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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싸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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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주머니속에서 기절하는 임대폰을 다시 바꾸려고 했더니만 나같은 인간이 많아서 장사가 안되었던지 KTF에서 과감하게 무료 임대폰제도를 없애버렸단다.

성질나서 나도 과감히 LGT로 바꾸면서 지하철역에서 할부폰을 하나 구입했다.

 

가지가지 기능에 사진기 기능까지..

핸폰놀이에 푹빠졌는데 그 사진의 저장기능이 한계가 있더란 말이다.

 

어쩌다 알게되었는데 싸이에 사진을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길레

그 싸이라는것에 나도 방을 하나 만들었다. 오로지 사진을 전송받기 위해서..

 

그리고 또 한참..

우연히 중학교 동창하나가 내 방에 와서 소식을 남기고 갔다..

어떻게? 알았지?

그러고 보니 싸이엔 사람찾기라는 기능이 있더라.

 

예전에 알던 선배 후배 동료 원수 기타등등.. 이름을 넣어봤는데

대한민국엔 왜 그다지도 같은 이름이 많은지..포기하고 마지막에 그 이름도 희안했던

나의 옛 남친의 이름을 넣어봤다.

 

 



세월이 많이도 흘러 이제는 제법 중년의 티가 나는 남친의 얼굴을 확인하고,

잠깐 그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았다.

 

나이 마흔에 첫번째인지 두번째인지 확인 할 수 없는 신혼 중이고,

그의 아내와는 호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지금은 **에서 일하고 있고. 집은**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그 전과는 달리 등산을 취미로 삼고 있고...

메뉴구성으로 보아 아이는 없거나, 혹은 그의 생활 안에 없는 듯 하고...

덧글의 내용으로 봐선 여전히 유머 감각 없이 썰렁하고...

그는 여전히 자신이 하고자 했던 그 일을 하고 있고..등등..

 

위대한 싸이의 힘은 십년이 넘은 인연까지도 생생하게 현실의 관계로 만들어놓는다.

 

고현정과 함께한 '봄날'이 끝났다.

지난 몇회 동안 오지혜가 되뇌이던 주문처럼 "청춘아 빨리 가라"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다. 그 뿌연 기억들이 옛 남친의 싸이방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의 버스타는 습관과, 밥먹는 습관에서 오는 인생관의 차이로 다투던 일들.- 그런 자잘함이 무슨 인생관과 연결되냐고 묻는 분덜이 있을지도 모르나..분명있다.관계가.

 

격렬한 감정의 부딪힘들. -그 격렬함은 설렘과 떨림과는 다른 격정과 분노. 절망같은 극단의 감정들이다.

 

문 밖에서 소리 지르던 순간들....

 

근데 그게 영화처럼 멋지지 만은 않다. 영화에선 보이지 않지만 현실에선 늘 존재하는 비루해 보이는 일상이 거기에 늘 섞여있다.그래서 더 참기 힘들지 않았을까?

내가 배워오고, 생각해둔 연애의 각본과 들어맍지 않는 출연진들. -심지어 그 순간 나조차도 각본에 충실할 수 없었다.

결론은 항상 엇나가고, 우연은 일치하지 않고..

 

돌이켜 다시 생각하면 민망해서 비죽이 웃음이 흘러 나오는 그런 일들이 그때는 왜 그리도 죽을 만큼 중요했었는지.. 정말 신기하다.

 

다시 돌아가 보고 싶냐고?

아니. 절대.

인생을 되돌아 어떤 시점으로 보내줄 수 있는 타임머신을 내게 준다해도 난 그냥 여기 살거다.

 

심심해도 지금이 더 좋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힘이다.

여기.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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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4 00:57 2005/03/14 00:57

2 Comments (+add yours?)

  1. 알엠 2005/03/14 09:38

    글 잘 읽었어용~~ 그런데 최근에 휴대폰을 장만한 제가 한가지 알려드리자면(^^) usb케이블을 마련해서 휴대폰과 연결하면 휴대폰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대요. 저도 몰라서 돈 많이 썼는데 알고나서 절약하게 되었어요.(흠..본문과 딴 소리를 하다니) 좋은 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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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sj 2005/03/14 11:1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는 것이 힘, 아니.. 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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