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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와 물고기

 

1. 아버지 생신이라...부산에 다녀왔다. 영도 태종대길을 간만에 걸으니, 신혼여행 때 올레길을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몇 장 사진을 담아왔다.

 

고향이라고 늘 편안하기는 한 것도 아니다. 사실, 비록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으로 가족들이 모두 갈아타기는 했지만, 노무현에게 진 정치적 부채, 있더라.

 

밤늦게까지 이어진 '명박이 씹기'는 토론이 아닌 토의에 가까웠다. 삼촌, 숙모, 고모, 고모부 할 것 없어 모두 이 지긋지긋한 '독재 망령'에 이견이 없는 듯. 하지만, 이건 우리 집안의 이야기일 뿐, 여전히 부산이라는 곳은 한나라당이라는 유령, 아니 실체가 힘을 뻗치고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나의 어머니, 이보임씨는 이미 유치원계, 초등학교계, 성당 모임 등 모두다 '끊었다'. '수준 이하'의 사람들과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아버지 생신에 참가하신 삼촌께서도 '수준 이하'의 사람들, 아니 '꼴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정을 떼려고 애쓰고 계셨고. 명박이 덕분에 인간관계 많이 정리되고 있다.

 

2. 늦은 밤, 부산에서 올라와 집에서 싸온 먹거리를 냉장고에 옮기려다, 그만 냉장고 정리라는 초강수를 두는 바람에 이토록 늦어졌다. 글쓰기에는 그리 맑은 정신은 아니나, 내일이면 까먹을까봐, 몇 자 올려둔다.

 

예전에 우리 집은 매년 밀양 고래천(지금은 수몰되어 밀양댐 물 밑에 가라앉아 있다.)에 여름휴가를 갔다. 근 10년은 가지 않았나 싶다(언젠가는 그 때 기억을 한 번 정리해 올려볼까 하나). 여하간, 그 때 기억 중 흥미로웠던 것 중에 하나가 물고기 잡기였다. 흐르는 강에 그물을 쳐 놓고 아침에 걷으러 가면 피래미나 쏘가리 새끼, 버들치 등 온갖 잡다한 고기가 걸려 있었고, 매운탕을 해먹기 바빴다. 그 맛이란. 아. 몇 년 동안 꽁치 통조림에 밥을 쓱싹쓱싹 비벼 먹던 그 시절은 끝나고 아버지께서 준비한 그물로 채집수렵의 일환으로 획득한 물고기를 먹었다는 그 때 그 낭만.

 

난 단양에 귀농한 후배집 앞 마당에 흐르는 작은 시내 속 산천어(정보화 마을이 한창일 때, 노무현씨가 풀어논 산천어가 새끼를 치고 수도 늘어난데다 꽤나 살이 쪘다.)를 보면서 언젠가 저 놈을 내 입으로 갖다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낚시로 그 놈들을 잡아보려고 했으나, 실패. 후배 아버지께서는 그 산천어가 '관상용'이 된 지 오래라 하셨다. 이미 야생성을 가지게 된 터라, 강원도 화천에 풀어놓은 산천어들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예전에 밀양에서 사용한 그물.

 

아버지께 여쭈었다. 그물이 어딨냐고. 어디에 쓸 건지 물어보는 건 당근 빠다인셈이고. 그리고 단양 얘기하면서 그물을 치면.....45도 하늘을 보며 군침을 돌리며,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순간.

 

"그냥 좀 나둬라. 물고기는 물고기 대로 살게끔. 내 생각은 아예 거기도 물고기를 잡지 마라고 써붙여놓았으면 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먹을 것이 만푸장으로 있는데도, 굳이 그물쳐서 그 물고기를 잡아 먹을 필요가 있나. 있는 것도 남기는데 왜, 굳이 잘 살고 있는 물고기를 잡아가지고 먹을려고 하느냔 말이다. 예전에 캐나다에 갔을 때(동생이 캐나다인과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은 (양팔을 벌리며) 이 만한 물고기를 잡아도 다 놓아주고 손맛만 보고 가더라. 나는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한다." 

 

겸연쩍기도 하고, 괜히 말을 꺼냈다가, 그래도 달라는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라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괜한 소리를 했다 싶더라. 아무 생각없이 꺼낸 말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나도 환경, 환경 하면서 이 정부 뿐만 아니라 '개발'이란 말만 나오면 개(게?)거품을 문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을 뒤집어 엎고, 파내고 이런 건 원론적으로 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건데. 한 편으로 보니 그게 골수에서 나오는 본능은 아니고, 그저 머리로 반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거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대운하 파고 지랄 발광을 하는데, 그 논리 중 경제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건 내 전공이 아니므로, 상식적으로 '환경'의 문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문제니깐, 그렇게 설득하고 내 자신도 그렇게 믿고 있었으나, 그물 게이트 한 방으로, 내가 반대는 쉽게 외치나, 정녕 생명에 대해서는 몸으로 느끼고 있는 바가 없는 놈이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물론 대운하와 그물 게이트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정부의 비판과 본인의 소신 혹은 철학 간 숨어있는 함정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사실 정신과 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러한 현상을 너무나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다. 간만에 내가 생각이 없는 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니, 내일부터 조금 분주해 질 것 같다.

 

뱀발: 블로그 왼쪽 어디서 갖다붙여논, 물고기들 보니, 숙연해진다. 저건 먹고 싶어 올린 건 아닌데 말이다.

 

고향 영도 사진 몇 장 올려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파도가 강하게 일더라.

 

 

태종대를 걷다보면 등대가 나온다. 등대를 새로 보수해 이쁘기는 하나,

예전에 비해 많이 인공적이기는 하다.

바다 아래 쪽에는 해녀들이 해삼, 멍게 등을 판다.

 

 

아줌마들, 무한도전에 나온 바 있다. 누가 와도

저렇게 손을 흔들며, 호객을 한다. 정겹다.

 

 

나의 아내와 아버지. 꽤 친한 것으로 사료된다.

 

 

 

바다 반대편..흑백으로 한 번 찍어봤다. 날씨가 우중충.

근데 얇게 빛이 하늘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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