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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저녁무렵

올해, 풍파가 많았다. 다시는 보지 않았음 했던 사람들 사이의 분란..
그것이 죄악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관계와 노선(무엇이 옳다 갈무리 되어 있지 않은)...
선택을 요구하는 많은 말들, 찔러대는 대못들..눈감고 외면해도 덮쳐오는 상처가 되었다. 나로 인해 그렇게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
모두가 못할 노릇이다. 그깟 노선이 뭔데, 그것이 절대절명이라고 누가 장담하랴..단 1년 앞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인데..
그들과 또다른 그들과 그들속의 나와 또다른 그들 속의 나에게 빈술잔 얹어놓고 저녁과 밤을 맞이하여 이시를 읊는다.(2004. 11.5)

저녁무렵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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