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힘 67호] 04.11.26
○○자동차 □□씨의 독백
저번 달 특근철야 두개, 반대 조 지원 한개, 일요특근 두개…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알면서도 그놈의 돈이 웬수다. IMF 98년 정리해고 당해보니 노동조합도 방패막이 되지 못하고 그저 믿을 건 내 몸뚱아리 하나, 물량 있고 일감 될 때 체력 버텨주는대로 한푼이라도 더 벌어놔야지… 노동조합이 콱 하니 특근철야 못하게 막으면 모를까 남들 다 하는 거 안하기도 그렇고 당장 돈이 안되니 더 그렇고… 그래도 야간조 토요일 그 14시간 철야는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사람 할 짓이 아니다. 금요일 아침 퇴근해서 제대로 잠도 못자고 다섯시 출근하려면 비몽사몽, 악으로 깡으로 아홉시, 새벽 한시, 네시… 사람 참 처참해진다.
언제부턴가 업체 비정규직들이 라인을 같이 탄다. 근골격계 골병으로 빈 자리에 대치라고 들어오고 직영들 피하는 힘든 공정에 하나 둘 가랑비에 속옷 젖듯 늘었다. 하청도 같은 노동자니 차별도 없애고 했으면 좋겠지만 당장 경기 안좋아져서 고용문제라도 닥치면 그나마 비정규직이 스폰지 역할이라도 할텐데… 아니지. 회사가 미쳤나. 입사역순 어쩌고 하지만 돈 많이 들어가는 사람부터 짜를라고 덤빌텐데… 아냐. 아무리 그래도 하청이라도 있어야 좀더 버틸 수 있을거야. 하여간 지금 업체 비정규직은 아무리 못돼도 30%는 넘을 것 같고 지금같은 분위기면 얼마 안돼서 50%는 금방 넘을 것 같다.
노동조합이 쌈박하니 대안도 내고 희망을 제시해주면 좋겠는데 답답하다. 해외공장은 자꾸만 늘어가고, 회사는 엔진까지 역수입하겠다고 단협 무시해가며 부산항에 미리 실어다놓고 배짱 튕기고, 모듈화다 외주화다 은근슬쩍 40%는 기본으로 밀어붙이고… 노조에서 하는 집회도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젠 한번 가고 한번은 안가게 된다. 사실 집회가 매번 똑같다. 파업도 웬만큼 통박이 가서 언제 접을지 그림이 딱 그려진다. 노동조합이 내년에 교대제 바꾸고 월급제도 한다는데 임금 안깎이고 야간 없어졌으면 바랄 게 없겠다.
현장조직이나 활동가들 보면 믿음이 안간다. 뭔 놈의 재정사업은 그리 자주 하는지… 대의원선거, 대표선거, 조합선거,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선거, 국회의원선거… 현장 하고 이제는 너무 많이 멀어졌다. 기대도 별로 안하고, 단지 특근 잘 챙기고 일 있을 때 빨리빨리 해결 잘 해주면 그만이다. 무슨 정치꾼도 아니고 뻑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갑갑하다.
왜 사는가? 무슨 외국 스님이 썼다는 책 제목이다(맞나?). 어쨌든 나는 지금 뭣땜에 이러고 살까? 아이들… 그래. 애들이 제일 크지. 애들은 지금 내처럼은 살지 말아야 할텐데… 용빼는 재주 있나? 남들 시키는만큼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 나오면… 후… 요즘은 취직만 잘되면 그만인데… 아, 사는 게 와 일노. 그때 가면 정규직 자리 있겠나? 죄다 비정규직밖에 없을텐데…
내 자식 잘되라고 뼈빠지게 일하는 게 거꾸로 내 아이를 저 피튀기는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돈으로 쳐바르고 달려드는 서울 강남 아이들 하고 쨉이나 될까… 그래. 이건 아니야. 미래가 없어…
특근철야 목 매달면서 아득바득 자식 학원 하나 더 보내서 점점 좁아드는 정규직 일자리, 그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로 몰아넣을 건지, 아니면 지금 87년에 그랬고, 96-97년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서 비정규직을 없애는 총파업으로 한판 크게 붙을 건지. 그래. 붙자. 아무리 봐도 이게 정답이지 싶어.
그나저나 이번 총파업은 제대로 씨게 붙는 거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