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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예술, 혁명은 한몸

 

팀로빈스,'정치·예술·혁명은 한몸'

팀 로빈스는 누군인가? 얼마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이라크 침공 반대시위의 선두에서 그의 비제도적 아내(제도로서의 결혼을 거부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음) 수잔 새런든과 ‘부시행정부의 전쟁은 석유를 위한 전쟁(oil for work)’이라며 대이라크 전쟁의 본질이 야만성과 이기적 욕심임을 폭로한 미국의 유명배우이다.

팀 로빈스 감독의 99년작, 영화 <요람은 흔들리리라(The Cradle will Rock)>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미국 현대사의 실제 상황을 등푸른 생선의 팔팔 뛰는 이미지로 그려낸 수작으로 국내 영화팬들이 손꼽아 개봉을 기다린 영화. 영화는 지난 15일 국제노동영화제 초청작으로 처음 소개됐다.

팀 로빈스는 세 번째로 각본 겸 감독을 맡았다.
193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동명의 연극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헐리우드 문법과 브레히트적 문법이 뒤섞여 보는이를 낯설게 하기도 하고 초반엔 다소 얼떨떨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a (mostly) true story'(대부분 실화) 란 설명과 함께 열린다. 이야기는 디트로이트를 연상케하는 가상의 철강도시에서 이곳을 지배하는 자본가인 미스터씨(Mr.Mister)와 그의 폭력적 노무 정책에 거세게 대항하는 노동조합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전례없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미국은 20년대 경제대공황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뉴딜(Newdeal)정책으로 상징되는 적극적인 국가 수요창출 정책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수요 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폈던 정책이 연방극장계획(FTA:Federal Theater Project).

이 계획은 막대한 국가 재원을 들여 실직한 예술인을 모아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그러나 이들이 만든 연극 <요람은 흔들리리라>는 공산주의를 미화한다는 이유로 공연이 불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들은 마지막 장면에 무대장치도, 음악·음향도, 의상도 없이 공연을 선보여 뜨거운 갈채를 받는다.

이외에도 이야기의 다른 두 줄기로 △자유로운 예술가의 우울한 영혼을 가진 복화술사인 토미 크릭쇼(빌 머레이)가 극렬 반공주의자인 허프만(조안 쿠삭)과 사랑에 빠지는 플롯과 △무솔리니 치하 이탈리아의 선전선동가로 나오는 수잔 새런든, 자본가 록펠러 역의 존 쿠삭 등이 혁명운동의 지지자며 반골적 기질의 화가로 나오는 리베라(루벤 블레이즈)와 벌이는 그림과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쟁투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전반을 꿰고 있는 정서는 △파시즘에 협잡하고 철저한 반공주의로 일관한 당시 미국주류 사회에 대한 조소와 △노동자의 자각이 당대 산업자본가와 첨예하게 빚어내는 긴장을 예술을 매개로 꼬집는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노동자들이 연극 <요람을 흔들리리라>를 통해 계급관계의 본질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은 장구한 설명이나 서사가 아닌 시종 유쾌한 지껄임과 추출해 낸 듯한 인간관계의 메타포를 통해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 팀 로빈스
99년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휩쓰는 공고한 양대 보수정당체제의 미국 사회에서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팀 로빈스 감독은 유머와 위트, 해학으로 날카롭게 꼬집으며 노동자의 계급적 각성이 경제적 토대의 반영인 상부구조(예술)의 반동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임을 각인시킨다.
헐리우드적 감수성이 브레히트를 만나는 형식의 신선함, 자본주의체제와 예술의 관계성의 본질을 꿰뜷는 통찰이 당신에게 새로운 감수성을 제공할 것임을 확신한다.

아직 국내 개봉 계획이 없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오마이뉴스 최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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