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간만에 공부 좀 할려니 지겹사리 안 되고, 추석이랍시고 며칠 놀았는데 아이구 삭신이야... 해서 그동안 뭔 일이 있었나 싶어 이눠뉏을 접속했더니 어찌되었든지 간에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명박이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전국순회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몸을 뉘인 채 TV 시청을 하려니 PD수첩이 들어온다. 채널돌리기도 귀찮고 해서 걍 내나 보고 있었더랬다. 어제 주제는 "법연원"이라는 어떤 종교단체가 맨날 개뻥치고 신도들 돈을 뜯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님을 가장한 땡초 하나가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희롱하고 금품갈취를 하고 있다는 고발이었는데, 가관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보는 동안에는 도대체 저런 사이비 개구라꾼에게 속아 돈 갖다 바치는 사람들은 뭔가라는 궁금증과, 시중에 돈이 씨가 말랐다고 난리들인데 저런 곳에 돈이 쓰나미처럼 쓸려 들어가는 걸 보면 이 사회가 결코 돈이 모자란 사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알고 봤더니 사는 동네에도 저 "법연원"이란 곳이 있더군.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 잠을 자려고 하다 보니 얼핏 드는 생각이 몇 있었다.

 

PD수첩이 이 프로그램을 한 이유는? 뭐 어차피 그동안에도 PD수첩은 종교를 가장해서 사람들에게 사기쳐먹는 부류의 인간들을 심심찮게 보여준 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이번 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정도 규모의 사이비 종교집단에 사기꾼 집단이라면 그동안에도(법연원이라는 집단이 돈 쓸어모으기 시작한 게 무려 15년 전이란다) 무수하게 제보가 들어왔을 텐데 하필 이 시점에 방영일까나?

 

"기독교"라고 흔히 칭해지는 개신교 일부 집단의 꼴통스러운 짓거리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이명박과 같은 일부 장로출신 정치인들과 뻑하면 성조기 들고 나와 야료를 치는 개먹사들, 시도 때도 없이 시뻘건 십자가 들이밀며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떠들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협박하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개신교에 대한 비판이 마구 상승하고 있는 지금. 게다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종교갈등으로 인해 가사장삼 걸친 스님들까지 시청앞 광장으로 몰려 나와 전면투쟁을 선언하는 이 시기에.

 

뭐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믿고 싶은데, "개독"에 대한 성토가 집중되고 특히 정권이 "개독"의 "주구" 즉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시기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주어 터지고 있던 PD수첩이 자구책을 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더랬다. 어찌 되었건 현재 스코아는 엄기영 사장이 명박이에게 알아서 기는 꼴을 보이고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고...

 

사실 "법연원"과 같은 꼴통들이 뭐 어디 법연원 뿐이겠나? 밤이면 밤마다 휘황하게 뻘건 네온 켜놓은 저 개신교 예배당의 첨탑 아래서 역시 법연원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차이점이라고는 "법연원"은 대놓고 사기질 치면서 목돈 쓸어간다는 것이고 저 예배당 곳곳에서는 있지도 않은 천국을 세일즈하면서 푼돈 모아간다는 것 뿐이다. 하긴 뭐 순복음교회 같은 대형 교회들에서는 그게 푼돈일까 만은...

 

목돈과 푼돈의 차이는 엄청나다. 개뻥치면서 목돈 긁어간 집단은 사이비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때마다 십일조 비롯 푼돈 긁어가는 집단은 '종교'로 대우받는다. 전자는 수틀리면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대대손손이 상속도 가능하다.

 

그런데 종교집단만 그럴까? 실현 가능성 0%의 747공약이라는 것이 있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은 뭣에 홀린 것처럼 전직 CEO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종교집단에서 헌금을 하듯 자신의 표를 기증했던 거다. 항간에는 이 전직 CEO가 전과 14범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고 BBK의 실소유주니 아니니 하는 썰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까이꺼 뭐 대수냐,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데 하는 일념으로 이 전직 CEO를 청와대로 보냈다.

 

기껏 보냈더니 이 전직 CEO, 하라는 정치는 하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자빠졌다. 대통령이 뭐 알로 먹는 자린가?

