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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평론] 성범죄 원인과 국가주의 페미니즘을 말한다

[운동평론] 성범죄 원인과 국가주의 페미니즘을 말한다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범죄예방학적인 접근

  경남 통영 초등학생 피살사건과 제주 올레길 여성 피살사건이 일어나자 정부 여당은 이참에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전자발찌 착용 소급적용 등을 추진하겠다며 징벌 강화만이 유일한 근절 대책인 양 내놓고 있다.   

  그러나 특정 강력 성범죄 사건 말고도 국내 성범죄는 날로 증가 추세다. 성폭행(강간)과 성추행범은 2001년 1만446명에서 2010년 1만9939명으로 10년 간 무려 2배나 증가했다(법무연수원 범죄백서). 이러한 현상은 특히 2005년(1만1757명) 이후부터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의 관리 대상인 성범죄 우범자는 2008년 1200명 수준에서 2012년 7월 현재 2만명으로 17배나 늘었다.

우리는 이제라도 성범죄에 대해 관성적으로 법·제도 강화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특히 어린이나 일반 여성과 같이 자신을 방어하기 힘든 약자들을 노리는 성범죄 현상이 이 사회에서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범죄예방학적인 차원에서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계급모순

성범죄에 대해서는 물론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늘 자본주의 하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기본적으로 성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제적·사회적 계급 모순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이해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은 결혼/연애제도를 통한 성의 교환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혼인관계에도 불구하고 섹스리스 부부 등 성관계가 소원해진 커플들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혼외관계로 일탈하거나 그 일부가 성범죄화 되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성범죄 대상이 점차 아동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아동성범죄 발생건수 조사(경찰청)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랑구, 영등포구, 강북구, 은평구 순으로 성범죄로 인한 위험지역이 경제적 여건에서 매우 취약한 강북지역에 몰려있다. 

이유는 대부분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학원 등에 다니기보다 집에 혼자 방치된 저소득층 자녀가 많아, 집 근처 골목이나 공원에서 놀다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비교적 저소득층 지역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양극화와 범죄 발생과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성욕과 무관한 성범죄들

  범죄학에서는 성폭력(강간) 범죄 형태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성욕과 무관하게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려 상대를 지배할 수 있다는 지배능력을 드러내는 ‘권력형’ △성욕과 무관하게 상대에 대한 분노를 성적인 공격으로 가하는 ‘분노형’ △성욕과 유관하며 비정상적 폭력을 수반한 성행위 등 성폭행 과정에서 상대를 괴롭히고 고통을 보면서 성적 쾌감을 높이는 ‘가학형’이 그것이다. 

권력형과 분노형은 성욕과 무관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상황 요인과 관련해 개인의 행동·생각·느낌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가학형 중에는 선택수단이 적은 저소득층 남성들 중에서 주로 발생하며 이들이 목표(성적 접근권)와 수단의 괴리로 인해 발생한 신경증적인 성격이 성범죄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신분석학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신분석학자이며 사회주의자인 빌헬름 라이히는 자신의 책『오르가즘의 기능』에서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증적인 성격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신경증적 성격’은 ‘오르가즘 능력’을 상실할 때 생겨난다. ‘오르가즘 능력’은 단순히 성적 흥분의 절정만이 아닌 “아무런 장애 없이 생체 에너지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이 차단될 경우 ‘신경증적인 성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성범죄에 대해 사회심리학적인 측면과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의 원인분석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법·제도적으로 추진하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전자발찌 착용 등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처방에 불과하며, 이는 범죄예방과 재범발생 억제책으로 실효성이 없는 전시행정적인 정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낙인찍기 

  또한 성범죄라는 사회현상 앞에서 오로지 “남성(성욕)이 문제”라는 식의 급진적 페미니스트(급페)들의 상투적인 성기중심주의/성분리주의식 비난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권력형’과 ‘분노형’에서 보듯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급페들은 한국 남성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욕이 과잉된 집단처럼 선전하며 성매매/성범죄와의 관련성을 암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듯하다. 여기서는 사이코패스의 극악한 성범죄와 일반 남성들의 성적 일탈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져야 한다.   

지난해 말, 한 다국적제약사가 전세계 13개국 남녀성인들을 대상으로 성생활 패턴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1주일에 1.04회로 조사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40대 이상 중년 남성 8500명을 대상으로 한 성생활 중요성과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도에서도 한국 남성은 26%로 평균치(44%)에 현저하게 못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 수치가 절대적인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사회의 노동자민중들이(성정체성을 불문하고) 고강도의 노동과 불안정한 노동시장 그리고 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의 하나인 성욕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복잡다기한 사회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일반화 해 법·제도를 만능으로 한 당국의 징벌 위주의 대응(강력 성범죄에 대한 당위적 엄벌과는 별개로)이나, 단순히 성별적인 비난에 골몰하는 급페 쪽의 관점은, 범죄예방보다는 결과적으로 범죄자에 대한 전형적인 ‘낙인찍기’에 해당하므로 문제가 된다.  

범죄학에서도, ‘낙인이론’은 범죄자라고 낙인이 찍힌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건 범죄자라는 대표지위가 형성되어 자신이 나쁜 사람임을 인정하게 되고 쉽게 제2의 범죄를 저지르게 되므로 ‘낙인찍기’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행위라고 권하고 있다. 

따라서, 윌리엄 마셜(캐나다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이 전자발찌·신상공개·화학적 거세 등과 같은 징벌적 대책은 성범죄를 막는 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범률을 높인다고 한 것처럼, 이들이 사회에 재통합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와 함께 비범죄화나 탈시설화 등의 탈낙인화 정책으로 낙인효과를 대폭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최근 성범죄와 성특법

  성범죄 급증 시점인 2005년은 성매매 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특법) 시행 1년 시점으로, 최근 성범죄 유형은 음성 성매매와 함께 성특법으로 인한 또 다른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매춘을 인신매매로 간주한 금지주의 정책인 성특법이 시행되자 동네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성범죄가 많아질 텐데 어쩌지.."라며 크게 걱정했다. 물론 지식인들과 활동가들도 내심 우려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정직한 언로(言路)의 부재로 자신들의 견해를 드러낼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고 예상대로 성범죄는 급증했다.  

양극화의 심화와 매춘/성매매 금지주의가 결과적으로 ‘성적 접근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출구를 찾지 못한 성적 빈곤계층 중 일부가 자기 방어능력이 취약한 약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증가하리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사회는 “알아도 말할 수 없다”는 무거운 침묵의 파시즘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여기에는 ‘국가주의 페미니스트’(국페)들의 점증하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국페는 성특법 입법과 시행을 강력 주도하는 과정을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의 중추에 진입했고 속속 관료화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노동자민중인 대다수 블루칼라 여성들과 별개로 국페의 계급적 기반인 화이트칼라 여성들의 요구를 ‘여성’으로 일반화시켜 독과점 함으로써 노동시민사회운동 영역에까지 발판을 넓혔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도덕주의 성정치(성주류화 전략)를 통해 가부장제 사냥에 나서고 있다.(가부장제는 계급별·지역/국가별·연령별 편차가 매우 심하다.)   

이에 대해 지식인들과 다수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성범죄에 대한 ‘원인론’을 제기하면 곧 국페에 의해 매춘/성매매 찬성론자로 간주되고 가부장제 옹호론자로 몰릴 것이라는 점. 이로 인해 그들의 정치적인 먹잇감으로 전락해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밥그릇마저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해서 진실에 눈 감은 채 굳게 입 다물고 있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깨진 유리창 이론」(J․Q․윌슨, G․켈링 1982)에서는 건물주가 방치한 ‘깨진 유리창’ 하나가 그 지역 주민들에게 나쁜 사회심리학상의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마을 전체를 황폐화시킨다고 설명한다. 범죄증가를 초래하는 원인을 고찰한 이론인데, 이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현상에 대입하면 성특법이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성특법은 성매매라는 범죄를 막으려 인위적으로 만든 방범창이다. 그러나 효과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는 안전한 방범창이 아니라 신뢰를 상실한 ‘깨진 유리창’인 것이다. 따라서 이 마을에서는 공동체를 포기한 범죄자들이 증가하고 방어력이 취약한 어린이와 여성들은 주요한 표적이 된다. 

