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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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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밤...어리지도 늙지도 않는 이상한 시기에 왜 나는 이시에 공감해야 하나..살긴 살았나..시집 속의 이시가 툭 튀어 나와 말조차 아끼는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로 지은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한다..경고한다..그대..흐르듯이 가지말라." 꾸짖는다..
(200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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