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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단식, 천지 사람들

45일 단식... 천지 사람들
어제 오래간만에 진짜 미안하게도 오래간만에 천지 연대집회에 갔었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사람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고,
현장에 있어야할 노래패 패장이 투쟁조끼를 입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는 군복무기간(?) 4개월남은 병역특례병이지요.
이번싸움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곧 군대로 끌려갈지도 모르는 여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그대로 있을수는 없어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화의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 강준희 직무대행은 45일째 단식중이고,
회사는 사람이 죽든 말든 너희들이 단식하고 있는 거니까
그건 임단협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하루하루 살이 타들어가는 그 시간속에서 유유자적하며 교섭날짜를 죽죽 늘리고 있으니,
그도 자신의 신변만을 생각해서 가만히 있기에는 괴로웠을겁니다.

정문앞에는 단식 45일째 죽은 사람처럼 강준희 그사람이 누워있었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인사라도 하려고 다가간 저는 그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고개조차 잘 가누지도 못하고 그래도 웃으며 내게 인사하는 그,
입속에는 단식으로 인한 것인지, 피가 고여있었습니다.
"내청춘 바쳐 만들어 놓은 천지노조를 이렇게 앉아서 빼앗길수는 없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사수할 것이다." 그는 단식 전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내도 있고 세살박이 딸도 있습니다.
그렇게 정문앞에서 저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그도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그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펑펑 울고 있는 미남을 달래면서 공단하늘 한번 바라봅니다.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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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상어가 사람이라면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 줄까요?"
K씨에게 그의 주인집 여자의 딸인 꼬마가 물었다.
"물론이지"하고 그는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식물은 물론이고 동물까지 포함된 각종 먹이를 집어 넣은 거대한 통을 바다 속에 만들도록 하겠지. 상어들은 그 통의 물이 항상 신선하도록 할 것이고 어쨌든 각종 위생조치를 취하겠지. 가령 조그만 물고기 한 마리가 비늘을 다칠 경우, 때가 되기 전에 그 상어로부터 죽어나가지 않도록, 즉시 붕대로 싸매주겠지.
물고기들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가끔 커다란 수중 축제가 벌어지겠지. 왜냐하면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유쾌한 물고기가 더 맛이 좋거든.
그 커다란 통속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교에서 물고기들은 상어의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법을 배울 거야. 그들은 가령 어딘가에서 빈둥거리며 누워 있는 상어를 찾을 수 있기 위해 지리가 필요하게 되겠지.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물고기들의 도덕적 수련일 거야. 그들에게는 물고기 한 마리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놓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과, 그들이 모두 상어들의 말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을, 특히 상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그말을 믿어야 한다는 걸 배우겠지.
물고기들은 또한 복종을 익힐 때만 이러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걸 배우게 될 거야.
물고기들은 모든 저속하고 유물론적이고 이기적이고 마르크스적인 경향에 대해 조심해야 하고 그들 가운데 하나가 그러한 경향을 드러내면 즉시 상어들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배울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그들은 새로운 물고기 통과 새로운 물고기들을 정복하기 위해 물론 서로 전쟁을 하겠지. 그 전쟁들을 그들은 자기들 소유의 물고기들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할 거야. 그들은 물고기들에게 그들과 다른 상어들의 물고기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가르칠 거야.
물고기들은 알다시피 말이 없지만, 그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침묵을 지키기 때문에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그들은 발표할 거야.
전쟁에서 적군의, 다른 말로 침묵을 지키는 물고기 몇마리를 죽이는 물고기마다 그들은 해조(海藻)로 만든 작은 훈장을 달아주고 영웅 칭호를 수여할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도 물론 예술이 존재하겠지. 상어의 이빨이 화려한 색깔로 묘사도고 상어의 아가리가 화려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순수한 공원으로 묘사되는 멋진 그림들이 있겠지. 바다 밑의 극장에서는 영웅적인 물고기들이 열광적으로 상어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음악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그리고 악대가 앞장서서 연주하는 가운데 꿈꾸듯이, 그리고 가장 행복한 생각에 젖어서 상어 아가리 속을 몰려 들어갈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또한 종교도 존재할 거야. 그들은 물고기들이 상어의 뱃속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살기 시작할 것이라고 가르칠 거야.
또한 상어가 사람이라면, 모든 물고기들이 지금처럼 서로 똑같은 일은 없을 거야. 그들 가운ㄷ 일부는 감투를 쓰게 될 것이고 다른 물고기들의 윗자리에 앉게 되겠지. 약간 더 큰 물고기들은 심지어 더 작은 놈들을 먹어 치울 수도 있을 거야. 그건 상어들에게는 그저 즐거운 일일 뿐이지.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다음에 더 큰 먹이를 더 자주 얻게 될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더 크고 직함을 가진 물고기들은 물고기들 사이의 질서를 돌볼 것이고 교사와 장교 물고기 통의 건축 기사 따위가 될 거야.
요컨대 사어가 인간일 경우, 바닷속에는 비로소 문화가 존재하게 될거야."

