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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강령

  • 등록일
    2005/02/09 18:25
  • 수정일
    2005/02/09 18:25
끌려간 네 구석진 셋방에서 뽀얗게 먼지 쌓인 사진첩을 펼치다가 뭉클한 우리의 추억을 발견했다 빛바랜 흑백사진들 어떤 폼을 잡아도 촌놈은 촌놈 코흘리개 시절 빡빡머리 시절 사진 시골 처녀와 들꽃 한 묶음 들고 찍은 사진 군복 차림에 한껏 멋부린 사진 잡지책 오려 붙인 해묵은 풍경 사진 네잎 클로버 붉은 단풍 노란 꽃잎 우정 인내 믿음의 말을 적어 넣고 성실하자 노력하자 색종이에 그려 넣고 예쁜 싯구절 정직 사랑이라는 말도 새겨 넣고


고향을 떠나올 때 험한 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릴 때도 잊을 수 없었던 말들 잊어서는 안되는 말들 성실 노력 정직은 네 청춘의 강령이었을까 그것을 옷장 깊숙히 처박아두고 우리가 꿈꾸어온만큼 철저하게 배신의 노동 굴욕을 강요해왔던 것만큼 철저하게 싸워왔던 사내 감옥 창살 너머에서 씩 웃는 사내 유치하도록 진실한 사내 아직도 그 강령 폐기하지 않았노라고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사내 운동도 조금씩 꼬여버린 세상, 그래 정직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싸우자 우리의 강령이 틀림없다 (1996) ***************************************** 백무산 시인의 시한편 올립니다.. 백무산 시인의 이 시의 한소절 처럼.. 운동도 조금씩 꼬여버린 세상 정직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싸워 나가야 되겠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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