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따위

난 아직도 new normal이라는 말이 뜨악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경유하면서, 그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일정한 경향으로 자리한 것을 빗댄 말이라는데, 이게 왜 요즘 다시 입길에 오르는지.

1997년 IMF 이후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달랐고, 2008년에도 비상한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확인된 달라진 모습들이 지속되면서 그것을 뉴 노멀이라고 칭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뉴 노멀이고 뭐고 간에 내 삶은 뭐가 달라졌는가?

작금 이야기되는 뉴 노멀은 뭘까? 어디서 생긴지도 모를 '언택트'라는 말로 대변되는 비대면? 2008년 이후와는 비교도 안 될 저성장? 사회 전반적인 비고용상태의 지속과 초단기 계약직의 만성화?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피부로 느끼게 될 '뉴 노멀'은 뭘까? 어차피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진데.

어쩌면 우린 아직 '뉴 노멀'을 이야기할 수준조차 아닐지도 모르겠다. 노멀과 뉴 노멀을 이야기하기 전에 도대체 우리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동체 내부의 공감대라도 존재했는가? 

지금보다 더 소박하게, 더 느리게, 더 여유있게 생활의 방식을 바꾸고, 자본주의적 성장이데올로기와 시장경쟁을 거부할 정도로 가치관을 뒤집지 않은 상태에서, 국뽕에 취한 채 노동자를 갈아 넣으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전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맞이할 뉴 노멀은 그냥 지옥도가 아닐까?

예컨대 저 '지속가능한'이라는 수식은 결국 발전을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었나? 도대체 어디까지 발전해야 직성이 풀릴까? 기존의 가치관은 그대로 둔 채 전개될 뉴 노멀은 누군가에겐 이상향의 실현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인간성 자체의 포기가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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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13:50 2020/05/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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