 

상식적으로 쬐끔만 생각해 보더라도 건설업체 사장과 대통령과는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건설업체 사장 출신이 그 깜만 가지고 서울시장 해먹으면서 개판오분전을 만들어 놨는데도 이번엔 대통령까지 만들어줬다. 이성이라는 것이 쥐박이 꼬리만큼만 있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찌된 일인지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로 불가능한 일을 기대할 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경을 헤메고 있고,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법연원"의 개땡초가 쌩구라치는 것을 믿고 수천만원씩 갖다 바치면서 '천도제'를 지낼 수도 있다. 물론 그거 한다고 해서 죽을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다.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 안식을 찾아 종교에 귀의할 수도 있다. 진짜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고 믿지 않더라도 종교를 통해 평안을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다고 믿는 대상에게 약소하나마 정성을 보일 수도 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그 정성은 99.99% 현찰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돈을 예배당에 갖다 바치기보다는 구호단체에 기부금으로 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갈 데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감성에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그걸 죄다 싸잡아 돌탱이들이라고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구성원 중 극히 일부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짓거리를 하고 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 사회 자체가 거의 이성을 상실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법연원"의 개땡초야 나중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있겠고, 종교에 탐닉하신 분들이야 걍 믿고 계신 신에게 후딱 가시면 해결된다. 그러나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뽑아버리는 구성원들은 어째야 한단 말인가? '천도제'라도 지내야 할까?

 

근본적인 의문은 이거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최저생계기준조차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잘 산다"보다는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할 거다. 차상위 계층이나 적어도 중산층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할 수 있을만큼의 부를 요청하게 될 거다.

 

그러나 그토록 많다는 중산층은? 부유층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강부자 고소영 여러분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잘 산다"고 자위하면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더 크고 훌륭한 집? 아니면 더 많은 집? 더 높은 학력? 더욱 두터운 지갑? 더 멋있는 자동차? 더 화려한 옷? 더 맛있는 음식? 더욱 빈번한 SEX?(아, 이건 아닌가?)

 

그런 걸 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위해서 기껏 한다는 짓이 전직 CEO가 대통령이 되면 더 잘 살게 될 거라는 근거없는 환상을 유포하는 것이 되어야 할까? 물대포에 맞아 시퍼런 몸이 됨으로써 온 국민이 "파란 나라"에 사는 것이 747의 정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PD수첩의 "법연원" 고발을 본 후 못내 씁쓸했던 것은 그게 법연원 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존엄성"을 지키면서 노후를 보내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최소한 학교 성적때문에 애들이 제 목에 밧줄을 거는 일이 없는 사회, 수십년간 직장생활하면서 번 돈으로 기껏 "내집 장만"하는 것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아마 "법연원"같은 조직은 그리 크게 번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시 뭐 일본의 옴진리교같은 경우는 예외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만...

 

한국사회는 아마도 거대한 유사 "법연원"이 아닐까? "이명박"이라는 교주를 모시는 "한나라당"이라는 종교집단에게 시시때때로 표를 갖다바치면서 747로 대표되는 "잘 살아보세"의 기적을 바라지만, 알고봤더니 그 표 모아 득세한 일부 '강부자 고소영'들 배만 불리고 기껏 표 갖다 준 사람들은 나중에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피골이 상접한 채로 내처지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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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17:37 2008/09/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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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피디수첩에서 그걸 하는 걸 보고, 또 홍보부 마비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맨 처음 들더라고요. 예전에 지방사에서 신천지 교회 한 번 다뤘는데, 그 때 한 200통은 받았죠.(나중에는 아주 편안하게 잘 설득이 되더라능... 아마 그 중에 한 명쯤은 개종을 했을지도...^^;;)

  2. 아이고 머리야,,걍 놀기나 하지 뭣도 모르고 씨부리고 있을까...

  3. 니가 법연원 땡초를 알나하냐고,,인간아...

  4. 참나!!!!!!!!!! 답답하오.......아직도 pd수첩이 진실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니..... 얼매나 더 속아야....얼매나 혼란스럽게
    세상을 어지렵혀놔야..제대로 보겠소??
    편파방송인거 아직도 모르오??

  5. 참나!!!!!!!!!! 답답하오.......아직도 pd수첩이 진실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니..... 얼매나 더 속아야....얼매나 혼란스럽게
    세상을 어지렵혀놔야..제대로 보겠소??
    편파방송인거 아직도 모르오??