그럼에도 국페는 ‘깨진 유리창’이 자신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므로 고수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문제는, 마을이야 황폐화 되건 말건 자신이 잃을 게 겁나 ‘깨진 유리창’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지식인들과 도덕주의에 매몰된 활동가들의 정치적 비겁함이다. 

실패한 성특법으로 인해 성폭력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만 더욱 바빠진 무서운 세상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PS: 언론의 무책임한 선정적 보도로 인해 마치 파렴치범처럼 몰리곤 하는 이 사회 다수 노동자민중들의 성적 행태는 부르주아들의 통치기제가 만들어 낸 허구성이 많으므로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한국인권뉴스 201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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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운동 보고서] 한겨레21 "나는 성노동자다" 계기로 본

http://www.k-hnews.com/home/bbs/view.php?id=column&no=160

 

 

[성노동운동 보고서] 한겨레21 "나는 성노동자다" 계기로 본 2012·07·09 11:53
 

최덕효(대표겸기자)

1.
2012년 7월 2일. 이날은 국내 성노동/성노동자운동(이하 성노동운동)의 분수령이 되는 날이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언론(좌파진영에서 보면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으로 일컬어지는 한겨레신문에서 발생하는 주간지 『한겨레21』이 본격적으로 ‘성노동’ ‘성노동자’란 용어를 사용한 심층기사를 내놓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간 금지주의 쪽에 편향되었던 한겨레가 이번 기사에서는 비범죄화를 기조로, 이 분야에 대한 보수언론의 선정적인 혹은 시혜적인 접근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상당한 수준의 운동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한겨레21』은 2일자(917호)에서 특집으로 성노동 관련 남은주 기자의 표지 기사 《“‘나는 성매매를 선택했다’ 성노동자 4명 자신의 노동을 말하다… ‘창녀’라는 낙인에서 구해준 것은 탈성매매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자각이었다”》와 《“쉬쉬하다가 성노동자만 범죄자 ‘성매매특별법’ 둘러싼 멈춰선 7년 논쟁… 한국 성산업 시스템 도외시하며 성매매 여성만 처벌해, 적어도 비범죄화해야”》 두 꼭지를 실었다.  

국내 성노동운동의 출발은 노무현 정권 당시 이라크 파병반대 운동에 참여해 진보진영에 만민공동회를 제안했던 기독민중연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체는 200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성특법) 시행 직후 조직한 ‘성특법반대시민모임’을 거쳐 지금의 한국인권뉴스(이하 인권뉴스)로 개편되었다. 

필자가 포함된 당시 ‘성특법반대시민모임’은 전국 17개 지역 집창촌 여성들이 모인 청량리역 광장 집회 발언(인터넷 한겨레 2004년 10월 20일자)을 통해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전국조직을 추진(경향신문 2004년 11월 6일자)하다 평택에 소재한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를 중심으로 운동의 연대 주체로 나서게 된다. 이를 계승한 인권뉴스는 초기에는 연대단위 모임인 성노동운동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독자적인 운동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한겨레21』기사에서는 매우 알찬 내용들을 접할 수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미흡함이 군데군데 보이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인권뉴스는 크게는 진보적인 성담론 이론 및 실천을 지향하는 주체의 하나로서 운동의 재편성을 돕고, 작게는 성노동운동 주체의 하나로서 이 운동의 발전을 위해 『한겨레21』기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성노동’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를 그동안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언급하고자 한다. 


2. 
‘성노동/성노동자’란 용어는 2004년 10월 파주에 있는 집창촌인 속칭 용주골에서 그곳의 일하는 여성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채택되었다. 당시 인권뉴스는 집창촌 몇 곳에 좌파진영의 활동가들과 함께 실태조사 등 현장 활동을 진행했는데, 경기도 파주에 소재한 용주골 방문에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두 명이 동행했다. 

우리는 현장 여성들과의 만남에서 그녀들이 자신을 뭐라고 호칭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었고 그녀들은 자연스레 논의를 진행했다. ‘여성종사자’란 말도 있었지만, 그녀들은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거니까 ‘노동’이고요, 그 중에서 성적 분야니까 ‘성노동자’가 맞겠네요.” 라면서 만장일치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렇게 정리·결정했다. 이 일과 관련, 필자는 해외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념인 ‘sex-worker’를 그 자리에 소개했다는 이유로 한 활동가(여성)로부터 ‘폭력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필자는 지금도 그 비난의 근저에는 물질노동을 중심으로 노동/노동자에 대한 신성성(노동주의/노동자주의)이나 생산력과 생산관계에 기반한 전통좌파의 생각이 ‘성노동’을 반대편에 차별적으로 자리하게 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쟁점은 비단 여성계만이 아니라 진보좌파진영에서 여전히 뜨거운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따라서 이번『한겨레21』기사는 ‘성노동’에 대한 운동진영의 분명한 입장을 강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계기가 된다.

‘매춘 - 매매춘 - 성매매’로 이어지는 용어 변천사는 여성계의 성주류화 전략과 깊이 맞닿아 있다. ‘봄을 판다’는 단순한 뜻의 매춘에서, ‘행위 당사자를 지목하고 죄를 추궁’한 것이 매매춘이란 용어였다. 그리고 “성매매는 사람의 신체를 폭력적으로 지배하는 관계”(2009고단 3339호 판결문)라는 사법적 개념 규정이라고 쓴 『한겨레21』기사에서 보듯, 인신매매를 함의한 개념에 이른다. 따라서 성매매는 장기매매나 살인적 폭력과 같은 극악한 범죄로까지 동일시하고 비약된다.

이러한 '성매매'란 용어는 예전 한국여성연구원에 재임 중이었던 원미혜(여성학자)의 “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 제하의 논문에서 제안되었다. 여기서 원미혜는 "'성매매'라는 용어는 아동 매매, 인신매매 등과 같이 '거래'되는 측면을 강조하여 담을 수 있는 용어"이므로 "적극 권하고 싶다"고 주장했고 후일 성특법에서 그대로 관철되었다. 

성노동운동이 한창일 때 한 성노동자는 원미혜로부터 보내온 소소한 문자를 필자에게 보여주곤 했다. ‘성매매=인신매매’라는 식의 개념을 제출한 그가 성특법 시행 후 분노한 성노동자들의 시위에 놀라 성노동자들에게 다가간 게 아닌가 한다. 그는 활동가들과 함께 펴낸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성매매 공간의 다면성과 삶의 권리>란 책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합법·불법 논쟁을 떠나, 논쟁에 가리기 쉬운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삶의 다면성을 보자"며 애매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후배들은 지금도 성매매 금지주의자 원미혜를 배운다. 


3.
『한겨레21』은 기사에서 성노동에 대해 “어찌됐든 급진주의적 페미니즘과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여성계의 두 시각에서도 일치점은 있다.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다.“라면서 “적어도 비범죄화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성노동과 페미니즘의 관련성에 대한 『한겨레21』의 설명이 불충분한 까닭에, 조국의 논문(성매매에 대한 시각과 법적 대책)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성특법을 탄생케 한 성노동에 대한 현행 ‘금지주의’는 도덕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단순 성매매 행위를 포함하여 성매매 조장․알선행위 등 일체의 성매매 관련행위를 처벌”하는 까닭에 “단순 성매매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대상이 되는 ‘범죄인’”으로 간주된다.  

성특법을 주도한 주류여성계는 《급진적 여성주의》의 성격을 지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본디 《급진적 여성주의》에서는 ‘선택적 비범죄화’를 주장하므로 성노동자는 피해자로 보호하고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것을 기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여성계는 성노동자들을 보호하지도 않았고, 그들과의 대화도 외면한 채 《도덕적 여성주의》가 주장하는 ‘금지주의’와 공생하고 있으므로 매우 모순적인 위치에 처해 있다. 

