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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통신|융합 - 2008/01/23 18:58

* 민중언론 참세상에 쓴 글

 

 

미디어융합, 자본의 힘다지기

[특별기획 : 이명박정부와 진보](3) - IPTV로 본 융합 환경과 공공성 과제

 

 

최근 1,2년 사이 업계와 언론을 통해 간간히 들려오던 미디어융합시대의 도래는 하나TV, 메가TV와 같은 IPTV 서비스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미디어 융합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시작된 현상이다.


기존 언론과 방송들은 각자 신문, TV, 라디오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매체를 가지고 있고, 기사, 영상, 음성과 같이 매체 특성에 맞는 단일한 형태의 컨텐츠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매체가 담을 수 있는 컨텐츠의 형태 제한은 사라졌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텍스트든, 영상이든, 음성이든 어떠한 형태의 컨텐츠도 수용하고 심지어 병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미디어 융합은 인터넷 사용이 본격화된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 아니다.


IPTV 역시 단말기가 PC에서 TV로 바뀐 것일 뿐, 기술적으로는 인터넷과 같은 데이터 통신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컨텐츠가 제공 가능하고, 인터넷 통신망 역시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IPTV 도입 초기 단계인 현재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컨텐츠를 볼 수 있는’ VOD(Video on Demand) 서비스가 주요 특징으로 소개되고 있다. 즉 기존의 TV와는 달리 웹사이트처럼 채널을 메뉴에서 선택하고, 편성 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리모콘 버튼 하나로 원하는 컨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매주 월화나 수목 드라마가 회사원들의 퇴근시간마저 조율하던 진풍경은 언제든 시청 가능한 IPTV 속 쌓여있는 시리즈물 틈에서 사라진 옛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융합시대’라는 간판에 숨은 속셈


그렇다면 굳이 IPTV를 기점으로 새로운 미디어융합시대를 표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나라 통신시장은 주로 망 구축과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1997년 약 11조 원에서 2005년 약 38조 원 규모로 수직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통신망은 물리적 확장 공간도 없을 뿐더러 추가 수요가 없다보니 업자들 간에는 가입자 뺏기와 저가 경쟁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한편 망이 공공적 관점을 상실한 채 순수 민간자본으로 구축되는 동안, 인터넷은 대중을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제작자로 끌어올렸다. 제한된 매체를 통해 편중된 정보만 접하던 대중은 인터넷의 무한한 정보와 소통에 매료되었고, 동참하였고, 다양한 실험을 함께 했다. 인터넷에 등장한 각종 대안언론들 역시 주류 언론이 터부시하던 주제를 다루면서 보도 내용과 관점의 범위를 넓혀왔다. 밀레니엄 초기의 인터넷은 그야말로 대중의 힘이 자본의 통제보다 우위를 점하던 공간이었다.


결국 통신사업자는 인터넷 자체의 자본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신규서비스 창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을 고려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 관점에서 IPTV는 매우 훌륭한 상품이다. 가입형 폐쇄 네트워크로써 인증과 과금체계를 통해 완벽한 자본의 논리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통신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방송이라는 컨텐츠를 보강함으로써 삶의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기를 획득한 셈이다. 더불어 대중의 안방에 진출함으로써, 향후 도래할 홈네트워크 시대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부가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철저히 산업의 이해관계로 진행되어온 IPTV사업 추진은 방송사업자들과의 긴장관계 속에 늦춰지는 듯 했으나, 대선 이후 이전의 진도가 무색하게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28일 소위 IPTV법이라 불리우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미디어융합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방송과 통신의 정책 및 규제를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조율되지 못했던 부처와 산업간 이해관계가 이명박 시대를 예고한 바로 그 시점에서 경제 논리 일변도로 순식간에 정리된 셈이다.


융합 국면을 이용한 미디어 공공성과 다양성의 박탈


원론적으로 미디어융합은 매체 간 경계 붕괴를 의미하며, 매체별로 묶여있던 컨텐츠의 다양한 교통을 전제한다. 컨텐츠의 다양성은 표현의 자유 및 대중의 폭넓은 참여와 상호작용하면서 미디어 공공성을 완성해 나가는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의 융합미디어는 미디어융합의 내재적 속성과 무관하게 경제대통령과 상인들의 의지에 따라 산업 기능만 남은 또 하나의 바보상자일 뿐이다.


매체는 여론을 좌우하는 언론과 방송의 주요한 유통로다. 대중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자본과 권력의 목소리만 남는다. 따라서 매체에 있어서 공공성 요구는 고답적 개념이 아니다. 실제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의 다양성, 그리고 대중의 미디어 권리를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정책이다.


당장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음성 서비스 규정이 없다면 장애인의 매체 소외는 가속이 붙게 된다. 유료화 서비스의 증가는 빈부에 따른 미디어 격차를 증폭시킨다.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탈각된 매체가 대중에게 입히는 피해의 단면이다.


