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길 원고
취임 석달 이명박…“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지지율 20%대 역대 최저, 탄핵서명 130만명 넘어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한반도 대운하 강행
공교육 포기, 의료보험․수도․가스․공기업 민영화…
이명박 정부 취임 석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지지율이 김영삼 83.4%, 김대중 62.2%, 노무현 40.2%였던 데 견줘 이명박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에는 130만명이 넘는 누리꾼(네티즌)이 서명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급기야 24~25일 촛불집회에서 성난 시민들은 “독재타도, 청와대로”를 외치며 밤샘 거리시위를 벌였다. 정부 출범 100일도 안돼 민심이 이 정도로 ‘뿔’이 난 적이 있던가?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문제였다. “오렌지를 오렌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린쥐라 불러야 하는”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뜨악’해 했다. 인수위가 신문발전위원회를 시켜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대한민국의 시계가 5공화국으로 거꾸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했다. 인수위가 활동하던 시기에 태안 앞바다에서는 유조선 사고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고, 경기도 이천에서는 40명이 숨진 대형 화재참사가 일어났다.
2월25일 대통령 취임 뒤 곧바로 청와대와 내각 인선이 구설수에 올랐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세간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새 내각의 1인당 평균 재산은 40억원이었다. “땅을 사랑할 뿐”이라는 세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줄사퇴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박미석 수석비서관들의 땅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박미석 수석비서관은 ‘험악한’ 여론에 옷을 벗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국민일보에 자신의 기사를 보도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어 말썽을 빚었다.
새 학기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현실로 닥쳤다. 3월28일 서울에서는 8000여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한 ‘등록금 해결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경찰은 1만5000명의 병력과 체포전담조, 물대포 등을 배치했다. 5,6공을 방불케하는 과잉진압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경찰은 한술 더 떠 ‘백골단’ 부활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정권은 앞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어렵사리 이뤄놓은 6.15, 10.4 선언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 발언으로 북한이 발끈했다. 북한은 바로 남북경협협의회사무소 남측 당국자에게 철수를 요구했고 서해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통한다는 ‘통미봉남’ 정책도 되살아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을 북한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 사이 미국은 10년만에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50만톤의 식량 지원을 약속했다. 북한은 대신 영변 원자로의 핵 자료 일체를 미국에 선물로 건넸다. “북한이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고 고자세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부는 졸지에 ‘뻘쭘’한 처지로 내몰렸다. 미국이 50만톤의 식량을 혼자 다 감당하기는 어려울테고 20만톤은 남한에 떠넘길 거라는 얘기가 파다한 판에 이제 와서 북한이 남한 정부에 식량 지원을 요청할 리도 만무하고 그렇다고 미국이 이명박 정권의 ‘갑갑해진’ 사정을 봐줄 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5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물길을 잇기 전에 4대강을 먼저 정비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발표 뒤에 곧바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의 양심고백이 터졌다. 김이태 박사는 5월23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한반도 물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며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또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고 있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과 ‘꼼수’가 드러났고 이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김이태 박사의 양심고백이 터지자 누리꾼들이 김이태 박사 지키기에 나섰다. 5월24일 발의된 김이태 박사 지키기 서명운동은 하루만에 3만5000명을 훌쩍 넘겼다.
4월15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조치는 ‘공교육 포기선언’이라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전교조를 비롯한 학부모, 교육단체들은 0교시와 심야보충수업, 우열반 편성을 부활시키는 학교자율화조치 폐지를 요구하며 단식, 전국교사대회 등 강도 높은 대정부투쟁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4월18일 서둘러 체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13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성난 민심과 ‘촛불 민란’ 앞에서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5월22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뿔난 민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24일과 25일 촛불집회는 경찰과 충돌하는 밤샘 거리시위로 발전했다. 이틀동안 벌어진 밤샘 시위로 80여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북 전주에서는 25일 40대 남성 이모씨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분신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해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5월20일부터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교보, 대한 등 대형 생명보험사에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건강보험분을 빼고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의료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철도, 전기, 가스, 수도, 방송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5월24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동자 3만여명이 모여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에 맞선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몇 달 사이 폭등한 물가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인 국민들은 이제 돈이 없으면 수돗물도 맘놓고 못쓸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출범 100일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은 “독재타도”를 외치는 범국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촛불 민란’으로 일컬어지는 이 투쟁은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 96~97년 총파업을 잇는 21세기의 새로운 민중저항으로 하루하루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 투쟁이 겨누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로서는 정권을 내놓지 않는 이상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들이다. ‘성난 촛불들’은 백골단의 물대포와 방패에 맞서, 신자유주의와 정면으로 맞서는 새로운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태세다. 2008년의 5~6월투쟁은 이미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