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 - 3
한국 절에는 기본적으로 대웅전이 있고, 삼성각(삼신각)이 있다. 항상 궁금했던 게, 절은 부처님을 기리는 곳이고, 동시에 부처가 되고자 수행하는 곳인데, 삼성을 모시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는 이유가 뭘까였다.
불교가 정착하면서 대중들의 반감을 없애기 위해 토착신앙을 반영했다고 한다. 삼신이 누군지 듣긴 했는데 까먹었고, 뭐 찾아보기도 귀찮으니 그냥 그런갑다 하지만, 희안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거기다가 백호를 타고 다니는 산신이 그려진 것을 보면 그것도 신기하다. 이것도 민간신앙과 결합한 거라던데, 상당히 흥미롭다. 부처님을 믿으면 법력이 생기고, 법력을 사용하는 건 산신이나 삼신이나 뭐 같으니 그러려니 하는 건가. ㅎ
부처의 행적을 그린 그림도 그렇고, 용이 놀고 있는 그림도 그렇고. 절에서 보는 문양과 그림들은 순식간에 사람을 신화의 세계로 데리고 들어간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느 먼 세계처럼 보이지만, 내 발이 현실을 딛고 있기에 비로소 그 신비로움이 드러나게 되는 신화적 상상들.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넋이 빠지게 되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시쳇말로 몇 시간의 '순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봉정사의 문양과 그림들은 본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만 하다. 대단히 이채로우면서도 상상력을 폭증시키는 힘이 있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경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