《자유주의적 여성주의》와 《사회주의적 여성주의》에서는 ‘비범죄주의’나 ‘합법적 규제주의’를 정책으로 주장한다. 여기서 비범죄주의는 “단순 성매매행위 쌍방을 처벌하지도 않고 합법화하여 관리․통제하지도 않으며, 다만 이를 조장․착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장”을 말한다. ‘합법적 규제주의’는 “단순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며, 등록증과 의료감시체계를 의무화하거나 특정지역 지정을 통해 성매매를 규제하는 입장”이다. 

성특법을 추진한 주류여성계의 여성주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듯, 성특법을 반대하며 성노동운동에 연대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여성주의 또한 급진적·자유주의적·사회주의적 여성주의가 혼재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성노동운동을 계급적 관점을 중심으로 접근한 인권뉴스는 여성주의 경향의 네트워크와 따로 운동을 진행하게 된다.) 

이에 대한 상징적인 일이 있다. 2007년 6월 28일 서강대에서 열린 맑스코뮤날레 학술문화제 '영 코뮤날레' 세션에서, ‘비범죄화’를 전제한 이황현아(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의 주장(발제문: 성노동자의 성별화된 권리를 위하여)에 대해 민성노련은 ‘특정지역 자율관리제’를 주장하며 정면충돌한다. 
▒ 이황현아 발제문에 대한 민성노련의 입장

이황현아는 “'특정구역 비범죄화',는 민주성산업인연대와 민주성노동자연대가 2006년부터 구사하고 있는 비범죄화의 구체적인 주장”이라며 “모든 성노동자를 주체적 대상으로 하는 비범죄화가 아니라, 특정구역-평택만 비범죄화하자는 건 성노동자운동의 의의를 훼손하는 논리적 모순이자 실리에 기댄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성노련은 “‘특정지역 자율관리제’는 ‘평택만’ 이 제도를 택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집창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경찰력 등의 관리를 전제하는 이른바 공창제 형태의 '합법주의'와 차이가 있으며 조직적으로 자율적 관리가 어려운 '비범죄주의'와도 구별”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성특법의 가장 큰 목적은 집창촌 폐쇄에 있으므로 현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집창촌을 사수할 수 있는 방어논리”이며 “따라서 집창촌 성노동자들이 일차적으로 투쟁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점에서 한국사회의 모든 성노동자를 주체적 대상으로 설정한 비범죄화와는 시점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황현아는 “민성노련과 같은 성노동자 자신의 주체적 운동은 한편에서 경제적 빈곤을 주축으로 한  노동운동/빈민운동임을 역설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운동 내용에서 급진적 여성주의를 비판한다는 명목으로 애써 페미니즘적 요소를 걷어내려고 한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적억압에 대한 접근, 성적자기결정권에 준거한 자유주의적 태도, 성매매의 궁극적인 폐절 경계 등에 대해 민성노련은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성노련은 “대다수 전업형 성노동자들은 ‘빈민’이며 ‘여성’”이지만 ““성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이 세 가지 성격을 동시에 포괄하며 이 중 어느 것도 결코 후순위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민성노련이 투쟁전술로 ‘주류여성계’에 집중하는 것은 그들이 성특법을 만들고 추진하는 실제 주역들이기 때문”이며 “고로 우리가 걷어내려는 것은 ‘페미니즘적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기층민들을 억압하는 '반페미니즘적 요소'”라면서 주류여성계는 “몸만 ‘여성’인 비현실적 도덕주의자들인 동시에 기득권자들의 한 분파”라고 반박했다.  

또 “민성노련이 고객과의 관계를 여성에 대한 ‘성적억압’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약 우리가 성인들 사이의 필요에 따른 성거래를 '억압'으로 간주한다면 난데없는 인신매매 논리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셈”이 된다고 말하고, “성거래에서 이뤄지는 상호간의 선택은 물질적인 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가족이데올로기보다 훨씬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성노련이 경계하는 것은 ‘자발적인 성노동(성거래)’을 인신매매와 동일시하여 쉽게 ‘폐절’을 논하는 것”으로 “이는 성노동의 폐절을 지구상의 모든 임노동의 폐절과 같은 맥락에서 논하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밝혔다. 


4.
이상은 당시 네트워크의 일부 활동가들이 성노동운동 연대 초기 민성노련에게 이들이 채택한 강령 12개항 중 “한국사회의 급진적 여성주의를 개혁한다”는 부분에 대해 제외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사실과 관련하여 이념적으로 많은 차이점을 시사한다. 민성노련은 급진적 여성주의가 지닌 성(性)분리주의 사고가 성노동운동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 민성노련 12대 강령

반면, 네트워크는 합법화 및 비범죄화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민성노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자의적으로 ‘비범죄화’를 운동 기조로 천명함으로써 현장 주체인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리고 운동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어쨌든 이들 양자는 ‘성특법 반대’라는 기조 하나로 연대를 힘겹게 꾸려 나갈 수 있었다.  

『한겨레21』은 이번 심층기사에서, 성인들 사이의 단순한 성적 거래에서 일(성노동)하는 주체를 ‘성노동자’라고 부르는데 동의할 수 있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책 전환으로 ‘비범죄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비범죄화’라는 말은, 위에 적었듯이 성노동운동에 연대했던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여성주의 경향의 네트워크 입장만을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운동도 진보적 언론도 ‘금지주의’라는 도덕주의적 강박이나 ‘성매매 폐절’이라는 공허한 명분론을 넘어야 한다. 좌파적 관점에서 여성주의 전반을 검증하면서 국가주의 페미니즘을 전면 비판하고 마르크스 페미니즘까지 발전적으로 논해야 성노동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비범죄화건 합법화건 특정지역 자율관리제건 활동가들은 모든 이야기를 현장 주체들과 노동자민중들 앞에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소통해야 한다. 

『한겨레21』은 “‘창녀’라는 낙인에서 구해준 것은 탈성매매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자각“이었다고 유의미한 제목을 뽑았다. 우리는 성노동운동 8년 만에 ‘87년 체제’에 갇힌 ‘갑갑한’ 한겨레를 이 정도까지 변화시키는 성과를 일구고 있다. 운동진영이 성노동자들에 대한 낙인 제거와 그들의 노동권·생존권·건강권 쟁취를 위해 연대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는 것은 공황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당연한 의무이다. 

아마도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이 없었다면 국내 성노동운동은 출발이 어려웠을 것이다. 갈 길은 멀지만 성노동운동의 밀알이 된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 그리고 연대 동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면서 성특법 폐지를 향해 논의의 장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투쟁력을 더욱 강화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인권뉴스는 그 길에 항상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한겨레21 바로가기] "나는 성매매를 선택했다"
[한겨레21 바로가기] 쉬쉬하다가 성노동자만 범죄자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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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토론회]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과 결별하라 !!

[사노위 강령 토론회 발표] 사회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과 결별하라 !!

 

5월 14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당에서는 사노위 강령 토론회가 열렸다. 다음은 이 자리에서 ‘여성해방’을 주제로 발표한 혁사무당파의 발언 내용(요지)이다

 

새로 건설될 사회주의 정당 강령에는 남한사회 자본주의를 관통하고 있는 ‘성정치’를  분명하게 정리해 구체적으로 그 입장이 표명되어야 한다. 이를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사례를 중심으로 보자.

 

2004년 9월 23일 시행된 성특법이 특히 사회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우파들의 도덕적 성정치에 의한 ‘대 국민 순치용’으로 자본의 모순을 은폐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특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우파는 물론 이른바 좌파들은 동의하거나 거의 손을 놓았다. 명분은 성매매 금지라 해도 결혼과 같은 합법적 성관계 외에는 사실상 인신을 규율하는 성격을 지닌 파쇼악법(매춘은 빈곤이 주원인인 사회현상이다.)을 좌파들이 저지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성정치에 관한 한 이 땅의 좌파는 좌파가 아니거나 ‘유교좌파’로 불리어도 할 말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사회에서 ‘성매매’란 말은 없으므로, 일반적인 용어인 ‘매춘’(prostitution)을 사용키로 한다.

 

오는 11월부터 대만에서는 매춘 합법화가 시행된다. 매춘 금지주의를 시행해 대만 성노동자들을 자살케 하는 등 벼랑으로 내몰던 천수이볜(전 대만 총통)과 그 일족이 천문학적인 부정부패 스캔들로 그 마각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천수이볜에게 매춘 금지주의는 자신과 가족의 치부를 덮기 위한 위장용 통치기제였다.

