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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주는 모든 것

당신을 위해 내가 이렇게..

이 문장에서 눈이 떠나지 않는다.

 

예전에 그랬듯이 사랑할 때 누구나 다 하는 말이라고 도리질해낼 방법이 없다. 냉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저 주면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 상처든 따뜻함이든 그것이 내가 이 사랑에서 배운 것이다.

사랑은 그저 감정일 뿐이라 확신이라거나 약속 같은 건 무용할 뿐이라고 여전히 믿어도(왜 이런 건 알지 않으면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다만 나는 내가 이제 더는 사랑이 주는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가,를 조금쯤은 더 알게 되었으니까.

 

 

일전에 쓴 정체 모를 두드러기는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면역력이 약해졌으니 무조건 쉬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아르바이트도 중단했다. 아르바이트를 안하는데도 이래저래 일이 많아 매일같이 외출을 하게 된다. 몸이 고단하고 에너지가 낮은 상태인데도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이야기하고 그러는 게, 신기하다. 이 사람들을 만나면 충전이 되는 게야 그런 마음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몸에 밴 관성인 것같기도 하다. 바짝, 정신 차리고 미소가면 하나 덧쓰는 거다. 뭘 그렇게까지 용을 쓰시나, 내가 짠해지는 순간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바깥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면 너무 힘이 들어서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같다. 그 좋아하는 춤도 마음이 일지 않고, 내 가장 좋은 충전방식인 책읽기도 기력이 딸려-_- 못하겠다. 그런데 쓰는 것,만은 어떤 순간에 참을 수 없이 쓰고 싶다. 축 늘어져서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아방가르드한 장면.

 

 

일찍부터 조로했던 나는 편한 마음으로 응석을 부려본 기억이 없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살폈다. 내가 좀 수고로운 게 남한테 마음 쓰는 거보다 차라리 낫고, 사랑받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발병-_- 후 맘껏 응석을 부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뭘 이런 걸 다). 생각날 때마다 애인에게 환부를 보여주며 경과를 살펴주도록 한다. 한 번쯤 귀찮을 법도 한데 너무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핀잔 줄 법도 한데 매번 놀라며 마음 아파해준다. 그런 게 또 내 마음을 데우고,

 

나는 지금 내 지나간 날들을 위로받고 있다는 걸 알아.

사랑받았어도 사랑받는 줄 몰랐던

열을 받으면 나머지는 손으로 다 쳐내고 두서넛 정도만 집어들고 품고 절대 놓아주지 않던,

그래서 끊임없이 차갑고 목이 마르던.

 

 

 

내가 그 시간들에서 조금씩 걸어나가고 있다는 걸 어찌 모르나,

보이는 풍경이 그걸 느끼는 내 속이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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