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5/03/07 19:47

주말에 광주전남지부 출범식에 가봤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한 구석에 자리잡은 터라 사무실은 중앙보다 더 번쩍번쩍하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도 멋지구리하고, 출범식 순서지부터 왕 칼라풀했다.

 



누가 들어도 식상할 내외빈 소개, 경과보고, 축사, 격려사, 연대사 등등...

지루한 시간이 모두 지나고 드뎌~!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결의의 시간'이 돌아왔다.

 

보육노조에서

'지부별' 또는 '지회별' 이라는 수식어와

'결의의 시간' 이라는 2단어가 붙으면

바로 퍼포먼스를 의미한다.

 

지난 1월 노조 출범식때 모두 장미를 입에 물고 등장한 광주전남지부인지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져버리는 법이 없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보육노동자의 힘든 하루 일과를 시로 낭독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드는 듯 하더니, 어느새 보육노조라는 빨간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이 올챙이 모양으로 등장하더니 차력시범 한판~!

'장시간노동'이라고 적힌 PET병,

'급간식비 착취' 라고 붙은 종이 벽돌,

'딸린 아이들 30명'이라고 적힌 종이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보육노조 차력사의 손과 발에 무참히(?) 사라져갔다.

(* 봐야되는데... '보육노조' 들어가는 집회나 행사엔 왠만하면 오세요. 내가 봐도 강추~!)

 

어느새 출범식이 끝나고 승리감(?)에 젖은 광주전남 식구들...

뒷풀이에서 있는대로 풀어져 술마시기 시작했는데, 그중 1/3은 지부 식구들의 남편들이었다.

오늘 하루 누구네 남편들은 집에서 열심히 애보기 중이고,

누구네 남편들은 출범식 자리에 와서 애 보기 뿐 아니라 기계 만져주랴, 플랭카드 걸어주랴 분주하게 움직였었다.

대체로 술자리에 가면 '누구의 부인' 소개는 많이 받아봤는데,

그 술자리에서는 '누구의 남편'들이 소개되어졌다.

대화를 좀 나누다보니 부인들 흉보기도 한판~!  "모이면 지들끼리만 속닥거리고 우린 안끼워줘!"

그 자리에 있던 몇 안되는 처녀인지라 즉석해서 '농민회 자리 비었다'는 스카웃 제의까지 받았다...^^

 

광주전남은 대체로 학생운동시절 만난 사람들이라 누구네 남편은 누구의 후배고, 누구네 아내는 누구의 동기고 다들 그런 사이...

민중가요 한가락 나오면 온통 합창의 물결이다.(난 술판이 노래판되는거 싫어하지만... 쩝.)

 

다들 친구같고 동지같아, 보기 좋았다.

 

불현듯 무슨 회의나 어떤 행사때마다 각자 집안의 아이들 돌보는 문제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하던 다른 지부 그녀들이 생각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3/07 19:47 2005/03/07 19:47
TAG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jineeya/trackback/203
  1. Subject: 전국보육노조 광주전남지부 출범식 모습

    Tracked from 2005/03/08 14:51  삭제

    * 이 글은 jineeya님의 [광주전남의 남편 육아도우미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이 날의 플랭

  1. batblue 2005/03/07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찍었겠죠? 어서 디카페이지에 올리세요. 어서욧.

  2. jineeya 2005/03/08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atblue/올려놨어여~!

  3. batblue 2005/03/08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지부 출범식사진을 보니 사진 교육한 보람이 있군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