 

(참조) 국내 성노동자운동 단체인 민주성노동자연대는 연대 운동단체들에 합법화와 비범죄화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했으나, 연대단체들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사회진보연대, 구노힘여활모 등 - 은 일방적으로 비범죄화 기조를 통보함으로써 운동은 지속되지 못했다.

 

노무현은 전임자인 김대중 당시 매춘 금지법이 입안되어 이후 통과·시행되는 위치에 있었으며, 타락한 천수이볜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 법이 (여성계의 힘을 업은) 도덕적 통치기제라는 점에서는 맥락에서 다르지 않았다. 스캔들로 요란한 프랑스 사르코지 또한 매춘 금지주의를 도입하려 애쓰는 것도 그의 반동적인 대내외 정책과 견주어 볼 때 흥미롭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배경에는 당시 부시가 있었다. 자본가(의 대리인)이며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부시는 중동 지역에 대해 십자군식의 무자비한 공격을 자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 순결이데올로기 정책으로 자신과 당과 미국의 이미지를 도덕으로 위장했다. 이에 부시는 ‘인권’ 운운하며 이른바 매춘 금지주의 입법을 각국에 요구한다. (역설적으로 수많은 아프간, 이라크의 미망인들이 매춘으로 생계를 잇게 된 것은 오로지 부시의 공로?다.)

 

좋은 예가 미국과 브라질 관계이다. 2005년 브라질 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제안인 매춘반대서약에 반대하며, 에이즈 및 에이즈바이러스(HIV) 퇴치를 위한 미국의 4천8백만달러의 원조금을 거부했다. 그 때 룰라 정권은 자국내 성병관리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불법적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선서가 아니라 ‘콘돔’이라고 못밖았다.

 

남한은 달랐다. 브라질이 거부한 부시의 매춘 금지주의를 덥석 물어 탄생한 것이 국내 성특법인 것이다. 이는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의 권력 욕구와 이를 통치기제로 받아 안은 정치권력의 산물이다. 국내 성특법이 스웨덴 모델이라고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스웨덴은 생계형 매춘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나름 복지천국의 대명사인 나라로 애초 우리 사회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럼, 사회주의자들이 지향해야 할 ‘여성해방’에 있어, 과연 연대해야 할 ‘여성’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예를 들어 허구를 살펴보자.

 

이화여대에서 있은 지난 사노위 여성주의 강좌에서는, 연대의 범위가 명시되어 있다. “자유주의자나 급진주의자들과 사안에 따라 연대활동을 할 수 있으며, 또한 사안에 따라 노동계급 여성 뿐 아니라 ‘여성 일반’을 포괄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음(예: 성폭력이나 낙태 등)”이라고. 물론 그 뒤에는 “노동계급 여성이야말로 진정한 해방의 담지자이자 주체가 될 수밖에 없음”이라고 부언하고 있다.

 

사안이 괜찮으면 연대한다? 이들이 ‘여성’이란 이름으로 우파까지 포괄하려는 무원칙한 연대가 과연 가능하기나 한 얘기일까. 콜론타이와 캐슬린 배리를 강제로 연대시켜 보자.

 

러시아의 여성 정치가이며 세계 최초의 여성외교관으로 ‘붉은 사랑’등 여성해방에 관한 저서를 남긴 알렉산드라 콜론타이(Alexandra Kollontai)는, 계급 모순에 기초한 사회 내에서 단일한 여성운동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회의한다.

 

따라서 “보편적인 '여성 의제'"란 처음부터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환상이니 집어치우라고 부르주아 여성운동가들을 질타했다. 콜론타이는 너무나 열악했던 당시 여성노동자들과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에서 영감을 받아 혁명가와 여성운동가의 삶을 살았지만, 그 해법은 성을 넘은 노동자들의 강고한 연대였다.

 

‘캐슬린 배리’(Kathleen Barry)는 매춘 반대운동의 선구자격인 급진적 여성주의 학자다. 여성주의 필독서로 알려진 그녀의 책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리뷰한 정희진(여성학 강사)의 글에서 배리의 생각을 엿보자.

 

“남성에게 여성의 몸은 쾌락과 담론의 대상이지만, 여성은 남성의 (벗은) 몸을 공포와 폭력으로 경험한다.. 만일 성매매가 ’더러운 것‘이라면 더 더러운 집단은 남성이다.” 15년전 북경여성대회에서는 성인간 합의에 의한 매춘과 강제적 (성적)인신매매가 구분되었지만 배리에게는 모두 ’인신매매‘로 간주된다. 배리는 성性분리주의로 먹고 산다.

 

당신은 사회주의자인가. 그리고 여성(노동자민중)주의자인가. 그렇다면, 부르주아 여성주의와 단호하게 결별함으로써 전선 교란행위를 멈출 수 있다. 선거 표심에 흔들리는 의회주의에 갇히는 한 자칭 운동에서도 진실은 종종 실종된다. 사노위는 진정 전위정당을 만들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강령에서 ‘성정치’와 같은 금기를 분명하게 정리 명시해야만 한다.

 

(낙태, 성소수자 문제 등은 이후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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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외면,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담론

 

성노동자 외면,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담론  
 

진보언론의 기조는 그 사회의 방향타를 제공한다. 87년 6월항쟁의 결과물인 한겨레신문은 나름대로 그간 이 사회를 진보로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언론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 줄곧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러나 할 말은 한다는 한겨레가 성매매란 이슈를 만나면, 순식간에 조중동과 같은 수구·보수지보다도 못한 찌라시로 추락한다. 이는 성매매에 대한 관점에서 한겨레가 주로 도덕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에서 잘 나타난다. 즉, 문제가 많은 성매매 특별법(성특법)에 대해서, 조중동은 평소 선정적이긴 하지만 심심찮게 이런저런 대안(합법화, 비범죄화)을 거론하는데 비해, 한겨레는 오히려 찬양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안에는 일체 침묵하는 반동현상을 보인다.

3일자 <한겨레 프리즘>에 실린 ‘풍선효과와 자연산’(박주희 기자) 기사를 보자.(“이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없는 까닭에 그간 한겨레 논조 - 성매매 금지주의 - 를 감안, '한겨레'로 표기하겠다.)

기사에서 한겨레는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에 있는 이른바 ‘신변종 성매매업소’ 실태조사를 벌인 보고서 자료를 열거했다. 이 조사에서 말하는 결론은 “한국 사회에서 성을 사는 일은 참 손쉽다.”와 “성구매자는 낯선 이들이 아”닌 “아내의 남편이고, 딸들의 아버지고, 여동생들의 오빠들”이다.

이 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생계에 허덕이는 성노동자들이 비공식부문에서 행하는 자발적 노동은 모르쇠하고, 나이 마흔을 넘겨도 허다한 미혼들(비혼율 40%를 상회하는)과 욕망의 결혼시장이 판치는 야만의 천국에서 그 ‘신성한 가족이데올로기’로 성매매를 방어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해서 성매매를 어렵게 규제하자고만 외치면 금지주의는 실현 가능해질 수 있는 일인가.    

실태조사에 참여해 ‘필드’를 샅샅이 훑어봤다는 최창진(사회당 대구시당 사무국장)씨 등은 “‘풍선효과’ 담론의 음모를 들춰냈다.”는데, 그에 따르면, 성특법 “이전에도 성매매산업은 경쟁적으로 ‘발전’해왔”으며, 풍선효과란 건 “성매매방지법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거대 산업의 번창 책임을 법 탓으로 돌려 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숨긴 담론”이란다. 물론 “한때 된서리를 맞았던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다시 버젓이 영업 중”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음모'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의 ‘딸’들이 왜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풍선효과의 진실은 무엇인지 지면관계상  신뢰할 만한 간단한 통계와 관련 발언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아보기로 하자.    

