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5/03/09 00:56

그러고 보니 어제가 되었군.

 

여자들이 빵과 참정권을 달라고 외친지 97년이 지났다.

'인간'이 아니었던 '인간'들이 '나는 인간'이라고 선언한 날이라고나 할까?

언제나 그러했겠지만 그날의 요구는 극히 당연하되 절대 얻을 수 없던 것들이었다.

 

지금 보면 100여년 전 그날의 요구는 참으로 소박한 것이었으되, 참다참다 결국 터져버린 고름과도 같은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아 뭉그러져버린 마음과 같이...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여자는 일하면 애, 남편, 부모 내팽겨치고 집안 버린 매정한 년이고,

일 안하면 무능하고 사회성 없는 쓸모없는 년이 된다'고...

 

그래서 여자들은 헷갈린다.

일하라는 건지, 애키우라는 건지, 가족 봉양하라는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죽으란 말인지...

 

당연한 것들을 외치느라 녹아버리는 가슴으로 오늘도 많은 그녀들은 고민하겠지.

그 중 정부통계로도 99.99%가 여성인 보육현장의 그녀들은 '세상을 향해 외치기'로 결정한 셈인데, 최근에 정리한 2005년 보육노조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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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동자 임금 현실화’
- 최저임금 위반 없는 보육현장 쟁취
- 체불임금 전액 지불
- 생활임금 보장
‘보육노동자 고용안정 쟁취’
- 보육현장 상시업무 시 비정규직 채용 금지
- 고용안정 위협하는 근로계약 체결 반대
‘노동시간 단축’
-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8시간 근무 보장하라
- 휴게시간, 연월차, 생휴 보장하라
-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적정인력 확보하라
‘보육노동자의 노조활동 보장(노조가입 및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는 위법이며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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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모여앉아 외치기로 한 게

'말 한마디로 해고당하기 싫다'고, '최저임금도 안 주면 살기 힘들다'고, '하루 10.8시간 노동은 너무 힘들다'고, 이런 말들이다.

왠지 100여년 동안 외치는 수준이 전혀 나아진 것 같지 않아 매우 센티하고도 멘탈해진다.

 

그 노래가사, 모두들 알고 있겠지?

"너희들은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는 이는 이 가사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요즘은 우리가 조금씩 되찾은거 자본이 한꺼번에 쓸어가는 것 같아"

 

참정권도 분명 있고, 이제 호주제도 폐지되고, 광주전남엔 남편 육아도우미들도 있는데,

왜 여자들은 언제나 더 배고프고, 더 할 일 많고, 더 비난받고, 여전히 인간 취급 안해주는 인간들에게 시달리고 있을까?

 

어느날 자본에 횡포에 더이상 견딜 수 없어 노조를 만들어야 했던 노동자들처럼,

여자들은 무엇을 만들거나 무슨 생각을 해야 해소될 수 있는 갈증일까?

 

가끔 드는 생각인데 여자로 산다는 건, 참 고단한 일이다.

 

(* 그래도 나름대로 스릴 넘쳐 우울증 걸릴 염려 전혀 없는 지니야 생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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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00:56 2005/03/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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