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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습.

 더 이상 찌질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그 다짐을 반복하고 있는 지금 나는 여전히 찌질하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오로지 그 사람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안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심지어 그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으면 하는 못된 상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일년 동안은, 아니 어쩌면 평생을 기다린다 하더라도 절대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를 막고 있는 것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거리도 아니고,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비행기값 백만원도 아니고, 설사 거기까지 간다고 해도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따위도 아니다. 그것들은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나를 막고 있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나의 자리가 없다는 것, 라깡 식으로 말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행위는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나 자신이 우스워 견딜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 이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때때로 그 사람과 마주 보고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그 사람의 미소 짓는 얼굴과 그 미소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내 모습이다. 울어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눈물이란게 남아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나이기에 과연 그럴까하는 의심이 들지만, 확인하게 되는 그날까지는 절대로 눈물 보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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