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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1
    서울무용제 일부 관람 후기(5)
    새삼
  2. 2006/09/21
    호텔 르완다..그 전쟁의 기억(6)
    새삼
  3. 2006/09/21
    이사(1)
    새삼

서울무용제 일부 관람 후기

춤 추시는 동생님 덕분에

드레스 차려입고 간만에 공연 구경 갔다.

집 앞에 공연장이 있어 참 좋더구나.

아르코 극장은 첨 가봤는데

무대가 깊어 좋았다.

 

어제 공연은 세가지 였는데

그 중 두 번째 공연이었던 '거미'에 동생이 참여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대극장 무대를 채우고 있는 녀석을 보니

나름 어찌나 뿌듯하던지 후훗

 

공연을 하도 오랜만에 보는지라

그저 멍~하고 좋게만 보았는데

그래도 몇 가지 메모라도 남겨두려고..

 

 



무대가 깊은게 정말 좋았다.

그 무대를 풍성하게, 풍부하게 쓰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좋았다는 게 맞겠군.

여하튼

첫 번째 공연은 이전에 보았던 그야말로 유럽풍의 공연과 매우 흡사했는데

무대 전체에 폭 넓게 퍼져있는 사람들의

움직임

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그/녀들의 몸짓은

반복, 변주 되면서

지루한듯 아닌듯 프리재즈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즈음 무대 앞쪽에서 몸을 돌리던 남성 무용수의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완전 섹시하셨던...ㅋ

 

두 번째 공연은

아무래도 한국무용이다보니 동작이 다른 공연들과 좀 달랐고

소품들이나 조명을 재미있게 썼는데

약간 오바데코레이트하여 촌시러운 느낌도 좀 났다.

근데 음악이나 전체의 분위기가 '고전'적이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지루하지 않고.

특히나 남성 무용수들이 어찌나 멋지던지 코피 퐈~ 퐈~

 

세 번째 공연은

흥미진진하였는데

누구의 말로는 유럽의 모 무용단의 카피라고도 하드만

여하튼

스토리 없이 조명 음악 그리고 동작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음악도 멜로디 없이 타악기로만 이루어졌는데(이것을 음악이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박자와 빛을 맞춘 게 재밌었다.

무용수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빛을 최.소.화 하여

반복되는 동작들에 집중하게 하고

최소화 된 빛에 관객들이 익숙해져서

동작들에 잔상이 남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았다.

큰 팔 동작, 턴 등은 계속 잔상이 남고 단순동작도 더 화려하게 만들어줬다.

음악은 앞쪽에서 드럼 같은 걸 어떤 한 아저씨가 라이브로 연주했는데

무용수들과 그 아저씨의 호흡이 좋았다.

조명을 나눈 섹션도 맘에 들었는데

그런 걸 잘 모르니 자세히 말하긴 어렵군.

뭐 카피든 뭐든 박진감 넘쳤던 건 사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같은 느낌.

 

감상문 끝.

 

+) 동생님은 완전 이쁘셨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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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르완다..그 전쟁의 기억

해미님의 [[호텔르완다] 평범한, 그래서 가슴 뜨거운] 에 관련된 글.

지난주에 대추리 들어갔을 때 봤던 영화.

 

나름 감동의 물결 영화였던 것 같은데

여럿이서 떠들며 봐서 인지 그런 감동의 물결은 느낄 수 없었다.

계속 우리가 얘기했던 건

이 곳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는 것.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대사로 계속 나와서

그 아이러니함이 우스워서 한없이 끔찍한 영화였음에도 그냥 웃어버렸다.

물론 그들의 비참한 전쟁과 똑같다고는 할 수없었지만

검문이나, 고립된 호텔의 모습이나 이런 것들이 평택의 상황을 연상시켰다.

 

사실 마치 한 사람이 천 몇 명을 살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카피는 별로였지만

그가 모두를 살려낸 영웅처럼 보이는 것도 별로였지만..

여하튼.

 

나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것은

전쟁 그 자체였다.

호텔에 고립되어있던 그들이 벨기에든 가나로든 도망가든 말든

그 이후에 르완다는 어찌되는 것인가.

전쟁의 광기 속에 묻혀지냈던 그들이

전범재판에서 단지 몇 명이 극형을 받았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걸 보면서 나는 우리 할머니를 생각했다.

그것과 비슷한 형태의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할머니.

그 이후 그녀가 그 이전과 같이 살아가는 게 가능했을까?

동네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이 깡통에 밥을 해 먹어야만 했던 삶을 살았던 그녀가

그 이전의 그녀와 같을리 없다.

영화는 함께 밝게 웃으며 떠나는 사람들로

그리고 이후 그들은 잘 살고 있다는 자막으로 끝나지만

나에게는 계속 그 끔찍한 기운만이 남았다.

 

칼을 슬슬 바닥에 갈며 사람들을 죽이던 후투족이나

마치 미개인을 대하듯 총을 쏴대던 군인들이 뭐가 다른가

전쟁의 광기가 누구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울어라 슬퍼라 하는 음악때문에 오히려 뒤에는 영 별로였지만

나는 그 끔찍함을 그대로 드러내보여주었다는 것이 좋았다.

아이의 공포, 여자의 공포,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시달리는 그의 공포가

툭툭 느껴졌다.

전쟁 안에는 그 누구도, 영웅일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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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제 조금 있으면 이 집과 안녕.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이사라 맘이 편하지만은 않아.

빗물이 들이치고 동굴 같은 집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정도 들었는데..

 

문 열고 들어오면 애완동물마냥 팔딱팔딱 뛰며 날 반겨주었던 곱등이들아 안녕

집에 들어오자마자 벌컥벌컥 물 1리터는 가뿐히 원샷하게 만들어주었던 높디높은 계단아 안녕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축축하고 서늘하게 온도를 유지해주었던 동굴같은 방아 안녕

습하디 습하여 이불을 묵직하게 만들었던 골방도 안녕

꼭 나의 허리를 굽히어주었던 싱크대도 안녕

비록 해가 하루에 1/4밖에 안들어도 화분을 놓을 수 있었던 집 앞의 공간들아 안녕

샤워하다 갑자기 찬 물이 나와 늘 나를 강인하게 훈련시켜준 화장실도 안녕

 

마냥 행복한 기억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들도 많은 곳이었어.

 

하지만 이사하고 다신 오지 않을래.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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