- 브레히트 '상어가 사람이라면' 중 <코이너씨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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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오디세우스와 시레네

신판 희랍 신화

오디세우스와 시레네

알다시피 영리한 오디세우스는 노래로 사람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시레네 마녀들의 섬을 보았을 때, 자기 몸을 타고 가는 배의 돛대에 묶어 놓고 노젓는 뱃사람들의 귀를 밀납으로 틀어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밀납과 밧줄의 덕분으로 그는 아무런 심각한 결과도 가져오지 않으면서 예술을 감상했다는 것이다. 귀가 안 들리는 부하들은 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서 우리의 주인공이 돛대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모습과, 유혹하는 여자들이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다. 따라서 얼핏보기에는 모든 게 약속되고 에언된 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희랍인들은 모두 그 교활한 오디세우스의 술책이 성공한 것으로 믿었다.
여기에 의문을 품는 것은 내가 처음일까? 요컨대 내 얘기는 이런 것이다. 모든 게 다 좋다. 그러나 돛대에 묶여 있는 사람을 보고 그 마녀들이 정말 노래를 불렀다고 말한 것은 오디세우스 혼자뿐이지 않은가? 이 천하무적의, 닳고 닳은 여자들이 아무런 행동의 자유도 없는 사람들에게 정말 자기들의 예술을 낭비했을까?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마녀들이 뭔가 있는 힘을 다해 외치는 것처럼 뱃사람들이 본 것은, 실은 그녀들이 그 째째하고 소심한 촌놈에 대해 욕을 퍼부은 것이었으며, 우리의 주인공은 그래도 결국은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짐짓 몸부림친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 브레히트'상어가 사람이라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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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약할 수 있는 권리

약할 수 있는 권리
K씨는 어떤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었다. 그후 이 사람은 아무런 감사의 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K씨는 큰 소리로 그 사람의 배은망덕함을 비난함으로써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K씨의 행동이 점잖치 못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자넨 감사를 받기 위해 무슨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몰랐었나? 인간이란 남에게 감사할 수 있기에는 너무 약하니까."
"그렇다면 나는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하고 K씨는 물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감사할 것을 요구할 만큼 약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고백하면, 마치 자신이 바보임을 고백하는 것처럼 생각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럴까?"

-브레히트 단편소설집 '상어가 사람이라면' 중 [코이너씨의 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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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3공단에서

오래간만에 가리봉역에 내려본다.
늘 가리봉5거리 문화공간에서 연습하다가,
오늘은 다른 패와 연습이 겹치는 바람에
천지노조에서 패모임을 한다고 했다.
좀 여유있게 시간을 잡고 구로 3공단을 걸어본다.

이런.... 어둑해지는 공단길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는군
여기 이곳 구로공단에 내가 온지가 벌써13년째...
그동안 같이 울고 웃으며 노래했었던 그 동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는지..
중원전자, AMK, 슈어프로덕츠, KDK, 나우정밀,
그리고 고향같은 사람들, 구노련 사람들...
수많은 노래패가 만들어지고, 해체되었는데,
나는 오늘도 여전히 이 거리에 서있다.

불타 없어져 버린 가리봉 시장, 하나씩 문을 닫고 있는 상점들,
거리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 무수히 생겨나는 중국상점
이제 패션거리의 변해버린, 공단4거리
하지만 여전히 구로공단노동자들은 무심히 그 길을 걸어
일하러가고, 오고, 그렇게 살아간다.
나도 무심히 그 길을 걸어 강습가고 오고, 술먹고, 노래하고.....
하지만 오늘 따라 공단길이 정겹다 못해 슬프다.

