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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근황 1992

어떤 술자리에서 지금은 지리산에 들어가서 산다는 시인을 만났다.
노동해방문학이 사노맹 기관지가 되기 전, 초기 편집하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는 얘기도 언뜻하면서...박노해를 씹었던 기억이..

근황1992

말하자면
한때 새벽까지 마시던 소주를
커피로 바꾸고
가끔 새벽녘이면 터지던 울음도
한숨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통째 뿌리뽑힌 무들이
한겨울 광 속에 처박힌 채
시린 바람만 품에 안고도
어쩔 수 없이 샛노란 싹을 피우듯
좀더 절망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얼핏 선 채로 잠이 들어도
그칠 줄 모르는 폭설
꿈 속에서마저 가야할 길은 먼데
먼저 코피부터 쏟아졌다

- 詩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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