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회의가 끝나고, 우리 집에 모였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뭐할까를 고민하다, 어디든 나가자고 결론짓고, ..일단 나섰다.

 

김제 하소에 갔다. 백련이 연못 가득 피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도착한 청운사에는 연이 많았다. 꽃은 생각만큼 가득이진 않았다. 하얀 연꽃은 붉은 연꽃과 색만 다르고 나머진 같았다.

난, 수련이 좋다. 붉은 연꽃, 하얀 연꽃이 인자함/포근함/후덕함 등의 느낌이라면 수련은 단아, 청초, 안에 사리가 있을 듯한 느낌이다.

구름은 겹겹이 쌓여있고, 하늘은 더 높았다. 목조건물 마루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늘어져 있는건 썩 괜찮은 놀음이다. 무량광전 네 귀퉁이 모두 풍경이 달려있다. 장마비 끝 들뜬 바람은 쉬지 않고 풍경을 잡아챈다. 사방에서 울리는 풍경소리가 부조화스러웠다. 사실 절은 전반적으로 그랬다. 청기와를 얹어놓은 아파트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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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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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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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절벽에 한글로 법문이 적혀있다


백련을 보고 나와선 어디로 갈지 중구난방 떠들다, 우선 전주로 돌아가자며 출발했다. 전주 들머리에서 모악산이 또렷이 보였고, 그래, 구이에 가서 도립미술관과 저수지를 보자며 방향을 틀었다. 도립미술관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아는 게 없으니 보이지도 않고, 옆에 붙어 있는 글씨만 읽었다. 그늘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은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다음엔 돗자리를 챙겨와 늘어져 있자고 떠들었다. 아침에 와서 모악산을 한 번 오르고, 내려와 미술관을 들리고,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밥을 먹고, 낮잠을 한 숨 자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이저수지는 멋졌지만, 정작 저수지까지 들어가는 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리 가면 될거라고, 좁은 길을 자신있게 들어갔다 되돌아 나오기도 했다. 어쨋든 저수지 앞에서 물을 잠깐 바라보고, 다시 전주로 출발. 이런 사람들과 지리산을 오르면 어떤 일이 생길지, 서로 두려워 하며, 하지만 난 또 나에 대한 터무니 없는 믿음을 주장하며.

 

허기져 어디든 밥 먹으로 가자는 얘기를 나눴는데, 나오는 얘기도 제각각. 백반, 오리, 채식 샤브샤브.. 등등.. 한옥마을 근처에서 오리를 먹자고 결론 짓고 출발한 뒤 5분도 안돼, 칼국수 먹는 걸로 바꿨다.

 

칼국수와 콩국수와 소바를 배찢어지게 먹고,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 얘기를 나누다, 군산이 후보에 올랐다. 집이 군산인 일행을, 데려다주러 갈까, 그래, 그것도 좋겠다, 정말? 간다, 그냥 가 가, 잠들었다 눈떠보니 정말 군산에 도착해있다. 문정현 신부님과 두희누나, 중서선배 모두 집에 있다. 북적이는 사람덕에 초롱이는 신이 났다. 들어서자 마자, 배드민턴을 치자는 사람들 덕에 소화안된 콩국수가 출렁이는 걸 느끼며 마당을 뛰어다녔다. 이젠 준비운동 없이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결린다. 배드민턴은 옥봉리 식구의 승리.

 

초롱이 줄을 풀어 쥐고 동네를 가볍게 산책했다. 하늘과 논이 만드는 색의 대비는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 살면 시름이 좀 덜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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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늦어 다시 전주에 돌아왔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인 거리를 곧게 펼쳐도 개성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