  6. 박노인/ ㅎㅎㅎ 간만에 들어왔더니 이 블로그에도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몇 분 들어오셨었네요. ㅎㅎㅎ 재밌는 세상이에용~!!^^

  7. 똘추3종세트/ 위에 김민구씨, 강인숙씨, 주혜숙씨 여러분을 똘추 3종 세트로 추대합니다. 노세요~~ 놀아~!! 내가 법연원 땡초를 알 필요도 없고 알아봤자 인생사는데 도움될 일도 없쇠다. 덧붙이면 그 땡초나 여러분들과 같은 똘추를 믿느니 엄기영이 알아서 기는 mbc라고 할지라도 그 동네 PD수첩을 믿겠소. 잘들 노시고 지겨워지기 전에 얼른 저세상으로들 가시길 학수고대합니다. 가실 때 그 땡초도 좀 같이 데려 가시고. 오늘 울 동네에 있는 법연원 사무실이나 한 번 들려볼까나. 며칠 불 꺼져 있던데. ㅋㅋ

  8. 남이냐 잘들 놀든 안 놀던 엉터리 방송보고 신경이 마비되는 순진한 사람이 여기도 계시네....

  9. 정말 관계 여로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심도있게 조명하고 이에대한 책임과 올바른 시사토론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관련한 방송이 왜 왜곡 됬을까요? 그것은 그것들에 대한 지식이 문외한 사실과는 관계없이 개인의 추리적 사고와 과학을 자연보다 우위에 상상하는 과학을 국가적 도전적인 사고로 편협하는발상이 아닐까?
    그어떤종교이념이 사회의 발전하는 변화의 물결이 깊이 관여하지않고 종교적 가치를 시대적 인격 도야로서의 미래 지향적 안목으로 계승 발전시켜 인간 최고의 궁극적 목적인 인류 평화에 이바지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목적하에 각종교 종파가 자기것을 주장하기 이전에 남의것을 존중하고 상호 질서를 지키고 올바른이치에 순응한다면 그것이 바로 인류평화 달성에 이바지 하게 되는것 아닐까요?
    따라서 일부 정치인, 공직자 방송언론매체가 암묵적 동의만으로 인정돼온 불투명한 과학적 지식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풀어내어 도전적 사고방식으로 매사를 결정하고 매도하고 자연을 과학으로 평가하려고 하니까 자연의 질서가 물난하게되어 이와같은 문제가 나타나게 되는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앞으로 제3 제4 의 피해자가 나올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지난9월16일 방송된 pd수첩을 보는 시청자 또는 국민들이 위와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판사가 사건을 접수하고 판결을 해놓고 그쪽으로 수사를 유도한다면 되겠습니까?
    모든 법은 자연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지 벌을 주기위해 만들어진것이 아닐것입니다..
    법이 질서를 파게 하는 꼴이 되어야 되겠습니까?
    국민이 시청자가 외면하면 어떤일도 그어떤것도 끝입니다.
    이런사실들을 보면서 요즈음 (대왕 세종}드라마는 현실을 시사하는바가 크다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국민이 감독하지못하고 주인의식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요 이것은 저 개인적 견해일 뿐입니다.
    당사자의 상처는 그누구가 보상 해 줄 것인가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행복할까요?
    자신을 속이는 것이 나쁠뿐이다.

  10. 배신자/ 하여튼 요즘은 똘추들도 버라이어티해요. 남이야 신경이 마비되던 말던. 순진하던 말던. ㅋㅋ

  11. 정위홍/ 논술 지도 들어갑니다. "은는이가"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님의 수준을 검토할 때, 이번 덧글과 같은 장문의 글은 님에게 매우 벅찬 글쓰기라고 보여집니다. 우선 님은 한 줄짜리 간단한 문장작성부터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짧은 단문을 수백 수천번 반복하여 연습하시다보면 점차 좀 더 긴 문장의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연습 없이 많은 연습을 한 사람들을 흉내내서 긴 문장을 쓰려고 발악하다보면 지금처럼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글이 나옵니다. 이런 글을 전문용어로 횡설수설이라고 하죠. 앞으로 많은 단문연습을 통해 훌륭한 덧글러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