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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엔 고수들이 많다.

어제는 하루 종일 내근, 오늘은 수유까페에 술을 배달한 거 말고는 또 계속 내근.

덕분에 썩 맘에드는 로고가 나왔으니 됐지만... 메신저가 자전거를 안타니 몸이 좀 근질거린다고나 할까? ㅎㅎ

 

그저께 구리시와 하남시를 다녀올 때...

나를 추월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 사람이 세명이 있었다.

 

한 명은 고딩이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도로를 헤집으면서 폭주를 하고 있었다.

역시 무서울게 없는 사람은 무섭다.

 

또 한 사람은 종로 2가쯤에서 만난 아주머니였는데...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면 절대로 10만원을 넘을 수 없는 자전거에, 손잡이가 긴 핸드백을 핸들바에 걸고 있었다.

처음에 내가 무심코 추월해서 지나쳐갔는데...

종로 3가 쯤에서부터 뒤엉킨 차들 사이로 마구 빠져나가면서 다시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신호등에서 만났을 때, 물어보니 종로 5가로 출근 중이란다.

어떻게 그렇게 잘 타시냐고 물어보니까... '선수용 자전거'를 타야 잘 타는 거라는 알듯 말듯 한 대답을 하고는...

긴 생머리를 팔랑거리면서 닿을 듯 말듯한 버스 두 대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트레일러 때문이라고 위안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올림픽 공원에서 만났는데...

역시 출근하는 아주머니었다.

탄탄한 회색 MTB를 타고 있었는데... 척 봐도 튼튼해 보이는 몸이었다.

덕분에 나도 그 구간에서 그날 구간 최고속도를 기록하면서 신나게 달렸다.

역시나 어떻게 그렇게 잘 타시냐고 물었더니... 출근시간에 늦었단다. ^^;;

내 트레일러를 보고서는 '그걸로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기에...

'그냥 물건 배달을 좀 해볼까해요'라고 답했더니...

대번에 '자전거 택배 하시게요?'라고 다시 묻는다.

'네... 그런데 만약에 하면 쓰시겠어요?'라고 하자...

'저도 자전거를 많이 타서 관심이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방이역 사거리까지 같이 달리고는 근처에 있는 '오xxx'라는 맥주집을 하니까 놀러오라고 하시면서 떠났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 나가면 엄청 비싼 산악용 자전거와 선수용 사이클이 즐비한데... 

어딘지 언밸런스한 자전거와 복장을 하고 그냥 운동삼아 한강에 나온 사람들에 비하면...

진짜 고수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뭐 내가 별나게 자전거를 잘 타서 메신저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원할 때 그냥 자전거 메신저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나도 할아버지가 돼서도 자전거타고 실렁실렁 동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소식도 전해주고, 선물도 전해주고, 일도 도와주고...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쨌든...
트레일러를 달고 있고, 최고 속도를 제한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위해 체력안배를 한다고 해도...
명색이 메신저인데... 어이없이 추월이나 당하고... ㅠㅠ
좀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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