이 켜켜이 쌍인 일상성이다. 라는 윤한솔 연출자의 말은
세상을 예쁘고 아름답다고 받아들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현실 그대로를 들이밀며
너는 뭐 늑대 아냐 라고 묻는 듯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진에 증거로 나타난 내 얼굴을 손톱을 치켜세워 박박 지우고
몰래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을듯...섬뜩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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