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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6/18
    선택의 시간.
    흑점
  2. 2006/06/05
    ...(7)
    흑점
  3. 2006/06/03
    [시]최승자(1)
    흑점

선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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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TV와 세탁기도 선택하고 미래를 선택하라. 그런데 내가 왜 이따위 선택을 해야 하지?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

 

한때 위에 있는 영화<트레인스포팅>의 홍보문구를 웅얼거리며 살았었지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는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으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이제 선택을 해야만한다.

 

*

 

제 작년 현호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이제껏 이렇게 이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상만 늘여가며 도망쳐왔을뿐,

한번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 기회는 없었다, 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여전히 질투, 그리고 증오와 혐오는 나의 힘이다.

 

*

 

투쟁하는 철거민이 철거에서 해방되고,

투쟁하는 노동자가 노동권 쟁취하고,

끝까지 질긴 놈이 승리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지만,

 

역사속에서

투쟁하는 철거민은 쫓겨나고,

투쟁하는 노동자는 해고되고,

끝까지 질긴놈은 지치곤 했다.

 

그러나

운동이란건 세상을 어떻게 바꿀것이냐,에 앞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것이냐,의 문제이다.

 

*

 

지경이 나에게 두가지 질문을 했다.

첫번째는 "계속 살아도 되는걸까?"

두번째는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대답을 바라고 했던 질문이 아니란걸 알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2006.6.26.

결국 언덕길에서 반상근형태(주3일제)로 일하기로 했다.흠흠.

어정쩡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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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은 하면 할 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고,

결국엔 진실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얼마간 말을 너무 많이했다.

이제 말을 좀 줄여야 겠다.

 

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혹은 내가 요즘 내뱉고 있는 말들이 

얼마나 진실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이 곳 또한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

 

영준형이랑 술을 먹다가

전에 형이 나에게 했던 "너무 잘살려고 하지 마"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고,

"그냥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그 정도만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자.

영준형은 웬지 슬프다고 했다.

자기가 30대에 했던 생각을 아직 20대초반인 놈이 하고 있다고,

시대가 가혹하긴 가혹한가보다고...

 

어느 새벽 반지하홈페이지에 올라온 락이의 글을 보고 한참을 멍해있었다.

그리고 몇일전에는 보리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작년에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정리의 시간을 갖자고... 

올해 언덕길 촬영을 제안 받았지만,

생각해본다고 해놓고는 나는 몇주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작년을 돌아본다.

 

그때쯤 겸이 나에게 "너 바닥 친적있냐?"고 물었었고,

지경도 아마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바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꽤 아래에 있었던건 분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그때 좀 찌질했었지"하면서 웃어넘겨버릴 수 있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질문들과 유예된 생각들,

그만큼의 앙금들.

많은게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쿨한척, 똑똑한 척, 젠 척하는 지금의 나보다,

찌질하고 멍청하고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그때의 내가,

그래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것 처럼.

 

진정성, 그놈의 진정성.

이제는 지겨워서 그깟 진정성 따위, 쳇!하며 비웃어 버리지만,

그래도 결국은 '진.정.성.'이다.

 

*

 

좋아하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안그래도 약해빠진 내 자신이 그 사람들 앞에 있으면 너무나 작고 초라해져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쳐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들.

 

나는 아직도 반지하 사람들에게는 이 블로그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

 

그래도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나는 여전히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어느 새벽, 지경이 나에게, "스물 다섯까지는 맘대로 살아. 그 후에는 안 봐준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며...

 

이제 1년 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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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최승자

얼마전 책상정리를 하다가 최승자의 시집에서 시 몇편을 옯겨 적어놓은 종이를 발견했다.

꽤 오래전이었던거 같은데,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런 시들을 옯겨적어놓았던걸까.

어떤 상황에서 최승자의 시들은 위안과 힘을 준다. 어떤 상황에서는.

 



서역만리

 

우린 마치 저 쇼윈도에 보이는

줄줄이 꿰인채 돌아가며 익혀지는 통닭들 같아.

우린 실은 이미 죽었는데, 죽은 채로

전기의 힘에 의해 끊임없이 회전하며 구워지는거,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지. 죽음은 시시한 것이야.

왜냐하면 우린 이미 죽어있으니까.

이미 죽어꽂혀져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기가 막히게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야.

삶이 이미 죽어있는데, 죽음이란 얼마나 시시한 것이겠어?

그건 하느님이 전기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버릴때,

우리모두가 무표정하게, 일동 멈춰섯! 하는 것 뿐이야.

이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역 홍대입구에서 문지사거리까지

걸어가는 그 거리가 얼어붙은 서역만리로구나.

 

-

 

다묻고

 

다묻고

떠나야지.

삶은

서울은

더러운 것.

 

문둥이가 제 상처를 핥으며

제 상처를 까발려 전시하며

끊임없이 생존을 구걸하는

 

삶은

서울은

더러운 것.

 

-

 

구황

 

못 살겠습니다.

(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쩔수가 없습니다

원한다면, 죽여주십시오.

생각해보면, 살고 싶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게 내 죄이며 내 업입니다.

그 죄와 그 업때문에 지금 살아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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