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그게... 온라인이 들썩거려도 그냥 그런갑다 싶었는데, 추석 민심 동향파악... 은 무슨 얼어죽을, 연휴기간에 걍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를 대충 스캔해보니 그 이름이 꽤나 퍼지긴 퍼졌던가 보다.
모종의 기대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거리는 '안철수'라는 이름은, 그가 20대의 멘토로 등극한지 오래되었다는 정황설명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껄끄럽다. 아, 물론 이미 행인이 20대의 감수성을 은하계 저편으로 날려보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행여 행인이 회춘하여 신체연령은 물론이려니와 감수성 지수까지 20대와 마찬가지로 젊어진다고 한들, 갑작스레 정가의 돌풍으로 등장했다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퇴장(!)으로 주가를 올린 안철수를 새로운 정치적 인물이라고 판단할 여지는 거의 없을 듯 하다.
그가 정당활동을 했느냐, 정치적 발언을 많이 했느냐, 혹은 그의 정치적 능력이 비록 검증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세간의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탁월한가의 문제는 세세히 거론할만큼 밑천을 가지지 못했으므로 패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느끼는 이 거북스러운 기시감은 안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갈채하고 그 이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개과정이 마치 그 언젠가 현직 대통령이 주가를 한참 드높일 때 그를 칭송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개방식과 똑같다는 데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그가 어떤 사회활동(예를 들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 형식의 강연회)을 통해 현직 대통령이 과거에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인식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지라도 예의 열광과 환호는 그 성격을 달리하지 않는다. 물론 비밀번호를 넣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상당기간 컴퓨터에 로그인을 하지 못했다는 전형적 육체파 성공기의 신화와, 인체는 물론 메트릭스 세계의 질병까지도 치유하는 신기를 보여준 첨단문명의 선구자는 그 개인적 자질을 1대1로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성공신화에 목마른 사회의 갈증을 대리만족하는 이 두 인물의 겹쳐짐은 어찌 되었든 내겐 전혀 싱그러운 무엇이 아니다. 샐러리맨의 성공신화가 되었든 첨단 개발자의 신화가 되었든 결국 열광의 대상은 성공 그 자체이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열광의 손짓과 환호를 보내는 청중들은 여전히 유권자일뿐 그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고로 근저에 깔린 어떤 열기는 어쩌면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사람이 달라질 때 그 컨텐츠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겪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열광의 대상이 되는 매혹의 저변이 사실은 삽질과 V3의 차이 이상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유형을 달리한 갈증이 한 번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게 하는 것이다.
안철수라는 개인에 대해 비토를 놓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부연할 필요는 없겠으나, 기실 두려운 것은 대상에 대한 선망을 정치적 열망과 등치하는 이 기현상임을 강조할 필요는 있겠다. 하긴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까지 되는 마당에도 정작 공직선거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공론화하지도 못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한계가 이러한 기현상을 가능하게 한 원천임에, 앞의 강조는 하등 쓸 데 없는 강조가 될 것이겠으나...
[추가 : 2011.09.15. 20시]
본문과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 있는 해석이 있어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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