1. 2001년 여성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여 조사한 "성산업구조및 성매매실태 연구"에 의하면, 성노동자중에서 성매매를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56.8%, 법에 의한 간섭을 거부한 사람이 35%로써 도합 92.8%가 직업으로 자발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2. 2004년 10월 12일 대구여성회관 태평상담실에서 대구 집창촌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87%가 성매매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3. 2005년 1월 성노동자들의 단체인 ‘한터여종사자연합’은 자체 조사한 소속 집창촌 여성 515명의 실태조사 백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청원서에 의하면, 이들은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노동을 최후 수단으로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까지 포함할 경우 이들의 가족부양 비율은 90%에 달했다.  

4. 2005년 6월 7일 ‘폴라리스 프로젝트’* 공동대표인 캐서린 천(25·여)은 성매매가 국제적으로 ‘풍선효과’로 인해 단속이 심한 나라에서 약한 나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성특법이 발효된 뒤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거 이동, 전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의 공급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폴라리스는 워싱턴과 도오쿄오에 지부를 두고 미 법무부, 국무부, 의회로부터 예산 기금 등을 지원받으며 성매매 여성 구조활동을 하는 국제 인권단체이다.)

성구매자를 도덕적으로 단죄하려는 기사에 성노동자들의 실태 통계를 제시한 것은 성특법의 애초 목적이 ‘집창촌 폐쇄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논할 때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의 가장 우선순위인 성노동자들을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또한,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폴라리스 프로젝트’ 측의 발언을 예로 들었지만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 호주 등 해외 각지에서는 성특법을 피해 생계를 찾으려는 한국 성노동자들의 유입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풍선효과'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인 것이다.  

성매매 금지주의(성특법)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에 참여한 이가 속한 사회당만이 아니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과 모든 우파 정당들 그리고 주류운동권에 한겨레까지도 하나같이 찬양 일색인 기기괴괴한 형국이다. 정체성이 천양지차인 정당들 사이에서 성특법에 관해서는 어찌 이렇게 의견일치를 볼 수 있었을까.

혹여, 이들에게서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성(性)을 ‘파는 일’과 ‘사는 일’이 자신들과 무관할 정도로 이미 풍요롭고도  도덕적인(?) 삶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성특법 7년차를 맞을 때까지, 성노동과 성구매 현상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않고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금지주의 담론,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유럽만 들여다 봐도 즉시 사태 파악이 될 터인데, 인신매매와 폭력이 아닌 생존권과 자연의 본능,  성(性)시장의 신자유주의 메카니즘과 정치권력의 통치기술로써 모럴 테러리즘 정도는 이해해야 한겨레를 '진보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 터인데, 무엇이 무서워서인지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한겨레, 갈 길이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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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인권] 성매매와 여성주의 - I C P R

  

 

 

[성性인권] 성매매와 여성주의 - I C P R

2010·10·16 07:25
 
 

[편집부]

성매매와 여성주의에 대한 입장 성명

매춘권리국제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Prostitutes`Rights, ICPR) - 브루셀 유럽회의, 1986.10.1~3.


  매춘권리국제위원회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 국가의 여성운동이 모두 매춘여성을 발언자 혹은 이론가의 대열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설령 있더라도 극히 주변적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운동과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은 똑같이 성매매에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매춘여성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매춘여성들은 오히려 그렇게 한편으로 그녀들을 지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녀들이 매춘업을 그만두도록 요구하는 식의 방법은 거부해 왔다. 매춘여성들은 억압의 상징이 되는 것을 거부했으며 일반적인 노동자로 보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여성주의자들은 성노동이 합법적인 직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고 또 성노동자가 여성노동자라는 것을 의심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춘여성들은 여전히 여성주의에 동일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춘여성들은 개인의 독립, 경제적 자주, 성적 자율권, 개인의 역량과 자매애 같은 여성주의적 가치관에 동조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매춘여성의 실제 경험, 의견 그리고 필요를 파악한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이미 전통적 여성운동의 성매매 반대입장을 새롭게 사고하기 시작했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여성주의 조직의 하나로서 모든 여성-가장 보이지 않고, 가장 고립되어 있으며 가장 무시되고, 또 가장 이상화된 여성-들이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모두 존중받을 수 있도록 줄곧 노력해 왔다.

위원회의 주요한 사업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여성운동 내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분석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것인데, 이 분석과 전략이란 반드시 매춘여성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1. 경제적 자주

  경제적 자주는 여성의 생존, 자결, 자존, 그리고 자아발전의 기초이다. 여자들은 언제나 돈버는 것과 유관한 인생의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거나 또/혹은 동정받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경제적 독립이란 반드시 돈을 버는 방식(혹은 돈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거나) 및 자기의 수요와 욕망에 따라 돈을 쓰는 자유를 포함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타협하거나 몸부림을 쳐도 그와 같은 자원을 얻기 어렵다. 계급, 문화, 인종, 교육 및 기타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대부분 여자들은 모두 경제적인 의존 혹은 무력 속에 살아가며 그녀들의 타협이나 몸부림은 언제나 그녀들 개인의 부도덕성이나 불행으로 여겨질 뿐 그녀들의 책임감, 지혜, 용기의 표현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성적 매력을 갖는 것’과 ‘좋은 남자를 잡는 것’은 모두 여성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들 전략의 대부분은 기껏해야 경제적 지원을 얻는 것일 뿐 경제적 독립에 이를 수는 없었다. 그런가 하면 매춘여성들의 경제적인 활동이 무시되거나 또/혹은 범죄시되었던 것은 주로 모든 여성들에게 이처럼 현저한 성적 전략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모든 사회의 모든 여성(매춘여성을 포함한)은 기타 공민과 동등한 상업적 권리를 가져야 하고, 성적 서비스와 성적 환상의 상품화(포르노 매체같은)를 포함하여 주동적으로 경제적 활로를 창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또한 그로 인해 번 돈을 자신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저축하거나 소모할 권리가 있다.
    

2. 직업의 선택

  세계 각 지역의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이 기회가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알려져 있다. 여성(특히 유색인종과 노동계급의 여성) 및 계급과 인종 때문에 차별받고 억압받는 남성들에게 직업상의 선택이란 대개 다양한 피착취적 위치의 선택일 뿐이다. 또한 설령 고용되었다 해도 여성은 언제나 무시되고 희롱당하며, 노동에 따른 응당한 대가가 아니라 성별을 기준으로 한 월급을 받는다.

따라서 진정한 직업선택권을 누리려면 우선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여성은 원래 남성에게 주어졌던 직업을 쟁취할 권리를 가지며 또 원래 여성에게 주어졌던 직업에서 합리적인 월급과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들 조건은 궁극적으로 모두 성별분업의 폐지와 관련된다.

성매매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직업이었는데, 어떤 여성은 이 직업에 만족하고 어떤 여성은 혐오하며, 또 어떤 여성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으로서 의식적으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가 하면 어떤 여성은 남성의 폭력과 사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종사하게 된 경우도 있다.  

그 어떤 경우든 대부분의 매춘여성들은 자신의 직업에 수반되는 노동조건과 사회적 멸시를 원망하면서도 결코 성노동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여성은 교육과 취업상의 모든 선택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또한 어떤 직업-성매매를 포함하여-이든 마땅한 존중과 보상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긍정한다.  


3. 여성의 단결

  여성은 줄곧 성노동 또/혹은 그 성적 신분 때문에 다른 사회범주로 구분되어 왔다. 성산업에서 매춘여성은 무엇보다 법률과 사회적 통제에 의해 억압받는다. 그로 인해 포르노 모델, 누드댄서, 안마걸, 그리고 듣기 좋은 말로 도우미 혹은 성 대리인(sexual surrogates)이라고 불리는 매춘여성들은 통상 ‘매춘여성(창녀)’이라는 표식이나 매춘여성과의 개인적인 연관을 피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고 한다.

자신이 매춘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도 신분의 고하가 존재한다. 예컨대 거리의 창녀는 제일 하급이고 요정의 아가씨(應召女郞)는 가장 상급이 된다. 이들 여성이 자신을 명확한 성노동과 구분하려고 하면 할수록 매춘여성에 대한 차별 및 여성이 성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은 더욱 강화되기 마련이다.