혹자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인터넷의 UCC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참여 권리로 확장시키는 총체적인 과정이다. 미디어센터를 통해 미디어권리와 제작을 교육하고, 시민방송 RTV와 같이 언제나 참여 가능한 통로를 확보한다. KBS 열린채널과 같은 공영방송으로의 참여 가능성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그간 언론과 방송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여 통신에는 존재한 바 없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규정해왔다. 일례로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는 프로그램 편성 및 제작 등의 의결과정에 시청자의 역할을 배분하거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IPTV법에는 VOD 서비스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존재하지 않으며, 수많은 방송법 준용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편성 의무에 대해선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인터넷 포털의 경우에도 대중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포털의 위세는 네티즌들의 인터넷 활동 반경을 제한시키면서 문화를 지배함은 물론 ‘열린’ 인터넷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어떠한 정책적, 법적 공공성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 부처부터 이미 산업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우리 나라 IT정책의 결과인 셈이다.


통신업계와 새 정부의 산업중심주의가 만난 지점에서 만개하는 융합미디어는 대중에게 미칠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공적 의무에 대해 기금 약간으로 면피할 예정이다. 한편 IPTV는 방송과 통신서비스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거대 자본의 뒷받침이 필수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대안언론이 진출할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공공성에 기반한 컨텐츠의 다양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지 않으면 엔터테인먼트만이 존재하는 돈벌이 공간일 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새 정부가 일관되게 관철시킬 공공성 배제의 기조가 비단 IPTV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수위가 추진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 범위와 최근 활발히 진행 중인 케이블TV의 디지털화는 방송과 통신사업 간의 경계 해소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기존 매체들은 단기적으로는 융합미디어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통해 공공성 관련 규정의 회피를 용인 받게 된다. 한편 인수위의 MBC 민영화 검토 발언이라든가 IPTV법의 의도를 살펴보면 KBS1을 제외한 모든 매체는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민영’의 의미는 곧 공공성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받지 않음을 뜻하게 될 것이다.


공공성 확장을 위한 선순환 궤도의 발굴


현실은 이렇다. IPTV라는 융합미디어를 시발로 인터넷과 케이블TV 그리고 결국 지상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공공성 축소와 컨텐츠의 상업화로 인한 다양성 상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과정은 IPTV법의 비호 하에 흡사 공룡 같은 규모와 권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공공적 정책이 작동되는 매체가 존재한다면 여타 매체로의 확장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매체 간 시장영역이 겹치기 시작하고 서비스 내용이 닮아가는 동시에, 동일한 기구의 정책과 규제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그나마 반영된 공공성 영역의 발굴과 수호, 그리고 확장이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운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시청자의 참여와 퍼블릭액세스는 융합미디어에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좀 더 나아가 방송에서 관철되어오던 공공성 개념과 정책은 융합시대를 맞이하여 보다 확장될 필요가 있다. 시청자의 권리를 ‘소통과 참여’로 확장시켰듯 현재 공익광고 수준에 머무는 공익/공공 컨텐츠의 의미를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성, 소수자 등의 개념을 포함한 컨텐츠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확대된 공공 컨텐츠들이 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 융합미디어에서도 유통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대안 컨텐츠 생산 집단들은 자신들의 컨텐츠가 갖는 대안성을 보다 면밀하게 정리함으로써 유통이 갖는 의미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성 확대로 마련될 미디어 다양성 정책에 충실히 복무할 수 있다.


확장되는 공공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부 기구 재편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나가야 한다. 특히 인터넷과 IPTV는 공공 미디어 진흥이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산업 규제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미디어 융합국면의 흐름을 산업화가 아닌 공공성 확보로 바꾸면서, 공공 컨텐츠 및 매체에 대해 지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매체를 가진 산업들에 공공 컨텐츠 유통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대중의 다양한 미디어 접근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융합미디어 자체에 대한 분석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IPTV는 논리적으로 채널수의 제한이 없고 컨텐츠 배치가 메뉴 방식이다. 사업자가 원치 않는 컨텐츠는 대중이 찾을 수 없는 하위로 숨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IPTV의 경우엔 ‘공공 채널 확보’ 보다는 탑화면의 일정 % 이상을 공공 컨텐츠로 배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또한 IPTV는 전화와 인터넷망 같은 서비스 간 융합과 다양한 컨텐츠 유통으로 인해 인증과 과금 단계에서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융합미디어가 가진 매체적 특성을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과 정책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최근의 미디어융합 환경은 흡사 도미노 게임을 연상시킨다. 한 매체에서 공공성과 다양성이 상실되면 다른 매체로의 전이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국면 자체가 자연스레 대안언론과 방송 및 통신운동 진영의 대규모 결집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이 공공성 확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음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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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18:58 2008/01/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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