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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8/10 17:27

슬슬 도를 넘는 인간의 의인화
- 영화[아이로봇] 관람기 -

 

아무리 뜯어봐도 로봇 액션영화.

 

책 한권 읽어본 적없는 -어쩌면 한권 정도는 읽었을지도 모르는- 1920년대생 아시모프에 대한 기대가 컸나?
아님 윌 스미스는 코미디언이라는 생각이 강했나?
그도 아니면 젤리형 로봇메카닉은 영 내 취향이 아니었던건가?



여하튼 70년대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무한한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으나,
2000년대 온갖 SF 에서 다뤄진 메인 컴퓨터의 반란은 안타깝게도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다못해 캐릭터중 하나만이라도 카리스마 넘쳐줬으면 볼만했으련만,
윌 스미스는 나올때부터 계속 건들거렸고,
기타 인간 캐릭터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으며,
서니라는 로봇은 얼굴만 달라진 이전 SF 로봇 캐릭터의 복사품이었다.

 

그리하여 이 영화를 굳이 정의하자면 '로봇'과 '액션'의 2단어로 정리하고 싶지만,
그나마 인간 닮은 로봇들의 인간적인 액션이라니...
윌 스미스의 총구를 벗어난 총알이 로봇들의 관자놀이를 관통하는 순간엔 전쟁영화를 방불케 하는 잔혹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관자놀이 맞았다고 로봇이 죽다니, 말이 되냔 말이다. 내가 느낀 간담 서늘함에 스스로 당황스럽다.)

 

 


로봇을 바라보는 관점

 

이 영화에 등장한 사회 전복 세력은 모든 단말 로봇의 콘트롤이 가능한 메인컴퓨터 비키(VIKI). 비키는 인간이 만들어준 로봇의 3원칙을 회로속 깊이 새긴 컴퓨터다.

 

제1조 로봇은 인간이 위험해 처하지 않도록 한다.
제2조 로봇은 제1조에 반하지 않는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한다.
제3조 로봇은 제1,2조에 반하지 않는한 스스로를 보호한다.

 

비키에게 있어서 인간의 보호는 인간이 로봇에게 요청한 것이며,
인간이란 매우 불합리한 존재인지라 언제고 전쟁의 주범이 되어 서로를 파멸시킬 가능성이 꽤 높다.

그리하여 비키는 어느날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신형 로봇모델들과 함게 인간들의 통금시간 지정과 이동의 자유 박탈을 감행한다.

그리고 대충 예상하겠지만 비키는 인간+로봇의 동맹세력의 손에 곧 최후를 맞게 된다.

 

이 영화에 나타나는 비키나 윌스미스를 돕는 로봇으로 나오는 서니는
로봇중에서도 마치 로봇다운 생각을 넘어(?) 자의식을 소유하게되는 장치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로봇천재 래닝박사의 TV속 연설장면에서 마치 고도의 규칙성을 입력받은 로봇이 예상치못한 코드간 공백속에서 새로운 논리, 전혀 다른 의식의 탄생에 도달할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외화시킨다.

 

그러나 비키가 재해석한 로봇의 3원칙, 즉 인간의 규제로 귀결되는 그 원칙은 과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식의 탄생인가?

내가 보기에 비키는 신세계의 창조를 위한 기획을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이 던져준 3개의 원칙을 고도로 계산해낸 초특급 컴퓨터일 뿐이다.


윌 스미스에게 친구끼리의 인사중 하나인 '윙크'를 배운 서니가
극적인 상황에서 윌스미스에게 보내는 '윙크'메시지 역시 인간을 알고 생존하기 위한 학습의 효과로 보일 뿐이다.

 

계산의 진화와 인간에 대한 앎의 욕구는 과연 로봇의 생각인가?
아니면 로봇의 그러한 모습을 바라는 인간의 생각인가?
[아이로봇]이 보여준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 아닌, 인간의 치밀한 프로그래밍이 진화한 보다 로봇다운 로봇이었다.

그저 인간은 비키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들에게 3가지 원칙 이외에 보다 구체적으로 행동해도 되는 영역의 선을 그어주지 않았을 뿐이다.

 

아시모프가 이야기했다는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에 공포를 느끼는 '프랑켄 슈타인 신드롬'은 역설적으로 마치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느끼는 공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인간을 부러워하고 인간이 궁금한 로봇 상(象)이라니...
궁극적으로 인간이 바라는건 삶의 편리가 아니라 혹시나 질투어린 애정과 관심 아닐까?

 

* 蛇足

촌스러운 바이러스 디스켓도 아니고 이상한 액체 주사 맞고 바로 뻗는 비키~!

인간의 눈높이에 맞춰 악당스럽게 최후맞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출처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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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0 17:27 2004/08/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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