한편 성산업 바깥의 여성 역시 마찬가지로 그 지위, 역사, 신분, 그리고 용모에 따라 구분된다. 비매춘여성은 종종 성, 미소, 복장, 사랑과 같은 형식의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받지만  이들 서비스는 실질적인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하며 오히려 여성의 지위를 깎아 내린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창녀/성모로 구분되어진다. 성적 방면에서 적극적인 여성은 창녀로 보여지고 성적 방면에서 피동적인 여성은 성모로 여겨진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성산업 내외의 모든 여성들이 단결할 것을 호소한다. 위원회는 특히 거리의 창녀 및 기타 자신의 피부색, 계급, 인종, 학대경험, 결혼경력 혹은 생육능력, 성적 기호, 장애 혹은 비만으로 멸시받는 여성들을 긍정한다. 위원회는 동시에 동성애자(妓男)호스트(?), 복장전환자, 성전환자와의 단결을 긍정한다.


4. 성적 자주성

  성적 자주권이란 여성이 자신의 성적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며 또한 파트너, 행위, 결과(임신, 쾌락, 혹은 경제적 보상)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성적 자주성은 성을 거부할 권리와 주동적으로 성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피임(낙태도 포함)조치를 취하거나, 동성과의 성적 쾌락을 즐기거나, 피부색과 계급을 초월한 섹스, 가학적 피학적 섹스, 그리고 금전으로 거래되는 섹스를 포함한다.

이들은 자주적 성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임에도 장기간 멸시되고 법률과 풍속에 의해 징벌되었다. 물론 만약 파트너가 필요한 성활동에서 파트너가 완전히 자주적인 상태에서 협조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 본인의 성욕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여성주의의 작업은 여성의 성의식과 용기를 강화하고 안전성과 선택권을 요구함으로써 성적 자주성을 배양하는 것이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따라서 모든 여성이 자신의 성행위(이것으로 상업적 행위를 하더라도)를 결정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멸시받거나 징벌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긍정한다.


5. 건강한 성장경험

  아동은 성인에 의존하여 생존, 관심, 성장을 보장받는다. 아동을 억압하거나-온정이든 폭력이든-, 돈을 위해 일하도록 시키거나 성인의 욕망을 위해 성행위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모두 아동의 성장경험에 치명적인 침범이다. 종종 아이들은 학대 때문에 가출을 하게 되지만 매음 외에는 다른 생계방식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이는 아동의 존엄성에 대한 침범을 연속시킨다.

어떤 연구는 매춘여성들이 어린 시절 학대받은 비율이 비매춘여성보다 훨씬 높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50% 이상의 매춘여성이 학대경험이 없는가 하면 25%의 비매춘여성이 어린 시절 학대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의 아동학대는 엄중한 인권침해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생존할 수 없다거나 회복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사회가 그녀들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과 자원을 제공한다면 말이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따라서 아동은 비호, 교육, 안전, 의료·심리·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성적 자결권을 가진다고 긍정한다. 어떤 국가도 정부경비를 책정하여 우선적으로 상술한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6. 모든 여성의 존엄

  지난 10년간 여성과 여아를 침범한 폭력은 줄곧 여성주의의 주요한 관심사였다. 성폭행, 직장내 성희롱, 구타, 그리고 모권의 박탈 등은 모두 관심, 연구, 운동이 특별히 주목해 온 바이다. 성매매의 맥락 속에서 여성은 때로 경찰, 고객, 사장 및 그녀가 매춘여성임을 알고 있는 이방인에 의해 성폭행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했다.

매춘여성도 비매춘여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강제로 행해진 성행위를 성폭력으로 느낀다. 매춘여성은 비로 성적 협상을 환영하지만 그것이 그녀들이 성적 희롱을 당해야 한다거나 성폭력을 당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따라서 매춘여성은 모든 여성 혹은 모든 남성과 마찬가지로 폭행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또 폭행당한 후에는 똑같은 법적 제소권과 사회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춘여성에 대한 구타-기타 여성에 대한 구타와 마찬가지로-는 사적인 관계 속에서 여성이 남성에 의해 지배됨을 보여준다. 법률은 비록 이와 같은 폭력을 처벌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집행시에는 종종 다양한 차별 또/혹은 자의적인 현상이 존재한다. 많은 국가에서 매춘여성의 수입에서 이익을 챙겼다고 가정되는 사람(식구나 동거인)이 벌금이나 구금에 처해지는 것 외에도 매춘여성의 남자친구나 남편도 폭력범죄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종종 ‘매춘알선’의 죄목으로 벌금이나 구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일반 여성의 남자친구나 남편은 폭력을 행사한 경우 여성쪽에서 분명히 고발을 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따라서 모든 여성은 교제관계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며 어떤 사적 공적 영역에서도 모두 폭력을 고발할 권리를 가짐을 긍정한다.

  많은 국가에서 매춘여성 혹은 성노동자로 인정된 여성은 레즈비언으로 인정된 여성과 마찬가지로 줄곧 자녀감호권을 박탈당해왔다. 사람들은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 혹은 레즈비언은 대개 무책임하고, 사랑과 관심이 적거나 양육에 부적절하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기본적인 인권과 인간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다.

또한 법은 성적 멸시를 받는 여성을 처벌할 때 그 자녀까지도 멸시하고 그들의 어머니를 빼앗아 버린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따라서 매춘여성과 레즈비언의 자녀감호권을 박탈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사회적 존엄성과 심리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7. 포르노그라피: <매춘여성의 글쓰기>

  그리스어에서는 성적 노출의 소재 혹은 포르노그라피를 특별히 ‘매춘여성의 글쓰기’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포르노그라피는 이미 남성이 주도하는 생산공업에 의해 빼앗겨 버렸고 그중 여성 모델과 여성 연기자가 상품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극히 적다. 그리고 매춘여성과 마찬가지로, 포르노 산업의 노동자 역시 매춘여성으로 멸시되고, 학대받은 경우에도 제소권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좋아서 한 일로 오해받는다. 또 그녀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유통된 후에도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성 노동자(사장이 아닌)는 포르노산업의 내용, 생산과정, 그리고 영업과정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와 같은 역량의 강화에는 성노동자의 단결, 성산업 안팎에 있는 여성들의 단결이 필요하며 또한 여성들이 어떻게 포르노그래피를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여성주의적 자결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공공교육프로젝트를 만들어 아동을 포르노그라피화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시장의 수요를 변화시키도록 호소하는 바이다.


8.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성 이동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는 여성주의나 비여성주의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문제로서 강요와 사기의 방식을 통해 매춘을 목적으로 여성과 아동을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시킴을 의미한다.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어떤 상황의 아동매춘에 대해서도 견결히 반대한다. 그러나 성인여성의 경우, 위원회는 국내 혹은 국제적 매춘은 모두 개인의 결정이며 성인여성은 자주적일 권리를 갖는다고 여긴다. 물론 매춘여부를 떠나서 모든 종류의 폭력과 사기는 범법행위로서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매춘여성의 신분으로 이동을 선택한 여성은 처벌되어서는 안 되며 학대받은 피해자로 여겨져서도 안 된다.

그녀들은 다른 이민들과 마찬가지의 권익을 누려야만 한다. 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매춘을 통해 이민하게 되는 것은 본국의 경제적 사회적 곤경을 벗어나 더 좋은 세계로 가기 위해서이다. 만약 많은 여성들이 그로 인해 자신이 또 다른 형편없는 상황에 처했음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는 단지 여성-특히 제3세계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취업의 기회가 전세계적으로 결핍되어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산업-성산업을 포함해서-이 국제화 될수록 모든 국가는 특별히 이주여성노동자의 권리와 특수한 필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여성을 이동화하는 정책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그들 정책은 여성이 만약 매음을 통해 이주했다면 반드시 폭력과 협박 혹은 사기의 결과라고 여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민은 설령 매춘으로 생계를 도모하더라도 노동자의 권리와 보장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사기 혹은 폭력과 협박으로 이주하게 된 여성들은 보상받아야 한다. 그리고 난민의 신분으로 남을 것인지 본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9. 모든 여성의 권익운동

  여성주의 저항은 반드시 모든 여성의 권익을 포함해야 한다. 매춘여성(특히 인종차별과 계급차별로 인해 억압받는 매춘여성)은 모든 여성 중에서 가장 억압되고 가장 침해되는 부류일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주의 운동의 담론은 반드시 그녀들의 권익과 그녀들의 목소리를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매춘권리국제위원회는 여성주의단체들이 매춘여성과 동일시하는 여성을 지도계층으로 청하고 매춘권리의식을 여성주의의 분석과 전략 속에 결합시켜야 한다고 호소하는 바이다.