이제 곧 천지산업노래패에서 노래테잎이 나온다.
8년째 구로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미남이, 영진이, 상곤이, 형원이, 정훈이...20대 초반에 만난 그들이
이제 30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대 후반에 만나 이제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승렬이, 종문이......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이제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너무 힘들었지만 비록 또 해를 넘겨버렸지만,
2002년 출발부터 결실을 맺는 듯하여 뿌듯하다.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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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뱀발--젤소미나
박미영 선배는 십여년 구로공단에서 노래강습을 하고 있습니다.
노문교협을 해산할때까지 함께 하였고, 노문센터 초기 논의부터 준비위, 창립을 하는 과정에서도 아낌없이 힘을 다하였구요..
2000년에 독립하셔서 노래강사로서 역할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음..나이보다 훨씬 감각이 젊어서 신입들과 말이 잘 통했고..나이 많은 선배들과이 갭을 줄여주는 들어주는 선배이셨답니다.
노문센터 준비위때..처음 문화단체에 들어와서 일하기 시작한 젤소미나가 이래저래 많이 기댄 선배이죠. 늘 고마운 선배..미영언니...이 글로 진짜 노래 한곡 만들어봐요..

(20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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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상처

큰언니가 언니네 집과 개한마리를 맡기고 시댁에 갔다.

어제는 근 6시간 넘게 일을 하고 저녁에 와서 개 끌어안고 잤고,

오늘도 아침 일찍 차례상 보고 낮에 잠깐 울산 다녀와서 텅빈 언니네 집에서 방안의 불들을 하나둘 껐다.

아직 초저녁인데 한밤중 같다. 형부 책장에서 이리저리 시집이랑 책 따위를 뒤져보던 중이다.

명절에 내려와서 저녁에 혼자 지내기는 처음이다. 냉장고에 있는 언니의 와인과 피아노에 곱게 놓여있는 형부의 위스키를 어제부터 한잔씩 먹고 있는 중인데 오늘도 두어잔 더, 폼나게 마셔주고 자야겠다.(되게 맛있다.)(2005.9.180

 

상처

 

박라연

 

그때 그 잎새

슬픔이 지나간 자리마다

숭숭 뚫리는 비릿한 구멍들

망각의 못 박아잊을 일이다

 

그때 그 잎새에

꽁꽁 묶여 알몸으로 살 것 같은

내 영혼의 팔랑개비여 돌아라

바람 없는 날이라도 부디

가벼웁게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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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더 먼 곳에서 다쳐

교보문고에서 서성거리다가 누군가에게 줄 시집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집에 박아놓았던 어떤 시집이 생각났고 그자리에 서서 한참을 뒤적거렸지. 속도가 빠르고도..참 우울하네..

집에 와서 또 뒤적거려보다가 그중 한수를 배껴놓는다. 여기에...

(2005.8.31)

 

더 먼 곳에서 다쳐

 

이성복

 

저녁이면 꽃들이 누워 있었어요

이마에 붉은 칠을 하고요

 

넘어져 다쳤는지 몰라요

어쩌면 더 먼 곳에서 다쳐

이곳까지 와서 쓰러졌는지도

 

엎드리면 꽃들의 울음소리 들렸어요

난 꽃들이 등물 하는 줄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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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단풍 丹風

마지막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가을을 맞아..

 

단풍 丹風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줄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여 시월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실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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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맥그라스] 상상 속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상상 속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 to an Imaginary Friend)

 

토마스 맥그라스

 

 

엉뚱한 이야기, 웃음거리가 될 이야기

그것은 현재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결코 과거의 목적도 아니다

진정한 것은 관용과 희망

선한 것을 창조할 열린 마음과 참된 욕망

 

이제, 내년 가을에는 이슬이 내리리라

인간을 오싹하게 만드는

우리의 새로운 구체제에는 이슬이 내리리라

내 정원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난파선 위에

                         내 희망 위에

내 지나온 나날들의 수많은 죽음 위에

 

   이제, 으스스한 거리에서

사냥꾼의 소리와 자본의 길고 긴 천둥 소리를 나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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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허수경


저 풀들이 저 나무잎들이 건들거린다
더불어 바람도
바람도 건들거리며 정처없이
또 어디론가를 ......

넌 이미 봄을 살았더냐
다 받아내며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난 이미 불량해서 휘파람 휘익
까딱거리며 내 접면인 세계도 이미 불량해서 휘이익

미간을 오므려 가늘게 저 해는 가늘고
비춰내는 것들도 이미 둥글게 가늘어져

둥글게 휜 길에서 불량하게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더불어 바람도
또 어디론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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