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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자

  • 등록일
    2010/12/15 01:56
  • 수정일
    2010/12/15 01:58

오만가지, 나의 책상 앞에는 의자가 둘 있다.

하나는 앉는 거고 하나는 다리 올려놓고 퍼지는 용도였다.

 

수수님께서 오신 후로 가끔 다리 올려놓는 의자에서 주무시곤 하였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인가 내가 앉는 의자를 넘보시는 것이었다.

 

다리 올려놓는 의자는 하이팩 의자고

내가 앉는 의자는 나름 쿠션도 괜찮고 편하고 좋은 것인데...

그 차이를 아시는 거이다.

 

저녁 잡수시고 주무실 시간이 되신 수수님,

회의실에서 작업하는 분들이 있다보니

이불보 위에서 편히 주무시기는 어렵겠다고 일찌감치 판단이 서신 모양이다.

 

하이팩 의자에는 앉지도 않으시고

내 자리의 발받침과 의자 주위를 맴도신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의자를 내주니 냉큼 올라앉으셨다.

다행한 건 이미 내 품을 점령하고 주무시던 서리님이 오래비 곁으로 가서

두 팔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거이다.

(서리님은 가끔 안아서 재워달라고 보채는데 한손으로만 엉덩이를 바치면 깨셔서 성질을 부리신다. 꼭 두 손으로 포근하게 안아드려야 한다.)

 

좀 편한 의자를 빨리 하나 더 장만해야겠다.

하이팩 의자는 너무 범생이 자세를 요구한다.

 

할일에 비해서는 길다는 겨울밤도 너무나 짧다.

황진이가 다시 온대도 나눠줄 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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