 

 


      △ 2nd World Whores' Congress, Brussels, 1986
          PHOTO: Courtesy Gail Pheterson



원출전: Gail Pheterson(ed.)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hores. Seattle, WA:Seal Press, 1989. 103-108

(번역: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 출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持志, GG)
http://ggsexworker.tistory.com/entry/매춘권리국제위원회ICPR-성명-1986년-브루셀-유럽회의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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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법, 모럴테러리즘..

[인권평론] 성특법 뒤따르는 성정치 메카니즘 '화학적 거세법'  

- 국민들 성 도덕적 감성 이용, 지지기반 확대 노리는 모럴 테러리즘

아동에 대한 끔찍한 성범죄를 비롯해 온갖 유형의 성폭력으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화학적 거세’ 관련 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6월 29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하 화학적 거세법)을 재석 의원 180명 중 137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화학적 거세법’은 애초 아동을 대상으로 했던 성폭력 범죄의 정의를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넓힘으로써 자연히 '거세' 대상자의 범위도 청소년까지 확대되었다. 이 법에 의해, 앞으로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죄질이 나쁠 경우'와 만 19세 이상 '성도착증 환자' 등에게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강제로 실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국내 성 관련 입법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번 ‘화학적 거세법’ 에는 국회의원 137명이 동의했으니 전체 의원(299명) 대비 45.8%의 찬성률로 통과된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인권침해 논란이 적지 않은 법임에도 불구하고 재적의원의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한 채로 입법됨으로써, 대의제 모순으로 종종 지적되는 ‘과잉 대표’의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지난 2004년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의 경우 국회에서 단 1명의 기권자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된 사례와 비추어 볼 때, ‘화학적 거세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이에 대한 다수 의원들의 무관심은 매우 이례적이다. 성특법이 거의 만장일치로 제정된 것을 두고 당시 세간에서는 여성계의 협박정치에 굴복한 결과라는 설이 공공연하게 돌곤 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화학적 거세법과 성특법의 공통점으로는 시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입법행위에서 거쳐야 할 민주적 절차는 법 자체에 대한 시비를 떠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쪽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은 오늘 이 사회에서 이른바 ‘진보’를 지향한다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성담론과 관련된 정책에 이르면 얼마나 무방비 상태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즘 유난히 보도가 잦은 성범죄 사건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

성범죄 사건의 추이가 지난 시기와 비교해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성범죄를 선악적인 개념에 기반해 집행되는 형벌기준 강화 위주의 정책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성범죄를 두고 벌어지는 통치기제로서의 '성性정치' 현상은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것들이다.

첫째, 성범죄 사건의 추이에 관해서 일단 ‘화학적 거세’ 문제와 직결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 범죄현황(경찰청)을 보면, 2003년은 3070건이며 2004년에는 2930건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5년에는 3784건, 2006년에는 5159건, 2007년에는 5460건으로 증가하다가 2008년에는 6339건으로 그리고 2009년에는 6782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19세 미만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 범죄에 국한한 자료이긴 하지만, 2009년 통계가 2004년 대비 2.3배(3,852건)에 달하는 등 성범죄가 계속 증가일로에 있는 사실에서, 우리는 2004년 시행된 성특법과 성범죄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다. 즉 매춘금지주의 정책이 시행되는 국가일수록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성범죄가 급증한다는 가설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젊은 여성들에 해당하는 30세 이하 성폭력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의 68%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는 금지주의 아래서 성범죄가 자기방어력이 취약한 사람들을 향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성범죄 신고율이 10%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동·청소년에 대한 실제 성범죄 건수는 년 7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구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둘째, 성범죄에 대한 해법을 형벌기준의 강화에서 찾는 것은 주로 윤리학이나 범죄학적 관점에 치중해 성적 범법행위를 특별히 엄하게 다스리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다수 선진국들은 처벌 위주보다는 예방과 치료분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한국과 큰 대조를 보인다. 즉 성범죄 현상을 사회심리학이나 사회생물학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이는 특정 인간의 신체적인 성행동에서 문제행동이나 일탈행동이 발생하는 데 대해 사회학적인 도구로써 그 원인을 분석해 치료에 접목시키는 방식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형벌기준 강화 정책의 실패는 재범방지교육의 부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청소년위원회가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성범죄자 재범방지교육’이나 지난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사범의 재범죄율이 오히려 증가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형벌의 강화에서 예방정책의 약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면, 이번에 통과된 화학적 거세법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형벌(치료?)이 국내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서는 화학적 거세법의 비용과 관련된 경제적 측면의 문제 제기는 뒤로 미룬다.)  

먼저, 아동청소년이 가해자인 성폭력범죄 발생건수는 2006년 1571건에서 2009년 2934건으로 3년새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민주당 최영희 의원실 조사)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가해자인 아동청소년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걸 의미한다. 만 19세 이상에 한정한 화학적 거세법은 이들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소아성애증(Pedophilia)을 갖고 있거나 지남력이 취약한 정신적 질환을 지닌 가해자들의 공격 수단에는 ‘성기’ 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실제 ‘거세’로 간주할만한 60대의 발기부전 환자의 성폭행 사례도 그런 경우인데, 여기서 가해자들이 성기 대신에 주로 사용하는 손가락 같은 인체 부위에 화학적 거세란 소용이 없다. 또 피해자가 여아인 경우 더 주목을 받지만, 피해자 중 60%가 소년으로 조사된 바 있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과 통계편람(DSM-IV)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구조적인 면에서 보면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좌절감이 증오범죄형인 성적 범죄로 발전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성적 선순환이 가능한 사회적 제반환경의 개선이 선결과제이지 화학적 거세는 임시처방에 불과한 것이므로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OECD국가의 90%가 매춘 합법화나 혹은 비범죄화 정책을 채택한 배경에는 성범죄를 사회구조적 해법으로 줄여나간다는 의지 또한 담겨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셋째, 통치기제(control mechnism)로서의 '성性정치'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회적으로 우선시 될 만한 매우 중요한 이슈나 사건사고들이 덜 드러나는 대신, 상대적으로 성범죄 사건이 수시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크게 보도되는 데에는 정치공학적인 배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성범죄 증가 현상을 다분히 감안한다 해도 다수의 사회적 제 이슈들이 은폐되는 것에 비하면 이같은 편중보도는 매우 의도적이며 부당한 것이다.

‘성도덕’에 기반한 이른바 ‘모럴 테러리즘’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빅토리아 왕조에서 보듯 전근대적인 국가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도입한 가장 유용한 통치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해야하는 현대 국가에 와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다만, 기독교 근본주의 아래 순결이데올로기가 득세하고 있는 미국이 즐겨 사용하고 있고, 그 강력한 영향권 내에 놓인 한국이 따르고 있는 점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성도덕’을 통치기제로 즐겨 채택했는데 전자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후자는 화학적 거세법으로 나타났다. 적용 범위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국민들의 도덕적 감성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 확대로 가져가기 위해 이용한 선정적 메카니즘이라는 점에서는 가히 오십보백보쯤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성도덕’이 지켜지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스타급에 올랐던 몇몇 여성경찰간부와 여성부 인사들의 사례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TV화면을 수시로 제공한 메이저 언론사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권력의 통치기제가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만들어진 스타들이 정권의 명멸과 운명을 같이한 아이러니라니..  

히틀러가 유대인을 증오해 600만명이나 대량 학살한 데에는 아리안 순혈주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치의 순혈주의는 당시 많은 종교인·지식인들의 공모를 받아 냈으며 그 결과 순진한(?) 독일 국민들을 열광케 해 전쟁으로 몰아넣는 매우 효과적인 통치기제로 기능했다. 이는 또 민족적 ‘모럴 테러리즘’의 이면으로 미국의 순결이데올로기와 우리네 성특법과도 일맥 상통한다.

