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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이 왜 생겼는지 아니?

 

대학생 1학년 학생회관 로비에 전집류를 팔고 있는 아저씨의 말에 혹해서 구입한 미술화보집 이후로 전집을 내손으로 샀던 적은 없었다.(결국 화보집은 부모님이 내주셨다..히히히. 그리고 서울로 오면서 들고 왔는데 무겁긴 하지만 가끔 펼쳐보면 바보짓 한 것은 아니다 싶다.)

 

그러다 작년에 미친척하고 황금가지에서 공들여서 내놓은 세계민담전집1~10권을 샀다. 이건 그야말로 미친짓에 가까운 것이다. 책을 구입하긴 했거만 읽지는 않으니 그야말로 장식물!!

겨울 들어서서 한권씩 읽고 있는데 러시아것은 번역이 좀 어색하고 몽골은 거짓말쟁이 이야기만 절반이어서 실망...한국의 민담은 다 읽었는데 거기 나와있는 것보다 내가 다른 곳에서 읽고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합치면 더 많이 다양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평이한 수준이다.

여성신이 등장하는 숨어있던 민담도 좀 드물고, 끽해야 삼신할머니 정도라서...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민담을 읽는 중인데, 요게 재밌네.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가부장적인 사회이지만(민담은 다 옛이야기들이라 다 가부장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어느나라이건)여자와 아이들이 문제해결하는 등 이야기 속에서라도 소수자가 영웅이 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은 그나마 이런 얘기속에서 억눌려 살았던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담들도 바보, 게으름뱅이, 반쪽이, 박색의 여자, 할머니 등 이런 소수자들이 문제해결의 주인공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일 듯. 내가 그래서 민담을 좋아한다.

 

여하튼 우리의 남아프리카 줄르족들의 민담들...귀엽고 재밌다.

'우리는 이미 도마뱀이 전해 준 창조주의 말씀을 들었다' 제목 죽인다. 이 민담은 왜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전해준다. 카멜레온이 딴짓을 하는 바람에 창조주가 '인간은 영원히 살것이라'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다음에 도마뱀이 '인간은 어느 기간 살다 죽는다'라는 말을 새롭게 전했다. 그이후 카멜레온이 창조주의 말을 전하러 갔으나 사람들은 그를 믿지 못하고 '우리는 이미 도마뱀이 전해 준 창조의 말씀을 들었다'라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하늘에 별이 생긴 이유'를 들어봤나? 에구 귀여워..

요것은 짧아서 그대로 옮겨놓는다.

 

하늘에 별이 생긴 이유

 

은코시(하늘의 왕)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나라 외양간을 갖고 있었다. 그 외양간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소가 살고 이었다. 왕은 외양간 앞에 앉아 크고 작은 소를 세며 하루하루 그 수가 불어나는 것을 기쁨으로 삼았다. 왕은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꾼들을 불러 소 떼를 몰고 나가 산과 들에서 풀을 뜯게 했고, 해가 넘어가는 어스름 저녁 무렵이 되면 배가 부른 소들을 불러 모았다.

소가 많다 보니 그 모양도 참으로 다양했다. 뿔이 가시처럼 위로 향해 날카롭게 솟은 황소도 있었고, 아름답게 굽은 뿔을 가진 암소도 있었다.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말려 올라간 뿔, 파도처럼 굽은 뿔. 색깔 또한 다양했다. 검은 소와 흰 소, 점박이 소, 누렁이 소, 이처럼 은코시의 외양간은 항상 각양각색의 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종류의 소들이 외양간에 모여 있으니 외양간 바닥은 그야말로 소 발자국 천지였다. 황소가 찍어 놓은 커다란 발자국, 암소가 찍어 놓은 아담한 발자국, 예쁘장한 송아지가 찍어 놓은 아주 작고 귀여운 발자국.

칠흑같이 캄캄한 밤하늘에 크고 작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바로 하늘나라 외양간에 살고 있는 소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을 통해 하늘나라의 빛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크고 유난히 반짝이는 별은 커다란 황소의 발자국이고, 작고 아담한 별은 예쁜 암소의 발자국, 가물가물 희미하게 보이는 별은 송아지의 발자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은하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침저녁으로 하늘나라 외양간을 드나드는 수많은 소들이 외양간 입구에 찍어 놓은 발국이다.

 

 

소들의 발자국을 통해 빛이 내려와서 그걸 사람들이 별이라 부르고, 하늘나라 외양간 입구의 수많은 소발자국이 땅에서 보면 은하수로 보인다는 이 상상력이 귀여워서 바닥을 떼구르르 굴러다녔다. 지금도 실실실 웃고 있다...히히히히히...

 

웅...1년 반 사이에 11권이 나왔네..것두 미국으로..

1편 한국, 2편 러시아, 3편 몽골, 4편 남아프리카, 5편 스페인, 6편 태국/미얀마, 8편 프랑스, 9편 이탈리아, 10편 폴란드/유고, 11편 미국..

신화와 요정이 가득한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한국과 밀접한 일본, 중국 것이 안나와서 그것까지는 나오면 사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정리하기가 힘든 가보다. 얘기가 워낙 많으니까.

한국만 해도 창작과비평사에서 어린이문고로 한국전래동화집이 15권까지 나와있다.

(요놈을 열심히 읽으면서 자랐다. 그런데 그 책들의 절반이상은 이미 할머니 무릎에서 듣던 얘기들이었다. 할머니가 해준 얘기가 활자화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민담들을 정리하고 선별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번역자과 편집자 머리카락이 꽤나 빠졌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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