화학적 거세법의 실효성에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성범죄의 구조적 원인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성특법을 말하지 않는 이 땅의 수구·보수·진보지식인들, 이들의 공모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막나가다간 지구촌 어느 나라에서처럼 어느날 대~한민국에도 성도덕에 문제가 있는 자들은 가차없이 돌멩이로 공개 처형시키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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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실태보고서와 성특법 모순..

[논평] 美국무부 '인신매매실태 보고서'와 성매매 특별법의 모순 2010·06·16 
 

美국무부는 매년 인신매매실태(TIP.Trafficking in Persons) 보고서 발표를 통해 각 국의 랭킹을 공개하고 있는데, 14일 공개된 2009년도 TIP에서 특히 최우수 등급에 랭크된 한국에 대한 분석이 지난시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순적이다.

"한국은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상업적인 성적 착취로 연결되는 인신매매의 근거지이고, 경유지이며 그리고 최종 목적지(a source, transit, and destination country)이다."

TIP와 관련하여 한국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세계 175개국 중에서 2002년 이후 美국무부가 가장 우수한 1등급 지위를 부여해온 것과 매우 상반된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각 나라의 피해자 보호정책, 가해자 처벌, 예방활동 실적 등 TIP 평가기준이 미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오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美국무부 입장에서는 지난 2004년 9월 23일부터 전격 시행되고 있는 한국의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이 네바다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실시 중인 미국의 ‘매춘 금지주의’에 모범적으로 순응한 정책이므로 이를 칭찬해 대외적 선전수단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TIP 2009 보고서 발표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인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강조했다.(사진= 미 국무부)


동시에 성특법이 자초한 풍선효과에서 보듯, 단속으로 생존권 박탈 위기에 내몰린 국내 성노동자들이 미국 등 성거래가 좀 더 자유로운 국가로 자리를 옮겨 이주성노동자의 길을 걷게 되는 자국의 현실에 직면하자 또 다른 성격의 불법체류자들을 막아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이번처럼 TIP 보고서에서 앞뒤가 맞지않는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 이번 TIP에서 '최악'으로 분류되는 3등급 국가군에는 북한, 이란, 미얀마, 쿠바 등(13개국)이 여전히 포진하고 있는데, 미얀마 등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국가들이 대거 포함됨으로써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적 관점이 이 분야에서도 과연 공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매춘은 결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빈부양극화에 기인한 사회현상이며 또한 신자유주의의 이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성특법이 시행되자마자 국내 성노동자들이 음성화되거나 미·일·호주 등 선진경제권으로 이동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몽골·중국·동남아 등지의 제3세계 여성들이 연예비자로 국내에 진입해 일부가 매춘화 되는 현상은 일반 이주노동자들의 발생 경로처럼 그들의 생존전략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美국무부가 어떤 경우에도 매춘을 자본이 강제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분석하지 않은 채 단지 현상만 나열한다는 데 있다. 또 용어에서 강제적 인신매매와 자발적 인신매매로 구분해 사용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성거래를 인신매매와 동일시하고 ‘도덕’을 대안으로 제시하려는 경향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 2009년 '국제 성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인도 성노동자들이 성거래 범죄화와 낙인에 반대하는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사진= PLRI)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회안전망이 전무하다시피 한 곳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하지 말라”는 식의 법치는 결코 실효성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한동안 집창촌 폐쇄 사령탑으로 기능하며 적잖은 국고를 사용하던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정권교체와 더불어 간판을 내려도 이렇다 할 반박이 나오지 못한 것은 그만큼 주류여성계의 정책효과가 초라했기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美국무부는 '성인들의 자발적 성거래를 제외'한, 실제 강제적인 인신매매의 성격을 지닌 각종 현대판 노예 현상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지금처럼 대외 정치적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TIP 보고서의 모순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증가 일로에 있는 국내 성범죄 실태에서 증명되듯 아무런 실효성 없이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내 성특법은 조속히 폐지할 수 있도록, 당국은 이참에 성性관련 정책을 시민사회의 공론화 장으로 과감하게 불러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겠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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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즘?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6년 2월 28일자에 좀 특별한 기사가 실렸다.

최홍현정 기자가 올린 “천장의 세계’는 오르가즘 아닌 후유증 - 성매매 여성들의 외상피해 밝혀” 제하의 글이다.

 

[전문]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2946&section=sc1

 

노동자와 (산업)재해는 따라 다닌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성노동자)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재해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홍현정 기자는 대부분 빈곤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인 성노동자의 발생과 그들의 힘든 일상 앞에서 ‘오르가즘’을 거론하면서 치료를 얘기하는 몰염치를 보였다. 이러다간 '오르가즘'도 승인 받아야 할 판.. 일반화의 오류 치고는 상당히 심한 경우였다. 기사 덧글에는 기사가 훌륭하다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닉네임 파파님은 이렇게 반론했다.

 

<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하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비하가 아닌, 계급적 비하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성을 판매하는 쪽은 가난하고, 학력이 낮으며,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계층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남성들에 비해 일부이긴 하지만 일부 여성들도 성을 구매합니다. 이때 남성들에게 보다 더 큰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과연 성을 구매한 여성일까요, 성을 판매한 여성일까요? 상습적으로 성을 구매한 여성이 아니라면, 요즘같이 성적으로 자유로운 시대에 남성들은 굳이 그녀의 "과거"를 들추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여성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남편이 될 남성이 과거에 성구매 경험이 있다는 것과 성판매 경험이 있다는 것, 어느 쪽이 받아들이기 쉬울까요? "둘다 꼴보기 싫다"는 감정적인 반응을 제외하면, 십중 팔구는 전자를 용서하기가 쉬울 겁니다.

여기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혐오는 "순결하지 못한" 여성에 대한 비하라는 측면과 함께 (혹은 그 이상으로), 성을 팔만큼 구차한 삶을 살아야 하는 계급에 대한 비하라는 측면이 드러납니다. 저는 그러한 측면을 배제하고서는 결코 성판매자에 대한 비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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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본 낙태와 성매매

보건복지가족부가 3월 2일 낙태(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과 청소년 한 부모 지원책을 거론하자 여성계 모 관계자들이 발끈한 내용을 간추려 봤다.

"불법낙태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채 정부나 의사들의 의견만 들어갔다.. 기혼여성들도 양육할 환경이 되지 않아 낙태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지부가 아이를 키울 환경을 만들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누구나 아는데 청소년 한 부모를 지원한다고 돈 몇 푼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낙태금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타당한 이유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에는 절대다수가 찬성 입장을 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모순된다. 낙태금지나 성매매(성거래)금지나 국가가 ‘주권자’들의 몸에 폭력적으로 강제하는 파쇼정책은 같은 맥락인데 말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성윤리상 성매매 금지를 주장했으면 낙태 또한 금지하는 쪽에 서는 게 이치에 맞다. 성윤리를 사수하기 위해 우리 몸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규제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래서 성윤리주의와 성性분리주의인 급진페미니즘에 젖은 여성계의 헷갈림은 차라리 희극에 가깝다.

그런데, 여성계 모 관계자들의 발언을 성매매 금지정책에 발끈하는 진보버전으로 바꾸자 논리모드가 순식간에 시원하게 작동한다.

“성매매 금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수많은 성거래 관련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듣지 않은 채 주류여성계와 권력층 의견만 들어간 것이죠. 일반적으로 성노동자들은 당장 생계위기로 인해, 성구매자들은 성性빈곤으로 인해 성거래에서 만나게 됩니다. 성노동자들에게 6개월 동안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돈 몇 푼 쥐어 주거나 꽃꽃이 같은 단기 학원코스에 보내준다고 생존권이 해결되나요? 게다가 혼인이나 연애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다수 빈곤층에게 성윤리 교육으로 아랫도리를 차단한다는 게 무슨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이래서 논리랑 놀아야 하는 거다. 운동 제대로 하려면..

잘못하면 보수·수구들에게 이렇게 혼난다.
"성관계에 돈 개입하면 절대 안 된다는 반자본·윤리주의자들이 태아생명 죽이는 데에는 앞장서고 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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